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하반기, 내년 상반기에 한 차례씩 더 뛰고 8월 베이징에서 마라톤 인생의 마지막 승부를
▣ 신명철 <스포츠 2.0> 편집위원
마라톤계에는 이런 우스갯소리가 있다. 어느 지방 도시에서 벌어진 역전마라톤대회. 승합차에 타고 선수 뒤를 따르던 코치가 고래고래 소리쳤다. “야, 임마. 조금만 더 땅기라니까.” 숨이 턱에 차 그 자리에 주저앉고 싶기만 한 선수가 코치를 째려보며 말했다. “야, 이 자식아. 니가 내려서 뛰어.” 코치와 선수는 1~2년 전만 해도 선수 생활을 같이 한, 나이 차가 거의 없는 팀 동료였다고 한다. 믿거나 말거나 우스갯소리지만 마라톤이 얼마나 힘든 운동인지를 말해주고 있다.
[%%IMAGE4%%]
스포츠에 대한 관심도가 남성에 비해 상대적으로 떨어지는 여성에게 마라톤이 얼마나 힘든 운동인지를 알려주는 좋은 방법이 있다. 세계적인 수준의 마라톤 선수는 100m를 18~19초의 스피드로 2시간 이상 달린다고 설명하면 금세 고개를 끄덕거린다. 여고생이 체력장 100m에서 18초대를 끊기는 그리 쉬운 일이 아니다. 20초를 넘는 학생들도 적지 않다. 여자 100m 한국 최고기록은 이영숙의 11초49다. 서말구의 남자 100m 한국 최고기록(10초34)이 28년째 깨지지 않고 있는 데 견주면 그래도 나은 편이지만, 이영숙의 기록도 13년째 꼼짝하지 않고 있다. 한국 최고의 여자 스프린터가 11초대이니 일반인들의 100m 기록은 대충 짐작할 만하다. 100m를 기준으로 했을 때 평균속도가 1초만 뒤져도 42.195km를 뛰고 나면 3분 이상 차이가 난다. 마라톤 훈련에서 거리주(距離走)와 함께 속도주(速度走)를 하는 이유다. 마라톤의 스피드화를 알 수 있는 또 하나의 기준점은 5km 기록이다. 5km 세계 최고기록은 12분37초35다. 100m를 15초대에 뛰는 스피드다. 마라톤 레이스를 옆에서 보면 말 그대로 순식간에 선수들이 스쳐 지나간다. 이봉주(37·삼성전자)가 3월18일 2007 서울국제마라톤대회에서 2시간8분4초로 아슬아슬하게 2시간7분대에 들어서지 못한 이유는 30~35km 구간 기록이 15분50초대로 처졌기 때문이다. 15분대 초반의 구간 기록만 냈어도 자신의 최고기록이자 한국 최고기록(2시간7분20초)에 도전해볼 만했다. 매우 잘 뛴 레이스지만 약간의 아쉬움이 남는 이유다. 서울 광화문~잠실 코스는 기록을 내기에 썩 좋은 코스가 아니다. 레이스 후반에 강바람을 만나는 다리를 건너기 때문이다. 이봉주의 구간 기록이 떨어진 곳이다. 더위와 바람은 마라톤 선수에게 최고의 적이다. 이봉주는 30대 후반의 나이와 쉽지 않은 코스에서, 그것도 국내 코스에서 한국 선수로는 역대 최고 기록을 세웠다. 이봉주의 이번 기록 이전에 한국 역대 최고기록 1~5위는 도쿄, 로테르담, 보스턴, 런던 등 모두 외국 코스에서 작성됐다. 다시 한 번 이봉주에게 박수를 보낸다. 이제 스포츠 팬들의 관심은 이봉주가 2008년 베이징올림픽에서 과연 어느 정도의 성적을 거둘 수 있을까에 쏠리고 있다. 이봉주의 통산 4번째 올림픽 레이스가 성공적으로 이뤄지기 위한 시나리오는 이렇다. 올 시즌 하반기에 한 차례 레이스를 더 하고 겨울훈련을 충실하게 한 뒤, 내년 상반기에 한 차례 더 레이스를 뛰고, 8월 베이징에서 마라톤 인생의 마지막 승부를 거는 것이다. 올림픽이나 아시아경기대회 같은 국제종합경기대회에서 치르는 마라톤은 철저하게 순위 싸움으로 펼쳐진다. 게다가 8월 베이징의 더위는 만만치 않다. 베이징의 8월 평균 최고기록은 30℃에 이른다. 그런데 중요한 것은 기록 싸움이 아닌 순위 싸움이라고 해도 기본적으로 2시간8분대 안팎의 기록은 유지하고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 정도 기록이면 주요 국제대회 입상권을 겨냥할 수 있다. 시나리오대로 준비 작업이 이뤄지면 이봉주는 올림픽 사상 최고령 마라톤 금메달리스트라는 놀라운 성과를 이룰 가능성을 안게 된다. 올림픽 마라톤 최고령 우승자는 포르투갈의 카를로스 로페스다. 