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그림·글 유승하
첫 직장을 갖고 하루하루가 내 것만 같던 스물여섯 즈음.
지금은 기억도 안 나는 모임에서 내 인생의 모델이던 선배를 만났다.
드라마 마지막회 같던 결혼식을 끝으로 보기 힘들다가
오랜만에 얼굴을 보인 선배는
모임 시작부터 끝날 때까지 아이들 이야기만 했다.
아이 둘 키우고 나니 어느새 10년이 사라졌다며
주름진 미소를 보일 땐 주인공이 바뀐 듯 혼란스러웠다. 결혼하고 10년이 지나 마흔을 앞둔 내가
큰아이 숙제와 둘째아이 투정으로 하루를 채우고
정글 같이 어질러진 집안을 닦다가
거울 속에서 졸린 듯 희미한 표정을 지은아줌마를 보고서
언 듯이 멈춰섰다. 이것도 세상 사는 맛이겠지? 나도 피식 주름진 웃음을 띤다.
치우고 닦고 씻기고 먹이고 또 밥하고 치우고 닦으며
흘려보낸 구정물 따라 내 인생도 조금씩 하수도를 타고 내려 간다.
지금은 기억도 안 나는 모임에서 내 인생의 모델이던 선배를 만났다.
드라마 마지막회 같던 결혼식을 끝으로 보기 힘들다가
오랜만에 얼굴을 보인 선배는
모임 시작부터 끝날 때까지 아이들 이야기만 했다.
아이 둘 키우고 나니 어느새 10년이 사라졌다며
주름진 미소를 보일 땐 주인공이 바뀐 듯 혼란스러웠다. 결혼하고 10년이 지나 마흔을 앞둔 내가
큰아이 숙제와 둘째아이 투정으로 하루를 채우고
정글 같이 어질러진 집안을 닦다가
거울 속에서 졸린 듯 희미한 표정을 지은아줌마를 보고서
언 듯이 멈춰섰다. 이것도 세상 사는 맛이겠지? 나도 피식 주름진 웃음을 띤다.
치우고 닦고 씻기고 먹이고 또 밥하고 치우고 닦으며
흘려보낸 구정물 따라 내 인생도 조금씩 하수도를 타고 내려 간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