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겨레21 ·
  • 씨네21 ·
  • 이코노미인사이트 ·
  • 하니누리
표지이야기

‘개그 페이스’ 오프!

665
등록 : 2007-06-21 00:00 수정 :

크게 작게

<개그야>의 새 코너 ‘앞집女’의 박군을 보고 눈이 번쩍 뜨이다

▣ 안인용 기자 한겨레 매거진팀nico@hani.co.kr

“이게 정녕 개그 프로그램이란 말인가!”

월요일 밤 TV 앞에 앉아 문화방송 <개그야>의 새 코너 ‘앞집女’를 보다가 나도 모르게 목소리가 높아졌다. 재미가 없어서? 아니다. 연기가 별로여서? 절대 아니다. 외로운 앞집녀 남정미 옆에 나란히 서 있는 앞집 총각 ‘박군’ 박규희 때문이었다. 수목 미니시리즈 주·조연 수준의 놀라운 비디오에 적절한 톤의 오디오까지 겸비한 남자를 개그 프로그램에서 만나게 되다니,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남정미를 받쳐주는 캐릭터라 ‘웃기는’ 비중이 크지는 않지만 연기도 그 정도면 꽤 안정적이었다. <개그야>의 훈남·완소남이 될 것 같은 강한 예감이 머리를 스쳤다.

<개그콘서트> 패션 ‘7080’에서 활약했던 훈남 윤형빈과 홍경준, <개그야> ‘주연아’에서 매혹적인 여학생으로 나오는 김주연 모두 외모와 실력을 고루 갖춘 개그맨·개그우먼이다.


띠띠리디띠, 주연이 등 계그계 완소남녀들

이제 개그맨이 꼭 못생겼을 거라는 고정관념은 버려라. 어딘가 모자라게 생긴 얼굴이 ‘개그계의 장동건 얼굴’이던 시대는 예전에 지났고 그 모자람을 개성으로 채운 얼굴이나 신체조건이 ‘개그맨 필수조건의 8할’이던 시대도 지났다. 이제 잘생긴데다 웃기기까지 하면 ‘남다른 개그맨’이 되는 시대가 왔다. 물론 지금까지 개그맨 중에서도 때로 출중한 외모의 소유자들이 있었지만 탤런트 등과 나란히 놓고 보면 ‘역시 개그맨은 개그맨이지’라는 소리가 나오는 이들이 대부분이었다. 그러나 최근 개그 프로그램을 보면 탤런트·영화배우와 견줘도 쉽게 빠지지 않는 훈남·완소남 개그맨이 프로그램마다 꼭 있다.

먼저 SBS <웃찾사>에는 ‘육아일기’ 경분이 엄마로 얼굴을 알린 뒤 최근 ‘사랑의 병원’에서 젊은 시절 의사 역을 맡아 열연 중인 조두석이 있다. 멀쩡하게 잘생긴 이 청년은 여장을 훌륭하게 소화해냈고 지금은 복고풍 패션을 자기 옷처럼 입어내고 있다. 개그와 연기도 좋은 편이다. ‘띠리띠리’에서 ‘띠띠리디띠’로 큰 웃음을 주고 있는 김민수도 개그맨의 평균 외모를 웃도는 훈남이다. (그래서인지 ‘띠리띠리’가 나올 때와 ‘띠띠리디띠’가 나올 때 관객의 박수소리 데시벨이 다르다.) ‘누나누나’에서 “누구신데 그러세요?”를 외치던 오인택도 개구쟁이 스타일의 완소남이다. 한국방송 <개그콘서트>에는 지금은 막을 내린 ‘패션 7080’에 등장했던 훤칠하고 번듯한 개그맨 송병철과 홍경준이 있다. ‘내 이름은 안상순’에 출연 중인 윤형빈도 <개콘> 무대를 환하게 빛내주는 훈남이고, ‘대한민국 완소남’에 나오는 신인 개그맨 허경환은 키는 작아도 차세대 훈남 개그맨 예약자 중 한 명이다.

훈남·완소남 개그맨이 있다면 미녀·완소녀 개그우먼도 있다. <개콘> ‘연인’에서 귀엽고 깜찍한 외모로 시청자에게 눈도장을 받은 김지민은 탤런트 한지민과 같은 무대에서도 밀리지 않는 외모로 ‘디시인사이드’ 미녀 개그우먼 설문조사에서 1위를 차지했다. <개콘>에 김지민이 있다면 <개그야>에는 ‘주연아’의 김주연이, <웃찾사>에는 가수 출신 개그우먼 백보람이 있다. 이 둘은 예쁘기만 한 개그우먼에서 예쁜데다 연기력까지 갖춘 개그우먼으로 이미지를 확고히 하는 중이다. <개콘> ‘신인 대 선배’ 대결 코너인 ‘300’에서는 최근 훤칠한 키에 늘씬한 몸매, 빠지지 않는 얼굴까지 고루 갖춘 개그우먼을 여러 명 볼 수 있다. 그룹 ‘KBS’ 3명의 개그우먼 곽현아·성현주·장도연과 ‘3인3색’에 등장하는 장효인·허미영까지 모두 한국방송 22기 공채 개그우먼이다. 이들을 보면 달라지고 있는 개그맨·개그우먼의 경향을 짐작할 수 있다.

외모만 믿었다간, 아웃!

개그 프로그램 전성시대를 맞으면서 개그의 폭은 굉장히 넓어졌다. 몸으로 웃겨주는 개그맨이 있는가 하면 깔끔하게 언어유희로 웃겨주는 개그맨도 있고, 못생긴 개그맨이 더 망가지면서 주는 본능적인 웃음이 있다면 이제 잘생긴 개그맨이 망가지면서 주는 카타르시스 섞인 웃음도 있다. 개그 소재도 다채로워지면서 코너에 등장하는 캐릭터도 직업·연령·성격별로 다양해지고 있다. 그 역할을 소화해낼 개그맨의 외모 역시 폭이 넓어질 필요가 있다. 그런 의미에서 훈남·완소남 개그맨과 미녀·완소녀 개그우먼이 늘어나는 것은 나쁘지 않은 신호다. 물론 외모만 믿고 적극적인 개그와 연기를 꺼려 한다면, 바로 아웃이라는 거!

[665호 한겨레21 주요 기사]

▶“NSC·외교부·국방부가 과장 보고 했다”
▶세균, 민감과 공포사이
▶한국 정치 ‘아부의 정석 10’
▶고치려 하지말고 돌봐주세요
▶사고 1년, 겁나는 급식


좋은 언론을 향한 동행,
한겨레를 후원해 주세요
한겨레는 독자의 신뢰를 바탕으로 취재하고 보도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