‘감정의 이성 납치 현상’이 높은 사람에게 일어나… 유전적 기억과 본능일 수도
▣ 정재승 한국과학기술원 바이오및뇌공학과 교수
평생을 함께할 ‘잃어버린 자신의 반쪽’을 우리는 첫눈에 알아볼 수 있을까? 이몽룡이 성춘향을 보고 첫눈에 마음을 빼앗겼듯이, 줄리엣이 로미오를 본 순간 온통 그에 대한 생각에 사로잡혔듯이, 영화나 소설에서 자주 등장하는 ‘첫눈에 반한 사랑’(love at first sight)이 과연 현실에서도 빈번하게 일어나는 현상일까?
“운명의 책은 언제나 중간에서…” 사랑학 전문가들의 설문조사에 따르면, 사람들이 사랑과 관련해서 가장 궁금해하는 질문 중 하나로 바로 이 질문을 꼽았다고 한다. 사랑에 빠져 결혼에 골인한 커플 중에서 ‘첫눈에 반한 사례’는 어느 정도 되는지, 그리고 그들은 그렇지 않았던 커플들보다 결혼 뒤에 행복한 생활을 누리고 있는지 매우 궁금해한다는 것이다. 그것은 아마도 많은 미혼 남녀들이 ‘내가 과연 잃어버린 내 반쪽을 만났을 때 단번에 그를 알아볼 수 있을까’에 대한 불안감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첫눈에 반한 사랑’ 옹호론자인 얼 나우만 박사는 1970년대 미국인 1495명(남자 547명, 여자 948명)을 대상으로 ‘첫눈에 반하는 사랑’에 대한 다양한 설문조사를 했다. 그 결과를 보면 첫눈에 반한 사랑이 존재한다고 믿는 사람은 응답자의 무려 64.1%나 되었다. 남녀의 차이도 별로 없었다(남자 65.2%, 여자 63.6%). 다시 말해 성별에 상관없이 전체 응답자 중 3분의 2가 첫눈에 반한 사랑이 존재한다고 강력히 믿고 있다는 것이다. 게다가 아시아나 태평양계 민족에서는 다른 민족들보다 그 수치가 월등히 높아 무려 80%가 첫눈에 반한 사랑을 믿는다고 응답했다. 우리 주변에도 운명적 사랑을 믿는 사람들이 얼마나 많은가? 첫눈에 반할 수 있다고 믿는 958명 가운데 558명, 즉 60%의 사람들은 첫눈에 반한 사랑에 ‘실제로 빠진 적이 있다’고 대답했다. 즉 전체 응답자 1495명 중 38% 정도가 첫눈에 반한 사랑을 실제로 경험한 적이 있다는 얘기다. 그렇다면 그들 중 결혼에까지 성공한 사람들은 얼마나 될까? 첫눈에 반한 커플은 뭔가 다를까? 통계에 따르면 ‘그렇다’! 첫눈에 반한 커플들 중에서 55%가 결혼에 성공했다. 미국의 경우 결혼 전 연애 경험이 5회를 넘는 것에 비추어보면, 첫눈에 반한 경우 결혼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상대적으로 매우 높은 편이다. 그렇다면 그들은 결혼 뒤에 더 행복하게 살까? 결혼에 골인한 첫눈에 반한 커플들 가운데 75.9%가 평균보다 더 오랜 결혼생활을 유지하고 있다고 한다. 미국의 평균 이혼율이 50%를 웃도는 상황에서, 첫눈에 사랑에 빠져서 결혼한 사람들 중 4분의 3이 아직 결혼생활을 지속하고 있다는 얘기다. 그들의 이혼율은 불과 15.9%. 나머지 8.2%는 사별을 한 경우다. 결국 첫눈에 사랑에 빠진 사람들이 결혼 뒤에 좀더 행복하게 잘살고 있다는 얘기다. 비스와바 심보르스카는 자신의 시 ‘첫눈에 반한 사랑’에서 첫눈에 반한 사랑을 ‘이미 결정된 운명적인 관계’라고 해석한다. 사람들은 갑작스런 열정이 자신들을 묶어주었고, 전에 한 번도 만난 적이 없었기에 ‘갑작스런 열정’에 더욱 확신을 갖지만, 사실 그들은 예전에 어느 회전문에서 얼굴을 마주쳤을 수도 있고, 잘못 건 전화로 잠시 목소리를 주고받았을 수도 있다. 