로페스는 1984년 로스앤젤레스 올림픽에서 2시간9분21초의 대회 최고기록으로 1위를 했는데, 그때 나이가 37살(1947년 2월18일생)이었다. 로페스는 마흔을 바라보는 나이에 조국 포르투갈에 올림픽 첫 금메달을 안겼다. 이미 35번이나 마라톤 풀코스를 뛴 이봉주에게 앞으로 적어도 3번은 더 ‘백공오리’를 뛰라고 하는 건 아무리 생각해도 염치없는 일인 것 같다. 그런데 어쩌랴. 스포츠 팬들이 믿을 수 있는 마라톤 선수는 이봉주밖에 없으니. 그런데 ‘백공오리’는? 혹시 청둥오리 같은 오릿과 동물과 마라톤하고 무슨 관계가 있는 것일까? 올림픽과 세계육상선수권대회 마라톤에서 한국인은 모두 세 차례 정상에 올랐다. 1936년 베를린 올림픽의 손기정 선생과 1992년 바르셀로나 올림픽의 황영조, 그리고 1999년 세비야(스페인) 세계육상선수권대회의 정성옥(북한)이다. 세비야 대회에서 우승한 정성옥은 2001년 은퇴한 뒤 마라톤 선수인 김중원과 결혼했다. 한국의 김택수(탁구)-김조순(양궁), 김미정-김병주(이상 유도)처럼 북한에도 탁구의 리분희ㅡ김성희, 유도의 계순희-김철 등 적지 않은 스포츠 커플이 있다. 정성옥은 2000년대 초 국내의 한 TV방송과 평양에서 자신의 근황을 전하는 인터뷰를 했는데 이때 ‘백공오리’라는 말을 썼다. 매우 낯선 말이었지만 금세 그 뜻을 알 수 있었다. 마라톤 풀코스는 대략 42km이고 이는 105리다. 한국에서는 ‘백오리’라고 읽지만 북한에서는 ‘백공오리’일 것이라고 건너짚었다. 북한 사람들의 숫자 읽는 법은 한국과 다소 다르다. 나중에 알아보니 북한에서는 마라톤을 ‘백공오리’라고 한단다. 정성옥는 2003년 제주에서 열린 한민족체육문화축전에 참석해 남쪽의 한 원로기자를 만났다. 세비야 대회에 74살의 나이로 취재에 나섰던 조동표 기자였다. 그때 한국어와 영어를 할 수 있는 유일한 한국인이었던 조동표 기자는 정성옥의 외신기자 인터뷰를 도왔다. 정성옥은 북에서 준비해온 선물을 전하며 조동표 기자에게 고마운 마음을 전했다. 조동표 기자는 82살인 2007년 현재 왕성한 활동을 하고 있다.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는 말은 결코 빈말이 아니다. 이봉주도 그 말이 그저 꾸며놓은 말이 아니라는 사실을 지난 3월18일 레이스에서 보여줬다. 그리고 베이징에서 한 번 더 증명하려고 한다.
스포츠에 대한 관심도가 남성에 비해 상대적으로 떨어지는 여성에게 마라톤이 얼마나 힘든 운동인지를 알려주는 좋은 방법이 있다. 세계적인 수준의 마라톤 선수는 100m를 18~19초의 스피드로 2시간 이상 달린다고 설명하면 금세 고개를 끄덕거린다. 여고생이 체력장 100m에서 18초대를 끊기는 그리 쉬운 일이 아니다. 20초를 넘는 학생들도 적지 않다. 여자 100m 한국 최고기록은 이영숙의 11초49다. 서말구의 남자 100m 한국 최고기록(10초34)이 28년째 깨지지 않고 있는 데 견주면 그래도 나은 편이지만, 이영숙의 기록도 13년째 꼼짝하지 않고 있다. 한국 최고의 여자 스프린터가 11초대이니 일반인들의 100m 기록은 대충 짐작할 만하다. 100m를 기준으로 했을 때 평균속도가 1초만 뒤져도 42.195km를 뛰고 나면 3분 이상 차이가 난다. 마라톤 훈련에서 거리주(距離走)와 함께 속도주(速度走)를 하는 이유다. 마라톤의 스피드화를 알 수 있는 또 하나의 기준점은 5km 기록이다. 5km 세계 최고기록은 12분37초35다. 100m를 15초대에 뛰는 스피드다. 마라톤 레이스를 옆에서 보면 말 그대로 순식간에 선수들이 스쳐 지나간다. 이봉주(37·삼성전자)가 3월18일 2007 서울국제마라톤대회에서 2시간8분4초로 아슬아슬하게 2시간7분대에 들어서지 못한 이유는 30~35km 구간 기록이 15분50초대로 처졌기 때문이다. 15분대 초반의 구간 기록만 냈어도 자신의 최고기록이자 한국 최고기록(2시간7분20초)에 도전해볼 만했다. 매우 잘 뛴 레이스지만 약간의 아쉬움이 남는 이유다. 서울 광화문~잠실 코스는 기록을 내기에 썩 좋은 코스가 아니다. 