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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지이야기

연봉은 말한다, 선수의 행복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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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1-03-20 00:00 수정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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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프로스포츠 최고의 몸값은 김도훈… 부상에 시달린 서장훈의 재역전 가능성 낮아

사진/국내 프로스포츠에서 최고연봉을 받는 프로축구 전북 다이노스의 김도훈. 그는 올해 4억원 정도를 챙길 전망이다.
프로축구 부산 아이콘스의 마니치 선수는 아주 특이한 재계약을 했다. 연봉을 12만달러로 하되 불필요한 경고를 받으면 벌금을 무는 조항을 삽입한 것이다. 부산의 김호건 감독은 지난 시즌 마니치가 경기도중 흥분해서 불필요한 경고를 받는 바람에 몇 경기를 망친 적이 있다. 마니치는 96, 97, 99시즌 무려 18차례의 경고와 1차례 퇴장명령을 받았다. 그리고 지난 시즌에도 판정시비로 5차례나 경고를 받아 두 경기에 출전하지 못했다.

선수가 경고를 받아 퇴장당하면 10명이 싸워야 하거나 다음 경기에 출전하지 못하게 되기 때문에 여러모로 불리하다. 그래서 김호건 감독은 마니치가 경기를 열심히 하다가 경고를 받으면 할 수 없지만 불필효한 경고를 받으면 월봉의 20%(약 220만원)를 떼기로 한 것이다. 이는 연습경기에도 적용돼서 마니치는 연습경기에서도 경고를 받아 퇴장당하면 50만원의 벌금을 물어야 한다. 이후 마니치의 성질이 많이 수그러들었음은 불문가지이다.

흥분맨 마니치의 성질이 수그러든 이유는…


사진/서장훈은 프로농구 챔피언결정전 성적에 따라 연봉이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이같이 프로선수들은 모든 것을 돈으로 규제받는다. 그래서 돈이 걸리면 목숨(?)걸고 싸우거나 절대로 양보하지 않는다. 어차피 돈을 벌려고 프로스포츠 선수가 됐기 때문이다. 또한 부상을 당하면 끝장이라는 강박관념이 항상 있기 때문에 잘 안 되면 위기의식을 느끼고 잘 나갈 때는 더욱 챙기려 한다. 그러니 자신이 1년 동안 쌓아온 것을 평가받는 연봉계약에서는 한치의 양보가 있을 수 없다. 전체 예산이 한정되어 있는 구단은 어떻게 해서든 마이너스 요인을 들이대서 깎으려 하고, 선수는 플러스 요인만을 내세우며 올려달라고 버티게 마련이다.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프로스포츠인 프로야구, 프로축구, 프로농구, 민속씨름 등 4개종목 가운데 가장 연봉을 많이 받는 선수는 프로축구 전북 다이노스의 김도훈 선수다. 김도훈은 지난해에는 3억원의 연봉을 받아 프로농구 SK 나이츠의 서장훈 선수의 3억3천만원, 프로야구 현대 유니콘스 정민태(현재 요미우리 자이언츠) 선수의 3억1천만원에 이어 3위에 머물렀다. 그러나 올 시즌 김도훈 선수의 연봉은 3억3500만원이다. 연봉랭킹 1위였던 서장훈 선수보다 500만원이 더 많다.

전북팀은 원래 김도훈의 연봉을 지난해와 마찬가지로 3억원에 동결시키고 CF 등으로 보전해주려 했다. 김도훈은 지난해 정규리그에서 12골을 넣어 득점왕을 차지했고, 8게임 연속골의 신기록도 세웠다. 그러나 전북구단으로 볼 때는 3억원의 연봉을 받는 선수가 그 정도는 해주는 게 기본이라고 본 것이다. 그러나 국가대표인 김도훈은 지난 1월에 벌어진 홍콩 4개국 축구대회와 2월에 있었던 두바이 4개국 축구대회의 활약을 내세워 국내 최고대우를 관철시켰다. 김도훈을 줄곧 투톱에 기용해준 축구 국가대표 거스 히딩크 감독 때문에 국내 프로스포츠에서 가장 ‘귀하신’ 몸이 된 것이다.

서장훈은 올 시즌이 끝난 뒤 연봉계약을 하게 된다. 그러나 서장훈이 김도훈을 제칠 가능성은 별로 많지 않다. 우선 손가락 부상으로 많은 경기에 출전하지 못해서 팀 공헌도가 높지 않다. SK 나이츠는 서장훈, 제키존스, 하니발로 이어지는 ‘트리플 타워’가 특징인데 2, 3라운드에서 서장훈이 손가락 부상으로 빠지는 바람에 차질이 생겼다. 지난해 우승팀 SK가 정규리그에서 3위에 그친 것은 서장훈이 부상을 당했기 때문이라고 봐도 무방하다. 그러나 현재 진행중인 플레이오프에서 SK가 LG 세이커스를 제치고 챔피언결정전에 오르거나 우승을 차지하면 김도훈에 재역전할 가능성도 없지는 않다.