우연이 그토록 여러 해 동안이나 그들을 데리고 장난을 친 것은 그들의 만남이 운명이 되기에는 아직 준비를 갖추지 못했기 때문. 그러다가 때가 되어 두 사람이 마주 보게 됐다는 것이 심보르스카의 주장이다. 이 시의 마지막 구절은 이렇게 끝난다. “모든 시작은/ 결국에는 다만 계속일 뿐./ 운명의 책은/ 언제나 중간에서부터 펼쳐지는 것을.” 1970년대와 1990년대, 사랑이 이렇게 변하니 여기까지만 읽는다면, 실제로 ‘첫눈에 빠진 사랑’은 소설 속 얘기만이 아니며, 많은 사람들은(최소한 38%는) 운명처럼 정해진 제 짝이 있으며, 그들은 자신의 반쪽을 단번에 알아볼 수 있다는 결론에 도달하게 된다. 그러나 1990년대 설문조사에서는 그 결과가 많이 다르게 나왔다. 사랑을 연구하는 커뮤니케이션 전문가 아얄라 파인스가 1990년대 미국인 커플 100쌍을 대상으로 조사한 바에 따르면, 남자와 여자들 중 약 11%만이 ‘자신의 파트너에 첫눈에 반했다’고 대답한 것으로 나타났다. 다시 말해 10명 중 한 사람만이 “나는 이 사람을 본 순간 ‘바로 이 사람이다’ 싶었어!”라고 대답했다는 것이다. 이것은 1970~80년대, 남녀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와 비교하면 많이 줄어든 수치다. 첫눈에 반한 커플들의 이혼율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90년대 커플들은 ‘우리의 운명은 여기까지!’라고 쉽게 선언하고, 다른 사람과의 운명적 만남을 찾아 미련 없이 떠난다는 것이다. 사실 결혼이 계약관계 중 하나였던 중세에서부터 20세기 이전까지 낭만적 사랑은 결코 결혼의 전제조건이 아니었으며, 한두 번 서로 얼굴 보고 결혼하는 경우가 다반사였다. 당시 결혼이라는 ‘집안과 집안의 계약관계’를 벗어나 ‘첫눈에 반한 이성’을 발견한다는 것은 생물학적 욕정과 크게 다르지 않게 해석되곤 했다. 20세기 들어 ‘낭만적 사랑’이 결혼의 전제조건이 되고 그 가치가 높게 평가받는 시대가 되면서, ‘첫눈에 반한 사랑’은 현대인의 ‘결혼에 대한 낭만적 신화’로 자리잡게 된다. ‘운명적 사랑의 완성이 바로 결혼’이라는 이 신화에는 결혼에 최상의 가치를 부여하는 이데올로기가 깔려 있다. 그러나 90년대 들어 결혼에 대해 다시 고려해야 할 변수가 늘어나면서 점점 첫눈에 반한 운명적 사랑에 대한 신화가 무너진 것은 아닌가 싶다. 결혼이 다시 경제적 거래요, 정치적·권력적 결연이 돼버린 오늘날, 첫눈에 반한 사랑을 믿는 것은 ‘아직 어리다’는 증거와 다름없는 사회가 돼버린 것이다. 사랑학 연구자들은 ‘첫눈에 반하는 사랑’을 ‘사랑’이 아니라 ‘생물학적 이끌림’으로 해석하는 경우가 많다. 첫눈에 반한 사람 앞에서 왠지 모르게 심장이 쿵쾅거리고 기분이 들뜨면서 행복해지는 것은 뇌에서 분비되는 도파민과 아드레날린 같은 화학물질의 작용 때문이다. 대개 첫눈에 사랑에 빠지는 사람은 활동적인 뇌를 갖고 있을 가능성이 높으며, 감정의 폭도 훨씬 넓고 깊다. 잠재 감성지수도 높기 때문에 감정이 이성을 압도하는 ‘감정의 이성 납치 현상’에 걸려들기 쉽다는 것이다. 특히 이상적 사랑을 꿈꾸는 젊은이에게 잘 나타나며, 그 사랑에 감전될 때 느끼는 감정의 폭과 깊이가 워낙 커서 여러 번 일어나기는 어렵다. 흔히 느낌은 근거 없는 것으로 여겨지지만 어쩌면 이성을 앞서는 유전적 기억과 본능이라는 것이 사랑학 전문가들의 주장이다. 사실 ‘첫눈에 반한 사랑’은 자연계에선 흔한 일이다. 대부분의 암컷들에게는 생리적으로 성숙하는 주기가 따로 있고 새끼를 낳는 시기가 따로 정해져 있다. 