먹이사슬 장악한 생물종에 따라 대기 변화… 양서류·파충류 등 지표생물군 합류
지구는 민감하게 작동하는 거대한 생태학적 실험실이다. 인간의 손길이 미치는 곳은 어디든 실험에서 예외일 수 없다. 어떤 지역에 다양한 종의 생물체가 살고 있다면 생태학적으로 건강한 곳이다. 환경오염에 따른 생물체의 반응은 매우 민감하다. 일부 종은 환경에 적응해 고유한 환경조건에서만 서식할 수 있다. 환경에 민감한 생물종이 사는 지역에 오염원이 나타난다면 먹이사슬이 작동하지 않는 사태를 맞이하게 된다. 공해가 생태계 먹이사슬의 주도권을 장악하면서 차츰 ‘악마의 사슬’이 자리잡고 있는 추세이다. 그런데 문제는 이런 현상이 특정지역의 생물다양성 감소에 머물지 않는다는 것이다. 아주 작은 생물학적 변화도 지구 전체에 커다란 영향을 끼칠 수 있는 탓이다.
배스가 호수의 주도권 장악하게 되면…
지구를 위험에 빠뜨리는 것은 광범위한 자연파괴만이 아니다. 작은 호수에 서식하는 물고기의 개체 수를 조종하는 것만으로도 예기치 못한 사태를 맞이할 수 있다. 정상적인 생태계의 먹이사슬에서 일어나는 호수와 대기간의 탄소 순환 흐름이 뒤바뀌는 사태까지 발생하기도 한다. 호수의 필수 영양성분인 탄소는 주로 땅에서 유입되게 마련이다. 낙엽이나 유기물질 등이 호수로 흘러들어 이산화탄소를 생성하는 것이다. 이때 탄소가 남아도는 호수는 이산화탄소 형태로 공기중에 방출한다. 반대로 이산화탄소가 부족한 호수에서는 탄소가 대기에서 바로 유입된다. 그런데 호수에서 어떤 식으로든 생물학적인 변화가 일어난다면 탄소의 정상적인 순환과정이 흐트러진다.
예컨대 어떤 호수에서 배스라는 물고기가 먹이사슬의 상위집단을 이룬다면 이전의 생태계와는 다른 변화를 일으킨다. 호수에서 동물 플랑크톤은 말조류를 먹고 산다. 그 동물 플랑크톤을 주식으로 삼는 게 연준모치이다. 그런데 배스가 출현하면 사정이 달라진다. 배스가 먹이사슬의 상위에 있던 연준모치를 먹어치우는 것이다. 당연히 연준모치의 숫자가 줄어들고 동물 플랑크톤의 수가 늘어나면서 대기로 방출되는 탄소량이 획기적으로 많아진다. 동물 플랑크톤 수가 늘어날수록 탄소를 소비하는 말조류 식물이 사라져 호수의 탄소 소비량이 급격히 줄어든 탓이다. 만일 연준모치가 지배하는 호수라면 그 양상은 반대로 나타난다. 연준모치가 동물 플랑크톤을 잡아먹으면서 호수의 말조류 식물은 천적을 피하게 되는 것이다. 이로 인해 호수에서 말조류 식물이 크게 증가해 많은 양의 탄소를 소모하게 된다. 이때는 대기에서 탄소를 유입해야 한다. 이런 식으로 물고기가 탄소 순환에 영향을 주는 이유는 바로 호수 먹이사슬의 변화에 있다. 호수의 최강자가 누구인지에 따라 대기의 상태가 변하는 것이다. 물론 아무리 커다란 호수라 해도 그곳에 있는 특정 물고기 집단이 지구적 문제를 일으키기는 어렵다. 하지만 호수에서 일어나는 생태계의 변화는 지구적 차원에서도 얼마든지 일어날 수 있다. 대양차원에서 대기 순환 과정이 변할 수 있는 것이다. 이미 육지에서 유입되는 각종 물질들로 인해 해안주변의 바다는 상당한 유기화가 이루어졌다. 게다가 대규모의 어류 남획이 이루어지면서 해상 먹이사슬에도 변화가 이루어지고 있는 실정이다. 아직까지 바다 생태계의 변화에 관한 구체적인 정보가 부족한 게 사실이지만 생태학적 변화가 가속화되는 것만은 틀림없는 사실이다. 이 순간에도 지구의 생태학적 실험은 끊임없이 진행되고 있다. 문제는 그 실험이 더 나은 방향으로 나아가지 않고 파괴적 양상으로 진행된다는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변하지 않는 게 아름답다는 말이 생태계에서는 절대적 가치인지도 모른다. 