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사포같은 코너들 사이에서 와장창 길게가는 ‘서울 나들이’와 ‘별을 쏘다’…애드리브로 헐렁함 살리고 주연만큼 탄탄한 조연 캐릭터 키운게 성공 비결
▣ 안인용 기자 nico@hani.co.kr
SBS <웃찾사>의 ‘서울 나들이’와 문화방송 <개그야>의 ‘별을 쏘다’는 드라마에 비유하자면 24부작 미니시리즈보다 50부작 대하드라마에 가깝다. 3분에서 5분 정도인 대부분의 개그 프로그램 코너들과 달리 9분에서 길게는 10분까지 이어지기 때문이다. 한동안 각 방송사 개그 프로그램들은 저마다 경쟁이라도 하듯 한 개 코너의 시간을 단축했다. 시간을 줄이면서 코너를 압축하고 유행어만 남기고 불필요한 대사는 가능한 한 없앴다. 짧고 굵게 치고 빠지는 코너로 프로그램 전체의 리듬감을 살리면서 시청자의 집중도와 주목도를 높였다. 그런데 요즘 <웃찾사>와 <개그야> 시청률을 온몸으로 끌어올리고 있는 ‘서울 나들이’와 ‘별을 쏘다’는 모두 길다. 그것도 아주 와장창 길다. 개그에서도 장편이 성공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 이 두 코너에는 몇 가지 공통점이 있다.
대본과 애드리브의 비율 5.5:4.5 ‘서울 나들이’는 단순하다. 시골에서 서울로 올라온 이동엽과 이광채가 일자리를 구해주는 박영재를 만나 구직을 시도하지만 매번 실패한다는 내용이다. ‘별을 쏘다’도 마찬가지다. 한때 터프한 이미지로 살짝 뜰 뻔했다가 지금은 흔적조차 없는 연예계의 먼지 죄민수(조원석)가 최국이 진행하는 쇼 프로그램 ‘별을 쏘다’에 출연해 벌어지는 내용을 담았다. 두 코너의 가장 큰 공통점은 바로 대본과 애드리브의 비율이 5.5:4.5 정도를 이루고 있다는 점이다. ‘서울 나들이’에서 가장 큰 웃음이 나오는 지점은 이동엽이 “지금 웃음 참고 있지요? 누가 이기나 한번 해보입시더. 저희는 시간이 많아요. 박수 치지 말고 차라리 웃어요. 그게 도와주는 기라요”라고 웃음을 구걸하는 부분이다. ‘별을 쏘다’ 역시 죄민수가 진행자 최국의 썰렁한 개그에 “니 애드리브가 항상 그 따구지. 이게 MC가 할 수 있는 행동인가? 이 MC계의 슈레기!”라고 꾸짖을 때 가장 많은 웃음이 터져나온다. 이렇게 개그맨들이 현장의 흐름과 시청자의 반응에 맞추는 즉흥성은 시간이 가는 줄 모르게 하는 최고의 비법이다. 또 애드리브가 주를 이루다 보니 코너는 살짝 헐렁해진다. 대사와 대사 사이에 작은 틈이 생기고 어느샌가 그 작은 틈인 1~2초간의 침묵마저 웃음으로 변한다. 여기서 알 수 있는 장편 개그의 제1법칙은 바로 ‘장편 개그의 생명은 애드리브, 시간과 침묵을 사수하라!’. 두 코너에서 찾아볼 수 있는 또 하나의 공통점은 주연 캐릭터만큼 조연 캐릭터가 탄탄하다는 점이다. ‘서울 나들이’는 모든 말을 속사포처럼 쏴대는 이동엽이 코너를 이끌어간다. 이동엽이 주연이라면 옆에 서 있는 ‘개미핥기’ 이광채는 조연이다. 그런데 그냥 조연이 아니라, 빛나는 조연이다. 이광채는 개그 캐릭터와 실제 인간 이광채가 도저히 구분이 가지 않는 독특한 분위기를 갖고 있다. 삐쩍 마른 몸과 볼이 푹 파인 얼굴은 영락없이 개미를 숟가락으로 퍼먹는 ‘개미핥기’고 그 위에 입은 흙빛 ‘추리닝’은 이동엽의 말처럼 ‘3년은 빨지 않은 것’ 같아 보인다. 개미핥기 이광채는 이동엽 옆에 가만히 서서 표정의 변화도 없이 이동엽의 말을 받아준다. 그러다가 세상에서 제일 뜬금없는 순간 한마디를 내뱉는다. “여러분, 좀 도와주십쇼.” 목소리는 빚이라도 받으러 온 사람처럼 너무 당당해서 참을 수 없이 웃긴다. 양만근이 받쳐주니 “피이~쓰으!” ‘별을 쏘다’에도 주옥같은 조연이 등장한다. 바로 죄민수의 연인 양만근(양희성)이다. 양만근은 항상 그의 연인 죄민수가 불현듯 그녀를 보고 싶어할 때 나타난다. 버터에 기름과 올리브 오일까지 잘 바른 ‘블링크’의 <키스>가 흘러나오면 빨간색 립스틱을 바른 그녀가 등장해 죄민수와 얼굴을 비빈다. 양만근이 감기 걸린 목소리로 “오! 마이 히어로오! 세월이 많이 흘렀지만 넌 여전히 꽃미남 그 자체야”라는 뇌쇄적인 대사를 치고 죄민수와 서로의 얼굴을 어루만지며 반쯤 벌린 빨간 입술 사이로 “오예, 브라보!”라는 탄성까지 내뱉으면 웃지 않을 도리가 없다. 가장 카타르시스를 느끼는 순간은 죄민수에게 일갈하는 그녀의 한마디, “와우! 이 그지 같은 놈! 아우, 모냥 빠져!” 이광채와 양희성은 이 두 장편 개그를 떠받드는 강력한 조연이다. 이동엽과 조원석이 아무리 잘한다고 해도 강력한 조연 없는 장편 개그는 불가능에 가깝다. 하나의 캐릭터만으로 버티기에 10분에 가까운 시간은 너무 길기 때문이다. 장편 개그의 제2법칙은 다음과 같다. ‘2개 이상의 초강력 캐릭터는 필수!’ 장편 개그는 한번 자리잡으면 길게 갈 수 있는 힘이 있다. 특히 ‘서울 나들이’와 ‘별을 쏘다’에서처럼 최근 개그의 트렌드로 자리잡은 애드리브와 탄탄한 주·조연 캐릭터를 갖췄다면 장편 개그로서 장수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 ‘잘 키운 장편 개그 코너 하나, 열 키운 단편 코너 안 부럽다’는 옛말(?)을 되새기며 “피이~쓰으! 신의 가호가 장편 개그와 함께하기를!”

