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모자>의 ‘지상의 낙원’
▣ 원종원 순천향대 신문방송학과 교수·뮤지컬 평론가
흑인들은 그 다재다능함으로 사람들을 놀라게 한다. 남아프리카공화국의 뮤지컬 <우모자>는 그런 흑인들의 끼와 재능을 만끽할 수 있는 작품이다. 아프리카 흑인의 음악과 역사가 연대기적으로 펼쳐지는데, 쇠사슬에 발이 묶인 탄광 노동자들이 부츠를 두들겨 의사소통을 한 것이 유래가 됐다는 검부츠 댄스, 빈 깡통 몇 개만 있어도 훌륭한 타악기로 활용하는 여학생들의 리듬놀이 등은 남아공 흑인들의 역사와 생활을 엿보게 해주는 흥미로운 소재들이다. 가슴 뭉클한 감동도 있다. 바로 흑인 영가 ‘지상의 낙원’(Paradise on Earth)이 등장하는 장면이다. 남아공에 기독교가 전파된 것은 비교적 근래의 일이지만, 오랜 세월 소수 지배세력으로부터 핍박받던 흑인들에게 신앙은 현실의 고통을 잊게 해주는 신념이자 위로였다. 객석까지 내려와 하늘나라의 행복을 노래하는 배우들의 모습을 보자면 눈시울이 시큰해지는 정서적 교감을 느끼게 된다. 굴곡 많은 근대사를 보내며 ‘한’이 민족적 감성이 된 우리와 일맥상통함을 느낄 수 있다는 것은 신기한 체험이다. 흑인 영가가 각박한 현대를 살고 있는 우리에게도 위안이 될 수 있을까? 해답은 공연장에서 직접 찾아보길 바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