하지만 지구 생태계는 끊임없이 변하면서 위험한 미래를 예고하고 있다. 특정지역의 생태적 변화를 추적 관찰하지 않는다면 빙하시대와 같은 생물체 멸종 사태를 피하기 어려울 전망이다. 현재 지구상엔 시간당 4종씩, 해마다 최소한 3만여종의 생물이 사라지고 있다. 이미 포유동물, 파충류, 양서류, 어류의 25%가 멸종 위기에 놓여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서식지의 파괴로 말미암아 멸종 위기로 치달은 생물종들이 최근에는 환경적인 영향으로 치명적인 위기를 맞고 있다. 다만 천천히 조용하게 생태학적 실험을 벌이고 있어 인간의 눈에 띄지 않을 뿐이다. 생태계의 작은 변화를 추적하는 것은 지구적 문제를 해결하는 실마리가 되기도 한다. 환경상태에 따른 군집과 생태계에 대한 귀중한 자료를 얻을 수 있는 것이다. 환경 특성의 정도를 나타내는 지표로 사용되는 생물종을 ‘지표생물’이라고 한다. 지표생물은 환경 변화의 초기 경보를 제공할 수 있을 정도로 충분히 민감해야 하고, 지리적으로 넓게 분포해야 하며, 광범위한 스트레스에 대해 지속적으로 평가를 제공해야 한다. 대표적인 게 곤충이다. 수서생태계에서 곤충은 오래 전부터 오염 수준을 알려주는 수질의 지표로 널리 이용돼왔다. 최근에는 전세계적으로 치명적인 곰팡이의 영향으로 개구리, 두꺼비, 도롱뇽과 같은 양서류까지 급격히 줄어들고 있어 새로운 생물지표로 떠오르고 있다. 생태실험 상태를 보여주는 지표생물들
특정지역에서 생물종의 존재 혹은 부재만 살펴봐도 생태계 실험의 진행상황을 파악할 수 있다. 지표생물을 통해 인간이 생태계에 끼친 영향을 예감하는 것이다. 산성토양에서 잘 자라는 이끼류는 아황산가스나 산성비에 아주 민감하기 때문에 대기오염의 지표로 사용된다. 미국자리공은 대기오염에 비교적 강하기에, 이 식물이 많다는 것은 대기환경이 나쁘다는 걸 보여준다. 환경오염도를 가늠하게 하는 지표생물도 있다. 지중해 연안에 서식하는 보라색 이끼류인 리트머스는 공업화에 따른 대기오염으로 산성비가 내릴 때 붉은색으로 변하며, 보라색 양달개비꽃은 방사선에 노출되었을 때 분홍색으로 변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들깻잎은 아황산 가스에 민감하게 반응해 오염도가 클수록 황 성분이 갈색 반점을 만들어내고 엽록소는 줄어든다. 오염된 환경에서 번성하는 적조류는 그 존재만으로 수질오염 상태를 그대로 보여준다.
이제 지구 생태계의 실험은 특정 생물종에 머물지 않는다. 주로 미생물이나 식물, 산천어와 열목어 등의 물고기에 머물던 지표생물군이 이미 양서류와 파충류 등으로까지 확대되었다. 이들은 삼림벌채와 습지의 고갈, 각종 오염 등의 위협에서 벗어날 힘이 없었던 까닭에 위험에 빠졌다. 결국 모든 생물종이 지표생물 구실을 하는 것은 머지않은 미래의 일이다. 많은 생태 시스템에서 먹이사슬의 꼭대기에서 환경의 건강 척도 구실을 하는 생물종이 잇따라 위험에 빠지는 것은 지구라는 오래된 행성의 위기를 보여준다. 그럼에도 우리는 지구 생태계 실험이 어느 지점에 이르렀는지 모르고 있다. 지금 지구촌 곳곳에서 벌어지는 작은 실험의 결과를 짐작도 하지 못한 채 지구의 모험을 즐기고 있는 셈이다.
김수병 기자 soob@hani.co.kr

사진/해양 생태계가 변하면 지구적 차원의 문제를 일으키기도 한다. 사진은 심해의 생물들.(SYGMA)

사진/작은 생태계의 변화를 보여주는 생물들. 사슬의 변화를 일으키는 배스(위). 물과 육지를 오가며 사는 도룡뇽(아래).
