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안병수 <과자, 내 아이를 해치는 달콤한 유혹> 지은이 baseahn@korea.com
‘이건 단순한 술이 아니다!’ 한 회식 자리에서 일본인 남매 두 사람은 그만 넋을 잃어버린다. 루비를 녹여 만든 듯한 심홍색 액체, 그 황홀한 맛을 담은 유리 용기에는 ‘로마네 콩티 에세조 1985’라는 라벨이 붙어 있었다. 프랑스 부르고뉴의 고급 와인이다. 두 사람은 순식간에 와인의 포로가 된다. 그리고 책을 낸다. 요즘 우리나라의 서점가에서도 소문이 자자한 성인만화 <신의 물방울>이 그것이다.
<신의 물방울>은 와인업계에 몸담고 있는 사람에겐 복음서다. 난데없이 와인 열풍을 불러와서다. 흔히 와인 하면 샹들리에가 드리워진 고급 레스토랑에서나 어울리는 술이 아니던가. 그러나 요즘은 동네 삼겹살집에서도 와인 병을 기울이는 모습이 종종 목격되곤 한다. 대형 할인마트는 물론, 서민 아파트 주변의 슈퍼마켓에도 와인 코너가 들어섰다.
국민이 와인에 관심을 갖는 것은 나쁜 일은 아니다. 최소한 건강 측면에서는 그렇다. 다양한 종류의 천연 항산화 물질들, 그리고 풍부한 비타민·미네랄 등이 몸속에서 여러 유익한 작용을 할 테니까. 식생활이 비교적 자유로운 프랑스인들이 살찌지 않고 건강하다는 이른바 ‘프렌치 패러독스’도 와인과 무관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슬로푸드의 나라 이탈리아에서는 와인이 빠진 건강식단은 생각해볼 수 없을 정도다.
그렇다면 이처럼 늘 친건강적인 형용사로만 설명할 수 있는 것이 와인일까? 유감스럽지만 와인에도 허물이 있다. 누구든 쉽게 떠올릴 수 있는 그 허물은 바로 술이라는 사실. 아무리 건강 개념을 표방한다 해도 술이 갖는 한계를 벗어날 수는 없다. ‘하루에 한두 잔’이라는 단서가 꼭 따라붙는 것도 그래서다. 그런데 ‘와인은 술’이라는 이 등식은 어찌 보면 허물이 아닐지도 모른다. 누구나 인지하는 문제는 더 이상 문제가 아닐 테니 말이다. 와인에는 또 하나의 허물이 있다. 그것은 주머니 속의 송곳처럼 숨어 있기에 더 고약한 문제가 될 수 있다. 와인 병의 뒤에 붙어 있는 라벨을 보자. ‘이산화황’이라는 표기가 있다. 경우에 따라서는 ‘무수아황산’이라고도 표기된다. 식품첨가물이라고 설명돼 있다. 이 물질은 무엇이고 왜 사용하는 것일까. 와인은 발효되는 과정에서 여러 종류의 미생물들이 작용한다. 개중에는 발효에 악영향을 미치는 놈도 있다. 이런 나쁜 미생물이 득세하면 발효가 원하는 대로 이루어지기 어렵다. 이루어진다 해도 저급의 불량 와인이 될 수밖에 없다. 이 무질서를 평정하는 것이 이산화황이다. 이산화황의 강력한 항균력이 불필요한 미생물의 번식을 억제한다. 발효 뒤에도 일정한 품질을 유지하도록 보살핀다. 문제는 와인을 통해 그 이산화황이 우리 몸에 들어왔을 때다. 미생물의 생육을 억제하는 물질인 만큼 조용히 있을 리 없다. 인체 세포에도 다각적으로 고통을 가할 것이다. 실제로 두드러기, 호흡곤란, 현기증 등을 유발할 수 있다는 보고가 있다. 특히 천식 환자나 천식의 병력이 있는 사람에게는 치명적인 결과를 빚을 수 있다. “와인은 인생을 행복하게 만드는 도구.” 세계적인 와인평론가 로버트 파커의 칭송이다. 맞는 말이다. 와인은 훌륭한 식품이다. 그러나 완벽한 식품은 아니다. 와인업계는 와인 열풍이 분다고 샴페인만 터뜨리고 있을 때가 아니다. 하루빨리 ‘주머니 속의 송곳’을 빼내야 한다.

일러스트레이션/ 이우만
그렇다면 이처럼 늘 친건강적인 형용사로만 설명할 수 있는 것이 와인일까? 유감스럽지만 와인에도 허물이 있다. 누구든 쉽게 떠올릴 수 있는 그 허물은 바로 술이라는 사실. 아무리 건강 개념을 표방한다 해도 술이 갖는 한계를 벗어날 수는 없다. ‘하루에 한두 잔’이라는 단서가 꼭 따라붙는 것도 그래서다. 그런데 ‘와인은 술’이라는 이 등식은 어찌 보면 허물이 아닐지도 모른다. 누구나 인지하는 문제는 더 이상 문제가 아닐 테니 말이다. 와인에는 또 하나의 허물이 있다. 그것은 주머니 속의 송곳처럼 숨어 있기에 더 고약한 문제가 될 수 있다. 와인 병의 뒤에 붙어 있는 라벨을 보자. ‘이산화황’이라는 표기가 있다. 경우에 따라서는 ‘무수아황산’이라고도 표기된다. 식품첨가물이라고 설명돼 있다. 이 물질은 무엇이고 왜 사용하는 것일까. 와인은 발효되는 과정에서 여러 종류의 미생물들이 작용한다. 개중에는 발효에 악영향을 미치는 놈도 있다. 이런 나쁜 미생물이 득세하면 발효가 원하는 대로 이루어지기 어렵다. 이루어진다 해도 저급의 불량 와인이 될 수밖에 없다. 이 무질서를 평정하는 것이 이산화황이다. 이산화황의 강력한 항균력이 불필요한 미생물의 번식을 억제한다. 발효 뒤에도 일정한 품질을 유지하도록 보살핀다. 문제는 와인을 통해 그 이산화황이 우리 몸에 들어왔을 때다. 미생물의 생육을 억제하는 물질인 만큼 조용히 있을 리 없다. 인체 세포에도 다각적으로 고통을 가할 것이다. 실제로 두드러기, 호흡곤란, 현기증 등을 유발할 수 있다는 보고가 있다. 특히 천식 환자나 천식의 병력이 있는 사람에게는 치명적인 결과를 빚을 수 있다. “와인은 인생을 행복하게 만드는 도구.” 세계적인 와인평론가 로버트 파커의 칭송이다. 맞는 말이다. 와인은 훌륭한 식품이다. 그러나 완벽한 식품은 아니다. 와인업계는 와인 열풍이 분다고 샴페인만 터뜨리고 있을 때가 아니다. 하루빨리 ‘주머니 속의 송곳’을 빼내야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