레이스 후반에 강바람을 만나는 다리를 건너기 때문이다. 이봉주의 구간 기록이 떨어진 곳이다. 더위와 바람은 마라톤 선수에게 최고의 적이다. 이봉주는 30대 후반의 나이와 쉽지 않은 코스에서, 그것도 국내 코스에서 한국 선수로는 역대 최고 기록을 세웠다. 이봉주의 이번 기록 이전에 한국 역대 최고기록 1~5위는 도쿄, 로테르담, 보스턴, 런던 등 모두 외국 코스에서 작성됐다. 다시 한 번 이봉주에게 박수를 보낸다. 이제 스포츠 팬들의 관심은 이봉주가 2008년 베이징올림픽에서 과연 어느 정도의 성적을 거둘 수 있을까에 쏠리고 있다. 이봉주의 통산 4번째 올림픽 레이스가 성공적으로 이뤄지기 위한 시나리오는 이렇다. 올 시즌 하반기에 한 차례 레이스를 더 하고 겨울훈련을 충실하게 한 뒤, 내년 상반기에 한 차례 더 레이스를 뛰고, 8월 베이징에서 마라톤 인생의 마지막 승부를 거는 것이다. 올림픽이나 아시아경기대회 같은 국제종합경기대회에서 치르는 마라톤은 철저하게 순위 싸움으로 펼쳐진다. 게다가 8월 베이징의 더위는 만만치 않다. 베이징의 8월 평균 최고기록은 30℃에 이른다. 그런데 중요한 것은 기록 싸움이 아닌 순위 싸움이라고 해도 기본적으로 2시간8분대 안팎의 기록은 유지하고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 정도 기록이면 주요 국제대회 입상권을 겨냥할 수 있다. 시나리오대로 준비 작업이 이뤄지면 이봉주는 올림픽 사상 최고령 마라톤 금메달리스트라는 놀라운 성과를 이룰 가능성을 안게 된다. 올림픽 마라톤 최고령 우승자는 포르투갈의 카를로스 로페스다. 로페스는 1984년 로스앤젤레스 올림픽에서 2시간9분21초의 대회 최고기록으로 1위를 했는데, 그때 나이가 37살(1947년 2월18일생)이었다. 로페스는 마흔을 바라보는 나이에 조국 포르투갈에 올림픽 첫 금메달을 안겼다. 이미 35번이나 마라톤 풀코스를 뛴 이봉주에게 앞으로 적어도 3번은 더 ‘백공오리’를 뛰라고 하는 건 아무리 생각해도 염치없는 일인 것 같다. 그런데 어쩌랴. 스포츠 팬들이 믿을 수 있는 마라톤 선수는 이봉주밖에 없으니. 그런데 ‘백공오리’는? 혹시 청둥오리 같은 오릿과 동물과 마라톤하고 무슨 관계가 있는 것일까? 올림픽과 세계육상선수권대회 마라톤에서 한국인은 모두 세 차례 정상에 올랐다. 1936년 베를린 올림픽의 손기정 선생과 1992년 바르셀로나 올림픽의 황영조, 그리고 1999년 세비야(스페인) 세계육상선수권대회의 정성옥(북한)이다. 세비야 대회에서 우승한 정성옥은 2001년 은퇴한 뒤 마라톤 선수인 김중원과 결혼했다. 한국의 김택수(탁구)-김조순(양궁), 김미정-김병주(이상 유도)처럼 북한에도 탁구의 리분희ㅡ김성희, 유도의 계순희-김철 등 적지 않은 스포츠 커플이 있다. 정성옥은 2000년대 초 국내의 한 TV방송과 평양에서 자신의 근황을 전하는 인터뷰를 했는데 이때 ‘백공오리’라는 말을 썼다. 매우 낯선 말이었지만 금세 그 뜻을 알 수 있었다. 마라톤 풀코스는 대략 42km이고 이는 105리다. 한국에서는 ‘백오리’라고 읽지만 북한에서는 ‘백공오리’일 것이라고 건너짚었다. 북한 사람들의 숫자 읽는 법은 한국과 다소 다르다. 나중에 알아보니 북한에서는 마라톤을 ‘백공오리’라고 한단다. 정성옥는 2003년 제주에서 열린 한민족체육문화축전에 참석해 남쪽의 한 원로기자를 만났다. 세비야 대회에 74살의 나이로 취재에 나섰던 조동표 기자였다. 그때 한국어와 영어를 할 수 있는 유일한 한국인이었던 조동표 기자는 정성옥의 외신기자 인터뷰를 도왔다. 정성옥은 북에서 준비해온 선물을 전하며 조동표 기자에게 고마운 마음을 전했다. 조동표 기자는 82살인 2007년 현재 왕성한 활동을 하고 있다.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는 말은 결코 빈말이 아니다. 이봉주도 그 말이 그저 꾸며놓은 말이 아니라는 사실을 지난 3월18일 레이스에서 보여줬다. 그리고 베이징에서 한 번 더 증명하려고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