예컨대 어떤 호수에서 배스라는 물고기가 먹이사슬의 상위집단을 이룬다면 이전의 생태계와는 다른 변화를 일으킨다. 호수에서 동물 플랑크톤은 말조류를 먹고 산다. 그 동물 플랑크톤을 주식으로 삼는 게 연준모치이다. 그런데 배스가 출현하면 사정이 달라진다. 배스가 먹이사슬의 상위에 있던 연준모치를 먹어치우는 것이다. 당연히 연준모치의 숫자가 줄어들고 동물 플랑크톤의 수가 늘어나면서 대기로 방출되는 탄소량이 획기적으로 많아진다. 동물 플랑크톤 수가 늘어날수록 탄소를 소비하는 말조류 식물이 사라져 호수의 탄소 소비량이 급격히 줄어든 탓이다. 만일 연준모치가 지배하는 호수라면 그 양상은 반대로 나타난다. 연준모치가 동물 플랑크톤을 잡아먹으면서 호수의 말조류 식물은 천적을 피하게 되는 것이다. 이로 인해 호수에서 말조류 식물이 크게 증가해 많은 양의 탄소를 소모하게 된다. 이때는 대기에서 탄소를 유입해야 한다. 이런 식으로 물고기가 탄소 순환에 영향을 주는 이유는 바로 호수 먹이사슬의 변화에 있다. 호수의 최강자가 누구인지에 따라 대기의 상태가 변하는 것이다. 물론 아무리 커다란 호수라 해도 그곳에 있는 특정 물고기 집단이 지구적 문제를 일으키기는 어렵다. 하지만 호수에서 일어나는 생태계의 변화는 지구적 차원에서도 얼마든지 일어날 수 있다. 대양차원에서 대기 순환 과정이 변할 수 있는 것이다. 이미 육지에서 유입되는 각종 물질들로 인해 해안주변의 바다는 상당한 유기화가 이루어졌다. 게다가 대규모의 어류 남획이 이루어지면서 해상 먹이사슬에도 변화가 이루어지고 있는 실정이다. 아직까지 바다 생태계의 변화에 관한 구체적인 정보가 부족한 게 사실이지만 생태학적 변화가 가속화되는 것만은 틀림없는 사실이다. 이 순간에도 지구의 생태학적 실험은 끊임없이 진행되고 있다. 문제는 그 실험이 더 나은 방향으로 나아가지 않고 파괴적 양상으로 진행된다는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변하지 않는 게 아름답다는 말이 생태계에서는 절대적 가치인지도 모른다. 하지만 지구 생태계는 끊임없이 변하면서 위험한 미래를 예고하고 있다. 특정지역의 생태적 변화를 추적 관찰하지 않는다면 빙하시대와 같은 생물체 멸종 사태를 피하기 어려울 전망이다. 현재 지구상엔 시간당 4종씩, 해마다 최소한 3만여종의 생물이 사라지고 있다. 이미 포유동물, 파충류, 양서류, 어류의 25%가 멸종 위기에 놓여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서식지의 파괴로 말미암아 멸종 위기로 치달은 생물종들이 최근에는 환경적인 영향으로 치명적인 위기를 맞고 있다. 다만 천천히 조용하게 생태학적 실험을 벌이고 있어 인간의 눈에 띄지 않을 뿐이다. 생태계의 작은 변화를 추적하는 것은 지구적 문제를 해결하는 실마리가 되기도 한다. 환경상태에 따른 군집과 생태계에 대한 귀중한 자료를 얻을 수 있는 것이다. 환경 특성의 정도를 나타내는 지표로 사용되는 생물종을 ‘지표생물’이라고 한다. 지표생물은 환경 변화의 초기 경보를 제공할 수 있을 정도로 충분히 민감해야 하고, 지리적으로 넓게 분포해야 하며, 광범위한 스트레스에 대해 지속적으로 평가를 제공해야 한다. 대표적인 게 곤충이다. 수서생태계에서 곤충은 오래 전부터 오염 수준을 알려주는 수질의 지표로 널리 이용돼왔다. 최근에는 전세계적으로 치명적인 곰팡이의 영향으로 개구리, 두꺼비, 도롱뇽과 같은 양서류까지 급격히 줄어들고 있어 새로운 생물지표로 떠오르고 있다. 생태실험 상태를 보여주는 지표생물들

사진/급격히 개체 수가 줄어드는 거북과 악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