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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지이야기

악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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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7-05-03 00:00 수정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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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글 ·그림 최규석

그럴 일이 없을 줄 알았는데
어찌 살다 보니 지도층 인사라 불리는 분들(그러니까 무슨 행사 때마다 행사가 재밌어지는 것을 막기 위해 가슴에 꽃을 달고 나타나서 돌아가며 연단을 점령하시는 분들)을 만날 일이 종종 생긴다.

무슨 이유에서인지 이분들은 악수를 주된 인사 수단으로 사용하는데
흔히 나 같은 평민들은 허리를 살짝 굽힌 상태에서 두 손을 내고
그분들은 온화한 미소와 함께 한 손을 쓰는 것이 일반적인 그림이다.

나는 별것 아닌 일에 배알이 꼬이는 섬세한 성격인지라
상대방이 아무리 나이가 많아도 그분이 내미는 손 개수에 내 손을 맞추는 편이다.
물론 우리 체육관 관장님이라든가 하는 동네 아저씨들에게는
나 또한 착한 동네 청년 모드로 알아서 굽실거려드리지만
지도층 인사쯤 되는 분들이라면 이런 기이한 악수 풍경에
남다른 감수성을 가져주기를 은근히 바라는 거다.

그치만 가정교육 알차게 받은 사람의 몸에 밴 장유유서를
떨치기란 그리 쉬운 일이 아니라서
때때로 우스운 악수를 하게 된다.


예비군 끝나면 좀 나아지려나 했는데
아무래도 민방위 끝날 때까지
기다려야 한보다.

오해를 방지하기 위해 덧붙이자면
나는 전철이나 버스에서 노인에게
자리 양보를 잘하는 청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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