그들에게는 수컷의 씨를 받고 새끼를 낳고 자신의 유전자를 퍼뜨릴 수 있는 시간이 단 몇 주, 혹은 며칠밖에 없다. 그러니 모든 수컷 구애자들의 이력서를 검토하느라 몇 달씩 허비할 수가 없다. 시각과 청각, 후각 등 자신의 모든 감각을 동원해 단번에 판단하는 것이다. 실제로 여성들도 얼굴 인상만으로 ‘함께 가정을 꾸릴 경우 이 남자가 가족을 잘 보살필 만한 사람인가’를 굉장히 빠른 시간에 간파한다고 한다. 특히 그러한 능력은 가임기 때 현저히 늘어난다는 사실이 심리학 저널에 보고된 바 있다. 때론 핑계 또는 작업 수단 ‘첫눈에 반한 사랑’에 궁금증이 조금은 풀리셨는지. 마지막으로 할리우드의 유명한 바람둥이이자 매력남 조지 클루니에 대해 한마디 덧붙여야 할 것 같다. 그는 첫눈에 반한 사랑을 믿는 것으로 유명하다. 이미 4년간의 결혼생활을 한 바 있고, 러네이 젤위거에서 크리스타 앨런, 리사 스노든에 이르기까지 많은 여배우들과 염문을 뿌린 그는 매번 헤어진 이유에 대해 ‘운명적 사랑이 아닌 것 같다’는 말로 대신했다. 자신의 부모는 첫눈에 반해 결혼해 아직까지 행복한 결혼생활을 하고 있다며 그도 그런 사랑을 지금도 꿈꾼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그는 매번 새로운 사람을 쉽게 만나고 새로운 운명적 사랑을 찾아 쉽게 떠난다. 조지 클루니가 우리에게 주는 교훈은 ‘첫눈에 반한 운명적 사랑’은 때론 바람둥이에게 ‘헤어짐의 핑계’ 또는 ‘작업의 수단’이 될 수도 있다는 것이다. ● 666호 주요기사 ▶아시아는 넓고 살 것은 많다
▶늦장 노동판결, 피가 마른다
▶뜨겁게 숨쉬고 고맙게 먹으며 가볍게 걷는 길
▶돈 없고 ‘빽’ 없다면 쇼를 하라
▶‘666호’라고 두려워 말라
▶질문하는 경영자가 성공한다
▶‘김대중 납치사건’풀리지 않는 의혹
▶시골의사 박경철의 주식투자론

너, 나한테 반했지? 사랑학 연구자들은 첫눈에 반하는 사랑을 ‘사랑’이 아니라 ‘생물학적 이끌림’으로 해석하는 경우가 많다. 바람둥이들도 의외로 첫눈에 반하는 사랑을 신봉한다. 영화 <나를 책임져, 알피>에서 바람둥이로 분한 주드 로.
“운명의 책은 언제나 중간에서…” 사랑학 전문가들의 설문조사에 따르면, 사람들이 사랑과 관련해서 가장 궁금해하는 질문 중 하나로 바로 이 질문을 꼽았다고 한다. 사랑에 빠져 결혼에 골인한 커플 중에서 ‘첫눈에 반한 사례’는 어느 정도 되는지, 그리고 그들은 그렇지 않았던 커플들보다 결혼 뒤에 행복한 생활을 누리고 있는지 매우 궁금해한다는 것이다. 그것은 아마도 많은 미혼 남녀들이 ‘내가 과연 잃어버린 내 반쪽을 만났을 때 단번에 그를 알아볼 수 있을까’에 대한 불안감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첫눈에 반한 사랑’ 옹호론자인 얼 나우만 박사는 1970년대 미국인 1495명(남자 547명, 여자 948명)을 대상으로 ‘첫눈에 반하는 사랑’에 대한 다양한 설문조사를 했다. 그 결과를 보면 첫눈에 반한 사랑이 존재한다고 믿는 사람은 응답자의 무려 64.1%나 되었다. 남녀의 차이도 별로 없었다(남자 65.2%, 여자 63.6%). 다시 말해 성별에 상관없이 전체 응답자 중 3분의 2가 첫눈에 반한 사랑이 존재한다고 강력히 믿고 있다는 것이다. 게다가 아시아나 태평양계 민족에서는 다른 민족들보다 그 수치가 월등히 높아 무려 80%가 첫눈에 반한 사랑을 믿는다고 응답했다. 우리 주변에도 운명적 사랑을 믿는 사람들이 얼마나 많은가? 첫눈에 반할 수 있다고 믿는 958명 가운데 558명, 즉 60%의 사람들은 첫눈에 반한 사랑에 ‘실제로 빠진 적이 있다’고 대답했다. 