프로야구 연봉지존 이승엽은 꼬리를 내렸다. 이승엽은 지난 99년 8월2일 한구프로야구 연간 개인최다홈런 신기록인 43호 홈런을 터뜨리며 ‘이승엽 신드롬’을 일으키기 시작했다. 삼성 라이온즈 홈구장이 이승엽 때문에 경기마다 평균 5천명 이상이 더 늘어난 것을 비롯하여, 원정경기까지 포함하여 이승엽의 홈런 방망이로 인해 늘어난 프로야구 관중은 대략 30만명으로 추산된다. 당시 이승엽은 팀 동료들로부터 ‘괴물’이라는 소리를 들으며 54개의 홈런을 터뜨렸다.

구단 아량으로 3억원 유지한 이승엽

사진/민속씨름에서 최고 연봉을 받는 김영현.
그러나 이승엽은 지난해 왼쪽 무릎을 다치는 등 크고 작은 부상에 시달렸다. 따라서 출전한 경기 수도 적고 성적도 타율 2할9푼3리, 타점 95, 홈런 36개로 기대치에 크게 못 미쳤다. 삼성은 이승엽의 연봉을 최소한 10% 깎으려 했다. 이승엽은 동결로 버티다가 프로선수 답지 않게 구단에 백지 위임을 했고, 구단은 연봉동결(3억원)로 화답했다. 우리나라 프로스포츠 구단은 선수가 알아서 해달라는 백지위임을 하면 아량을 베푸는 게 보통이다.

민속씨름 선수들은 대회마다 상금을 챙기기 때문에 연봉이 적은 편이다. 1년에 7∼8차례(설날, 추석장사 등 비정규대회 포함) 치러지는 대회에서 백두나 한라장사에 오르면 500만원, 지역장사는 1천만원을 받는다. 따라서 최고 연봉이 한국스포츠 사상 가장 키가 큰 김영현(LG, 216cm)의 1억5200만원밖에 안 된다. 여자농구 최고연봉은 신세계 센터 정선민의 9300만원으로 아직 1억원에 미치지 못한다.

최고연봉 경쟁을 하면 농구선수들이 가장 불리하다. 농구에는 연봉 상한제(샐러리캡)이란 게 있다. 한팀이 좋은 선수들을 독점하는 것을 막기 위해서 12명의 연봉합계가 12억원(외국선수 제외)을 초과하면 안 된다. 지난해 8월8일 현대 걸리버스의 조성원 선수가 LG 세이커스로 트레이드된 이유 가운데 하나가 현대가 이상민, 추승균, 정재근, 최명도 등 고액 연봉선수들을 많이 보유해 샐러리캡에 여유가 없었기 때문이다.

프로농구는 또한 계약금이란 게 없다. 따라서 신인들의 연봉이 많다. 프로야구 신인연봉 상한선이 2천만원이고 프로축구가 4천만원인 데 비해 프로농구는 최고 8천만원까지 받는다. 이제 겨우 프로 3년차인 서장훈의 연봉이 3억원이 넘는 이유가 8천만원부터 시작했기 때문이다. 프로농구와 프로축구 선수들은 연봉을 매월 받지만 프로야구 선수들은 2월부터 11월까지 10달에 나눠서 받는다.

프로야구 규약상 12월과 1월은 사실상 실업자인 셈이다. 프로스포츠 선수들의 세금은 통상 5% 정도라고 보면 된다. 매월 약 3%를 내고, 5월에 종합소득세를 낸다. 종합소득세는 필요경비를 인정받기 때문에 1억원이 넘는 선수라도 200만∼300만원밖에 내지 않는다. 메이저리그에 활약하는 박찬호 선수가 약 48%, 일본 프로스포츠의 조성민, 홍명보 등이 20%를 내는 것에 비하면 한국 프로스포츠 선수들은 혜택을 받고 있는 셈이다.

연봉 상한제에 우는 프로농구 선수들

사진/구단에서 연봉을 백지위임해 동결로 처리된 이승엽.
모든 프로스포츠 종목 선수들이 연봉 외에 인센티브를 받지만 프로축구 선수의 인센티브가 가장 높다. 프로축구 선수들은 자신의 연봉에 20% 정도를 떼어서 적립해 뒀다가 능력에 따라 배분받는다. 김도훈 선수의 경우를 보면 연봉 3억3500만원의 20% 즉 6700만원을 떼서 적립해뒀다가 경기마다 출전수당(300만원)과 그 경기에서 이길 경우 승리수당(200만원)을 받는다. 따라서 김도훈의 경우 20경기에 출전해서 60%의 승률만 올려도 실질적인 연봉이 4억원 가까이 되는 것이다. 김도훈은 지난해 소속사인 자동차 CF(EF소나타 지면광고)에 출연하여 4천만원을 받았다. 올해도 지난해처럼 득점 1위를 질주하면 CF 출연 약속을 받아놓은 상태다.

기영노/ 스포츠 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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