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수 해외유출 막기 위해 만든 ‘2년 유예’ 조항, ‘특별사면’ 받고 들어온 해외파 선수들
▣ 신명철 <스포츠2.0> 편집위원
썰물이 있으면 밀물이 있고, 흥망성쇠는 이어진다. 스포츠도 마찬가지다. 영원한 강자는 없는 법이고, 권토중래는 이뤄지게 돼 있다. 겨울 리그에서 9연속 우승하며 영원한 ‘배구제국’을 구가할 것 같았던 삼성화재는 최근 두 시즌 연속 현대캐피탈에 챔피언 자리를 내주며 내리막길을 걷고 있다. 물론 언제인가는 오르막길도 있을 것이다. 1970년대 여자실업배구 태광산업으로 창단해 30년 넘는 역사를 자랑하며 영광과 좌절의 나날을 이어온 흥국생명은 프로시대에 접어들어 최근 2연속 정상에 오르며, 1970년대 중반 이순복이 이끌던 전신 태광산업의 전성기를 재연하고 있다.
4월 들어 겨울철 스포츠가 서서히 마무리되고 축구·야구 등 옥외 스포츠가 활기차게 벌어지고 있다. 축구는 이른바 ‘빅4’의 구도에 큰 변화가 없다. 그러나 야구는 시즌 초반이기는 하지만 몇 가지 변화의 조짐이 보인다. 롯데 자이언츠는 개막 3연승 등 선전하며 가을에도 야구 보기를 간절히 원하는 ‘구도’(球都) 부산팬들의 소망을 풀어줄 가능성을 보이고 있다. 기아 타이거즈는 이대진의 부활과 함께 1980년대 해태 시절의 박진감 넘치는 경기 내용을 보여줄 조짐을 보인다. 올 시즌 프로야구에는 특별한 사연을 지닌 선수들의 얼굴이 여럿 눈에 띈다. 봉중근(LG 트윈스), 송승준, 김일엽, 최향남(이상 롯데), 이승학(두산 베어스), 채태인(삼성 라이온즈), 권윤민(기아) 등이다. 이들은 이른바 ‘복귀파’로 미국 프로야구 메이저리그 또는 마이너리그에서 뛰다 국내로 돌아왔다. 미국 진출에서 복귀하기까지 과정이 조금씩 다른데 특별히 눈길을 끄는 선수들은 미국 프로야구에 진출했다가 한국야구위원회(KBO)의 ‘특별사면’을 받은 선수들이다. 송승준, 채태인, 이승학 등이 여기에 해당하고 아직은 국내 복귀를 결심하지 않은 최희섭(탬파베이 데블레이스)과 국내 구단의 지명은 받았지만 당분간은 복귀 가능성이 없어 보이는 김병현(콜로라도 로키스), 추신수(클리블랜드 인디언스) 등도 해당 선수다. 지난 1999년 이후 국내 프로야구를 거치지 않고 미국에 간 선수들은 국내로 돌아오기 위해서는 5년의 유예 기간이 필요했다. 2002년에 2년으로 완화됐고, 지난해에는 ‘국위를 선양했을 경우에 이사회의 심의를 거쳐 2년의 경과 기간이 없이도 한국 프로야구 구단에 입단할 수 있다’는 조항이 생겨 올림픽이나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등에서 좋은 성적을 올린 선수들을 구제할 수 있도록 했다. 봉중근은 1997년 신일고를 중퇴하고 미국에 갔기 때문에 다른 ‘복귀파’들과는 사정이 다르고, 최향남은 국내 프로야구를 거쳤기에 이같은 조항에 해당되지 않는다.
한국 프로야구가 이같은 조치를 취하게 된 것은 박찬호(뉴욕 메츠)의 성공에 따라 1990년대 후반 우수 선수들이 썰물처럼 빠져나가는 상황에서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이와 같은 강력한 ‘역수입 금지조치’는 성균관대에 재학 중이던 김병현이 미국 진출을 시도하자 1998년 10월 만든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런데 단순히 특정 선수 한 명의 미국 진출만이 선수들의 취업 자유를 제한하는 초법적인 조항을 만들게 된 이유였을까?
9년 전인 1998년 3월2일 LA 다저스 구단은 메이저리그 커미셔너 사무국을 통해 한국 아마추어 야구 국가대표 상비군 9명에 대한 선수 신분 조회를 KBO에 의뢰했다. KBO는 이같은 사실을 나흘이나 지난 뒤에 언론에 알렸고 국내 언론은 주요 스포츠 뉴스로 보도했다. 선수 신분 조회는 국가 간 선수 이동이 이뤄질 때 영입 대상 선수가 있는 나라의 프로야구기구에 해당 선수가 어떤 신분인지를 확인하는 절차다. 프로인지 아마추어인지, 프로 선수이면 소속 선수인지 자유계약 선수인지 아니면 임의탈퇴 선수인지 등을 상대국 프로야구기구에 알려줘야 한다. 선수 간 이동이 야구보다 훨씬 자유로운 축구나 농구, 배구 등에는 없는 절차로 한국-미국, 한국-일본이 맺은 ‘선수계약협정’에 따른 스카우트 작업의 예비 단계이다.