즉 전체 응답자 1495명 중 38% 정도가 첫눈에 반한 사랑을 실제로 경험한 적이 있다는 얘기다. 그렇다면 그들 중 결혼에까지 성공한 사람들은 얼마나 될까? 첫눈에 반한 커플은 뭔가 다를까? 통계에 따르면 ‘그렇다’! 첫눈에 반한 커플들 중에서 55%가 결혼에 성공했다. 미국의 경우 결혼 전 연애 경험이 5회를 넘는 것에 비추어보면, 첫눈에 반한 경우 결혼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상대적으로 매우 높은 편이다. 그렇다면 그들은 결혼 뒤에 더 행복하게 살까? 결혼에 골인한 첫눈에 반한 커플들 가운데 75.9%가 평균보다 더 오랜 결혼생활을 유지하고 있다고 한다. 미국의 평균 이혼율이 50%를 웃도는 상황에서, 첫눈에 사랑에 빠져서 결혼한 사람들 중 4분의 3이 아직 결혼생활을 지속하고 있다는 얘기다. 그들의 이혼율은 불과 15.9%. 나머지 8.2%는 사별을 한 경우다. 결국 첫눈에 사랑에 빠진 사람들이 결혼 뒤에 좀더 행복하게 잘살고 있다는 얘기다. 비스와바 심보르스카는 자신의 시 ‘첫눈에 반한 사랑’에서 첫눈에 반한 사랑을 ‘이미 결정된 운명적인 관계’라고 해석한다. 사람들은 갑작스런 열정이 자신들을 묶어주었고, 전에 한 번도 만난 적이 없었기에 ‘갑작스런 열정’에 더욱 확신을 갖지만, 사실 그들은 예전에 어느 회전문에서 얼굴을 마주쳤을 수도 있고, 잘못 건 전화로 잠시 목소리를 주고받았을 수도 있다. 우연이 그토록 여러 해 동안이나 그들을 데리고 장난을 친 것은 그들의 만남이 운명이 되기에는 아직 준비를 갖추지 못했기 때문. 그러다가 때가 되어 두 사람이 마주 보게 됐다는 것이 심보르스카의 주장이다. 이 시의 마지막 구절은 이렇게 끝난다. “모든 시작은/ 결국에는 다만 계속일 뿐./ 운명의 책은/ 언제나 중간에서부터 펼쳐지는 것을.” 1970년대와 1990년대, 사랑이 이렇게 변하니 여기까지만 읽는다면, 실제로 ‘첫눈에 빠진 사랑’은 소설 속 얘기만이 아니며, 많은 사람들은(최소한 38%는) 운명처럼 정해진 제 짝이 있으며, 그들은 자신의 반쪽을 단번에 알아볼 수 있다는 결론에 도달하게 된다. 그러나 1990년대 설문조사에서는 그 결과가 많이 다르게 나왔다. 사랑을 연구하는 커뮤니케이션 전문가 아얄라 파인스가 1990년대 미국인 커플 100쌍을 대상으로 조사한 바에 따르면, 남자와 여자들 중 약 11%만이 ‘자신의 파트너에 첫눈에 반했다’고 대답한 것으로 나타났다. 다시 말해 10명 중 한 사람만이 “나는 이 사람을 본 순간 ‘바로 이 사람이다’ 싶었어!”라고 대답했다는 것이다. 이것은 1970~80년대, 남녀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와 비교하면 많이 줄어든 수치다. 첫눈에 반한 커플들의 이혼율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90년대 커플들은 ‘우리의 운명은 여기까지!’라고 쉽게 선언하고, 다른 사람과의 운명적 만남을 찾아 미련 없이 떠난다는 것이다. 사실 결혼이 계약관계 중 하나였던 중세에서부터 20세기 이전까지 낭만적 사랑은 결코 결혼의 전제조건이 아니었으며, 한두 번 서로 얼굴 보고 결혼하는 경우가 다반사였다. 