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웃찾사> 바디밴드와 <개그콘서트> 생활교양곡의 흥겨운 개그에 반하다
▣ 안인용 기자 한겨레 매거진팀nico@hani.co.kr
사람도 열려 있는 사람이 좋은 것처럼, 개그도 열려 있는 개그가 좋다. 미술이나 영화, 음악이 갖고 있는 재미를 개그로 만들어내는 코너에는 두 번 눈이 간다. 그중에서도 지루하기로 이 동네에서 소문난 고전음악과 뮤지컬, 아카펠라까지 각종 음악과의 ‘급만남’에 성공한 코너들을 보면 그런 생각이 더 확고해진다. 그런 의미에서 먼저 SBS <웃찾사>의 ‘바디밴드’와 한국방송 <개그콘서트>의 신설 코너 ‘생활교향곡’을 거들떠보자.
‘뮤지컬’은 차라리 종합선물세트
‘바디밴드’는 독특한 아이디어로 승부수를 던진 코너다. ‘바디밴드’에서 흘러나오는 모든 음악은 개그맨들이 직접 연주한 곡. 물론 여기서 ‘연주’란 꼭 손으로 악기를 만져 멜로디를 만들어낸다는 뜻은 아니다. ‘바디’만큼은 절대 남부럽지 않은 개그맨 문세윤과 정재영이 이 코너의 주역이다. 정확히 말하면 문세윤의 뱃살과 정재영의 코가 주역이다. 문세윤은 뱃살로 피아노를 연주하고 정재영은 코로 건반을 두드린다. 두드리는 것은 누구나 할 수 있지만, 이들은 실제로 음악을 ‘연주’한다는 게 중요하다. 그것도 모차르트의 피아노 소나타 등 고전음악부터 귀에 익숙한 팝송까지 다채로운, 그리고 꽤 어려운 곡들을 말이다. 놀라운 피아노 실력을 선보이는 개그우먼 김숙·손명은과 흰색 연미복을 입고 특유의 표정으로 얄미운 지휘자 캐릭터를 소화해내는 김늘메의 역할도 빼놓을 수 없다. 개그맨의 몸과 고전음악이 만나면, 이렇게 재미있는 모습이 펼쳐진다.
‘생활교향곡’은 코너 제목 그대로 우리의 생활과 교향곡이 만났을 때 어떤 일들이 벌어지는지를 보여주는 코너다. 한창 바쁘게 김장김치를 담그고 있는 현장에 검은색 연미복을 입고 지휘봉까지 잡은 지휘자 이수근이 등장한다. (이수근의 머리 모양은 우리나라에서도 화제가 됐던 일본 드라마 <노다메 칸타빌레>의 변태기가 다분한 할아버지 지휘자 슈트레제만, 일명 미르히를 닮았다.) 이수근의 지휘가 시작되면 조르주 비제의 오페라 <카르멘>에 나오는 <투우사의 노래>가 흘러나온다. 김장김치를 담그는 사람들의 손길은 웅장한 멜로디에 맞춰 일사불란하게 움직인다. 김병만은 마치 바이올린의 활이 움직이듯이 배추를 자르고, 정명훈은 팀파니 연주자의 손놀림처럼 고춧가루를 배추에 뿌린다. 무를 자르는 손과 흘러내린 고무장갑을 다시 끼는 손, 배추를 버무리는 손은 오케스트라 단원처럼 음악에 따라 움직인다. 음악에 대한 자세한 정보는 아래 자막으로 뜨는 센스까지! 김장김치와 고전음악이 만나면, 이렇게 시원한 웃음이 터진다.
‘바디밴드’와 ‘생활교향곡’이 개그와 절대 어울리지 않을 것 같은 고전음악을 소재로 선택했다면 <개그콘서트>의 ‘뮤지컬’과 ‘노량진 블루스’, <웃찾사>의 ‘파티 타임’은 가요와 아카펠라, 댄스음악을 개그의 도구로 적극 활용한다. ‘뮤지컬’은 마치 한 편의 뮤직비디오처럼 가요의 분위기에 맞춘 이야기를 개그로 구성한다. 때로는 웃음 대신 눈물을 주기도 하는 이야기와 대단한 가창력을 뽐내는 개그맨들을 보고 있으면 짧은 시간 동안 개그와 음악, 이야기까지 많은 것들을 종합선물세트로 받은 것 같은 기분이 들기도 한다. ‘노량진 블루스’는 아카펠라가 절반을 이루는 코너다. 절절한 사연의 고시생 ‘노량진 박’ 박휘순과 ‘창식이 형’ 임혁필의 웃고 있어도 눈물이 나는 이야기에 무대에서 생음악으로 들려주는 아카펠라 그룹 다이아(D.I.A)의 아카펠라가 묘하게 겹쳐지면, 출처를 알 수 없는 웃음이 새어나온다. 지금은 문을 닫은 코너 ‘파티 타임’은 할아버지부터 대대로 DJ라는 설정으로 업소에서 주로 흘러나오는 각종 댄스음악을 개그와 절묘하게 연결해서 큰 사랑을 받았다.
개그와 음악의 만남이여, 영원하라
그 옛날 개그맨 박세민이 팝송 중 우리말과 비슷하게 들리는 부분을 찾아 꾸몄던 코너 ‘뮤직토크’부터 최근작 ‘생활교향곡’까지 개그와 음악의 만남은 새로운 개그를 개척하는 데 큰 구실을 했다. 아직 많이 남은 수많은 장르의 음악을 개그 프로그램에서 들을 수 있기를 바라며, 앞으로도 개그와 음악의 만남이 쭉 계속되길!

개그와 고전음악을 연결해 색다른 웃음을 만들어낸 SBS <웃찾사>의 ‘바디밴드’와 한국방송 <개그콘서트>의 ‘노량진 블루스’(아래사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