한-미(일) 선수계약협정‘은 1983년 7월 한-미, 한-일 간에 잇따라 체결됐다. 상대국 선수에 대한 스카우트 작업을 최소한 범위에서 신사적으로 한다는 원칙을 세워놓은 것인데 LA 다저스의 무더기 선수 신분 조회는 이같은 정신을 훼손한 것이었다. 그때만 해도 선수 신분 조회는 사실상 스카우트한다는 의미로 받아들여졌기 때문이다. 특정 구단이 한국의 국가대표급 선수 9명을 한꺼번에 영입하다니. 국내 야구계가 발칵 뒤집어진 건 당연한 일이었다. 이에 앞서 국가대표 상비군은 미국 플로리다주 코코아비치에서 한 달 동안의 전지훈련을 마치고 3월2일 귀국했는데 바로 그날 선수 신분 조회를 한 것이다. 다저스 구단은 국가대표 상비군의 전지훈련지에 스카우트 관계자를 보내 일주일 정도 머물게 하며 선수들을 살펴본 것으로 밝혀졌다.
그때 다저스 구단이 선수 신분 조회를 했던 선수는 강혁, 안치용, 최희섭, 정성열, 최경훈, 홍성흔, 김병일, 권윤민, 김병현 등이었다. 그러나 다저스 구단은 정작 이들 가운데 아무도 스카우트하지 못했다. 박찬호를 선점하며 기세를 올린 다저스 구단은 메이저리그의 다른 구단들이 한국 시장을 본격적으로 뒤지기 시작하자 ‘못 먹는 감 찔러나 보자’는 식으로 무더기로 선수 신분 조회를 했을 가능성이 높다. 최희섭과 김병현은 이듬해 시카고 컵스와 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에 입단했다. 김병현은 메이저리그 첫 타석에서 마이크 피아자를 헛스윙 삼진으로 잡는 등 인상적인 투구 내용을 보였다.
국내 프로야구의 수준이 떨어지고 있다는 지적이 이어지면서 KBO는 올 한 해에 한해 ‘2년 유예’ 조항도 풀기로 했다. 그래서 송승준, 이승학, 채태인 등이 국내 구단과 계약했고 최희섭, 김병현, 추신수는 국내 구단에 지명됐다. 약간의 밀물이 들이친 것이다.
그렇지만 앞으로 ‘2년 유예’ 조항이 다시 적용되면 지난해 7월 LA 에인절스와 계약한 정영일 같은 경우 국내 무대로 돌아오기가 쉽지 않을 전망이다. 상당한 실력을 갖춘 선수가 국내 프로구단에 입단하면 9년이 지나야 해외에도 자유롭게 나갈 수 있는 완전한 자유계약선수(FA) 신분을 얻게 되니 마냥 긴 세월을 기다릴 수도 없는 노릇이다. 그래서 ‘2년 유예’ 조항이라도 걸어놓아야 국내 유망주들이 유출되는 걸 막을 수 있는 게 국내 야구계의 현실이다. 스포츠에서도 ‘FTA’는 쉽지 않다.

봉중근(왼쪽·사진/ 연합 진규수)·송승준(오른쪽)
4월 들어 겨울철 스포츠가 서서히 마무리되고 축구·야구 등 옥외 스포츠가 활기차게 벌어지고 있다. 축구는 이른바 ‘빅4’의 구도에 큰 변화가 없다. 그러나 야구는 시즌 초반이기는 하지만 몇 가지 변화의 조짐이 보인다. 롯데 자이언츠는 개막 3연승 등 선전하며 가을에도 야구 보기를 간절히 원하는 ‘구도’(球都) 부산팬들의 소망을 풀어줄 가능성을 보이고 있다. 기아 타이거즈는 이대진의 부활과 함께 1980년대 해태 시절의 박진감 넘치는 경기 내용을 보여줄 조짐을 보인다. 올 시즌 프로야구에는 특별한 사연을 지닌 선수들의 얼굴이 여럿 눈에 띈다. 봉중근(LG 트윈스), 송승준, 김일엽, 최향남(이상 롯데), 이승학(두산 베어스), 채태인(삼성 라이온즈), 권윤민(기아) 등이다. 이들은 이른바 ‘복귀파’로 미국 프로야구 메이저리그 또는 마이너리그에서 뛰다 국내로 돌아왔다. 미국 진출에서 복귀하기까지 과정이 조금씩 다른데 특별히 눈길을 끄는 선수들은 미국 프로야구에 진출했다가 한국야구위원회(KBO)의 ‘특별사면’을 받은 선수들이다. 송승준, 채태인, 이승학 등이 여기에 해당하고 아직은 국내 복귀를 결심하지 않은 최희섭(탬파베이 데블레이스)과 국내 구단의 지명은 받았지만 당분간은 복귀 가능성이 없어 보이는 김병현(콜로라도 로키스), 추신수(클리블랜드 인디언스) 등도 해당 선수다. 지난 1999년 이후 국내 프로야구를 거치지 않고 미국에 간 선수들은 국내로 돌아오기 위해서는 5년의 유예 기간이 필요했다. 2002년에 2년으로 완화됐고, 지난해에는 ‘국위를 선양했을 경우에 이사회의 심의를 거쳐 2년의 경과 기간이 없이도 한국 프로야구 구단에 입단할 수 있다’는 조항이 생겨 올림픽이나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등에서 좋은 성적을 올린 선수들을 구제할 수 있도록 했다. 봉중근은 1997년 신일고를 중퇴하고 미국에 갔기 때문에 다른 ‘복귀파’들과는 사정이 다르고, 최향남은 국내 프로야구를 거쳤기에 이같은 조항에 해당되지 않는다.

최향남(왼쪽·사진/ 연합 진규수)· 김일엽(오른쪽·사진/ 연합)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