당시 결혼이라는 ‘집안과 집안의 계약관계’를 벗어나 ‘첫눈에 반한 이성’을 발견한다는 것은 생물학적 욕정과 크게 다르지 않게 해석되곤 했다. 20세기 들어 ‘낭만적 사랑’이 결혼의 전제조건이 되고 그 가치가 높게 평가받는 시대가 되면서, ‘첫눈에 반한 사랑’은 현대인의 ‘결혼에 대한 낭만적 신화’로 자리잡게 된다. ‘운명적 사랑의 완성이 바로 결혼’이라는 이 신화에는 결혼에 최상의 가치를 부여하는 이데올로기가 깔려 있다. 그러나 90년대 들어 결혼에 대해 다시 고려해야 할 변수가 늘어나면서 점점 첫눈에 반한 운명적 사랑에 대한 신화가 무너진 것은 아닌가 싶다. 결혼이 다시 경제적 거래요, 정치적·권력적 결연이 돼버린 오늘날, 첫눈에 반한 사랑을 믿는 것은 ‘아직 어리다’는 증거와 다름없는 사회가 돼버린 것이다. 사랑학 연구자들은 ‘첫눈에 반하는 사랑’을 ‘사랑’이 아니라 ‘생물학적 이끌림’으로 해석하는 경우가 많다. 첫눈에 반한 사람 앞에서 왠지 모르게 심장이 쿵쾅거리고 기분이 들뜨면서 행복해지는 것은 뇌에서 분비되는 도파민과 아드레날린 같은 화학물질의 작용 때문이다. 대개 첫눈에 사랑에 빠지는 사람은 활동적인 뇌를 갖고 있을 가능성이 높으며, 감정의 폭도 훨씬 넓고 깊다. 잠재 감성지수도 높기 때문에 감정이 이성을 압도하는 ‘감정의 이성 납치 현상’에 걸려들기 쉽다는 것이다. 특히 이상적 사랑을 꿈꾸는 젊은이에게 잘 나타나며, 그 사랑에 감전될 때 느끼는 감정의 폭과 깊이가 워낙 커서 여러 번 일어나기는 어렵다. 흔히 느낌은 근거 없는 것으로 여겨지지만 어쩌면 이성을 앞서는 유전적 기억과 본능이라는 것이 사랑학 전문가들의 주장이다. 사실 ‘첫눈에 반한 사랑’은 자연계에선 흔한 일이다. 대부분의 암컷들에게는 생리적으로 성숙하는 주기가 따로 있고 새끼를 낳는 시기가 따로 정해져 있다. 그들에게는 수컷의 씨를 받고 새끼를 낳고 자신의 유전자를 퍼뜨릴 수 있는 시간이 단 몇 주, 혹은 며칠밖에 없다. 그러니 모든 수컷 구애자들의 이력서를 검토하느라 몇 달씩 허비할 수가 없다. 시각과 청각, 후각 등 자신의 모든 감각을 동원해 단번에 판단하는 것이다. 실제로 여성들도 얼굴 인상만으로 ‘함께 가정을 꾸릴 경우 이 남자가 가족을 잘 보살필 만한 사람인가’를 굉장히 빠른 시간에 간파한다고 한다. 특히 그러한 능력은 가임기 때 현저히 늘어난다는 사실이 심리학 저널에 보고된 바 있다. 때론 핑계 또는 작업 수단 ‘첫눈에 반한 사랑’에 궁금증이 조금은 풀리셨는지. 마지막으로 할리우드의 유명한 바람둥이이자 매력남 조지 클루니에 대해 한마디 덧붙여야 할 것 같다. 그는 첫눈에 반한 사랑을 믿는 것으로 유명하다. 이미 4년간의 결혼생활을 한 바 있고, 러네이 젤위거에서 크리스타 앨런, 리사 스노든에 이르기까지 많은 여배우들과 염문을 뿌린 그는 매번 헤어진 이유에 대해 ‘운명적 사랑이 아닌 것 같다’는 말로 대신했다. 자신의 부모는 첫눈에 반해 결혼해 아직까지 행복한 결혼생활을 하고 있다며 그도 그런 사랑을 지금도 꿈꾼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그는 매번 새로운 사람을 쉽게 만나고 새로운 운명적 사랑을 찾아 쉽게 떠난다. 조지 클루니가 우리에게 주는 교훈은 ‘첫눈에 반한 운명적 사랑’은 때론 바람둥이에게 ‘헤어짐의 핑계’ 또는 ‘작업의 수단’이 될 수도 있다는 것이다. ● 666호 주요기사 ▶아시아는 넓고 살 것은 많다
▶늦장 노동판결, 피가 마른다
▶뜨겁게 숨쉬고 고맙게 먹으며 가볍게 걷는 길
▶돈 없고 ‘빽’ 없다면 쇼를 하라
▶‘666호’라고 두려워 말라
▶질문하는 경영자가 성공한다
▶‘김대중 납치사건’풀리지 않는 의혹
▶시골의사 박경철의 주식투자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