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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지이야기

아가씨의 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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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7-06-14 00:00 수정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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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림·글 최규석

이런저런 만화 관련 행사의 일들은 대부분 주최 쪽 직원이나 자원봉사자들이 맡아 하는데 유독 개막식, 폐막식, 시상식 같은 각을 좀 잡아야 하는(내외 귀빈이 대거 참석하는) 자리에서는 아가씨들이 그 일을 대신한다(여기서 아가씨란 비혼인 듯 보이는, 예쁘다는 소리를 가끔 혹은 자주 들을 듯한 젊은 여성을 말한다).예상컨대 다른 행사라 해서 별다르지 않을 것이다.
그들이 하는 일은 꽃다발과 상패를 들고 있거나 귀빈과 수상자들의 동선을 안내하는 것인데, 당연히 자원봉사자나 주최 쪽 직원들이 해도 되는 일이고 그게 더 이치에 맞아 보인다.

비행기, 새로 연 가게 앞, 텔레비전…. 어디로 눈을 돌려도 아가씨들이 넘쳐나는 세상이고 그렇게 해야만 먹고 살 수 있다 하니 그들의 밥그릇에까지 태클을 걸 마음은 없다(사실 걸고 싶기는 하다).
하지만 세금 들여 하는 ‘문화’ 행사에까지 아가씨들을 모셔다 두는 이유를 도통 모르겠다.

혹시 아가씨 없이는 술도 한 모금 못 넘기시는 분들이 자신의 특수한 취향을 공적인 자리에서 인정받고 싶어 그러시는 건가 하고 나름의 가설을 세워봤는데 설마 그런 특이한 분이 그렇게나 많겠는가.


하기야 관공서 입구에서조차 영감님 출퇴근길 즐거우시라고 아가씨들을 둔다고 하니 이미 내 판단 능력을 넘어선 일인 듯하다.

“너는 아가씨 보면 좋지 않냐?”고?
당연히 나도 아름다운 여인을 보는 것이 즐겁다.
그런데… 그래서 어쩌라고.
화장실까지 끌고 가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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