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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지이야기

‘팬덤 비즈니스’의 승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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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1-03-20 00:00 수정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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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레이트풀 데드. 71년 처음 결성돼 올해로 30년을 맞은 그룹 이글스나 올해 결성 25주년이 된 에어로스미스보다도 더 오래된 이 밴드는 한마디로 미국 대중음악계의 살아 있는 신화다. 지난 95년 리더였던 제리 가르시아가 숨졌지만, 이들의 공연은 그치지 않았다. 최근 들어서는 비록 잠정 해체상태지만 아직 팬들에게 그레이트풀 데드의 인기는 변함이 없다. 세계적인 지명도에서는 다른 그룹들에 비해 떨어질지 몰라도 적어도 미국 내에서는 록음악 역사상 가장 성공한 밴드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특히 콘서트투어면에서는 그 어떤 그룹들보다도 확고한 위상을 세웠다.

이들이 등장한 것은 히피운동이 절정에 이르렀던 60년대 중반. 30여년을 활동하면서도 빌보드차트 1위곡은커녕 10위권에 든 히트곡조차 내지 못했다. 그런데도 이들은 골수팬들을 거느리며 30여년 동안 최고의 공연밴드로 명성을 유지해왔다.

그레이트풀 데드의 이런 성공은 한마디로 팬들과의 유대관계에서 나왔다. 이들보다 유명하고 인기있었던 밴드와 가수는 많았지만, 이들처럼 팬들과의 돈독하고 끈끈한 관계로 이어진 가수는 유례를 찾아보기 힘들다. 워낙 오랫동안 활동하다보니 음악적 스타일은 바뀌어왔지만 팬층은 그대로 이어진 것도 특징이다. 같은 시기 함께 등장한 그룹 제퍼슨 에어플레인(뒤에 제퍼슨 스타십으로 바꿈)이 시대의 변화에 따라 팬층이 바뀌었던 것과는 달리 이들은 ‘한번 팬은 영원한 팬’을 자처하는 지지자들과 함께 나이를 먹어가며 콘서트장에서 교감을 나눴다.

변변한 히트곡 하나 없는 이 그룹이 이처럼 팬들의 열광적인 지지를 이끌어낼 수 있었던 비결은 뭘까. 바로 팬들에 대한 이 밴드 특유의 태도와 철학에 있다. 그레이트풀 데드는 팬들이 자신의 콘서트를 녹화할 수 있도록 허락했다. 거의 모든 가수들이 실황공연 녹화테이프를 팔기 위해 금지했던 것과는 대비되는 대목이다. 또한 팬들이 공연을 녹음해 비정규음반을 내거나 이를 인터넷사이트에 올리는 것도 모두 허락했다. 이런 덕분에 팬들은 더욱 이들에게 친밀감을 느꼈다. 이 밖에도 그레이트풀 데드는 음반보다 콘서트에 치중하면서 팬들이 우편으로 공연티켓을 살 수 있도록 하는 등의 배려로 한번 인연을 맺은 팬들을 붙잡았다.

이처럼 팬들을 오랫동안 유지시키는 이들의 성공적인 팬관리 방식은 마케팅적으로 연구대상으로도 다뤄질 만큼 주목받았다. 경제잡지 <포브스>가 이들의 비즈니스를 진지하게 다루기도 했을 정도였다. 그레이트풀 데드는 90년대 이후 연간소득이 수백만달러를 넘어섰고, 94년에는 무려 9500만달러의 수익을 올렸다. 공연 티겟판매로만 5천만달러를 벌었고, 그레이트풀 데드 브랜드의 골프공에 유아복 등 관련상품만 3500만달러 어치를 팔았다. 모두 오랜 세월 함께해온 광적인 팬들의 덕분이었다.


구본준 기자 bonbo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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