10분에 가까운 장편 개그 코너 ‘서울 나들이’와 ‘`별을 쏘다’에서 탄탄한 연기와 캐릭터로 한몫하고 있는 ‘개미핥기’ 이광채(맨 위 사진 오른쪽)와 죄민수의 연인 양만근을 맡은 양희성(위 사진 맨 왼쪽).
대본과 애드리브의 비율 5.5:4.5 ‘서울 나들이’는 단순하다. 시골에서 서울로 올라온 이동엽과 이광채가 일자리를 구해주는 박영재를 만나 구직을 시도하지만 매번 실패한다는 내용이다. ‘별을 쏘다’도 마찬가지다. 한때 터프한 이미지로 살짝 뜰 뻔했다가 지금은 흔적조차 없는 연예계의 먼지 죄민수(조원석)가 최국이 진행하는 쇼 프로그램 ‘별을 쏘다’에 출연해 벌어지는 내용을 담았다. 두 코너의 가장 큰 공통점은 바로 대본과 애드리브의 비율이 5.5:4.5 정도를 이루고 있다는 점이다. ‘서울 나들이’에서 가장 큰 웃음이 나오는 지점은 이동엽이 “지금 웃음 참고 있지요? 누가 이기나 한번 해보입시더. 저희는 시간이 많아요. 박수 치지 말고 차라리 웃어요. 그게 도와주는 기라요”라고 웃음을 구걸하는 부분이다. ‘별을 쏘다’ 역시 죄민수가 진행자 최국의 썰렁한 개그에 “니 애드리브가 항상 그 따구지. 이게 MC가 할 수 있는 행동인가? 이 MC계의 슈레기!”라고 꾸짖을 때 가장 많은 웃음이 터져나온다. 이렇게 개그맨들이 현장의 흐름과 시청자의 반응에 맞추는 즉흥성은 시간이 가는 줄 모르게 하는 최고의 비법이다. 또 애드리브가 주를 이루다 보니 코너는 살짝 헐렁해진다. 대사와 대사 사이에 작은 틈이 생기고 어느샌가 그 작은 틈인 1~2초간의 침묵마저 웃음으로 변한다. 여기서 알 수 있는 장편 개그의 제1법칙은 바로 ‘장편 개그의 생명은 애드리브, 시간과 침묵을 사수하라!’. 두 코너에서 찾아볼 수 있는 또 하나의 공통점은 주연 캐릭터만큼 조연 캐릭터가 탄탄하다는 점이다. ‘서울 나들이’는 모든 말을 속사포처럼 쏴대는 이동엽이 코너를 이끌어간다. 이동엽이 주연이라면 옆에 서 있는 ‘개미핥기’ 이광채는 조연이다. 그런데 그냥 조연이 아니라, 빛나는 조연이다. 이광채는 개그 캐릭터와 실제 인간 이광채가 도저히 구분이 가지 않는 독특한 분위기를 갖고 있다. 삐쩍 마른 몸과 볼이 푹 파인 얼굴은 영락없이 개미를 숟가락으로 퍼먹는 ‘개미핥기’고 그 위에 입은 흙빛 ‘추리닝’은 이동엽의 말처럼 ‘3년은 빨지 않은 것’ 같아 보인다. 개미핥기 이광채는 이동엽 옆에 가만히 서서 표정의 변화도 없이 이동엽의 말을 받아준다. 그러다가 세상에서 제일 뜬금없는 순간 한마디를 내뱉는다. “여러분, 좀 도와주십쇼.” 목소리는 빚이라도 받으러 온 사람처럼 너무 당당해서 참을 수 없이 웃긴다. 양만근이 받쳐주니 “피이~쓰으!” ‘별을 쏘다’에도 주옥같은 조연이 등장한다. 바로 죄민수의 연인 양만근(양희성)이다. 양만근은 항상 그의 연인 죄민수가 불현듯 그녀를 보고 싶어할 때 나타난다. 버터에 기름과 올리브 오일까지 잘 바른 ‘블링크’의 <키스>가 흘러나오면 빨간색 립스틱을 바른 그녀가 등장해 죄민수와 얼굴을 비빈다. 양만근이 감기 걸린 목소리로 “오! 마이 히어로오! 세월이 많이 흘렀지만 넌 여전히 꽃미남 그 자체야”라는 뇌쇄적인 대사를 치고 죄민수와 서로의 얼굴을 어루만지며 반쯤 벌린 빨간 입술 사이로 “오예, 브라보!”라는 탄성까지 내뱉으면 웃지 않을 도리가 없다. 가장 카타르시스를 느끼는 순간은 죄민수에게 일갈하는 그녀의 한마디, “와우! 이 그지 같은 놈! 아우, 모냥 빠져!” 이광채와 양희성은 이 두 장편 개그를 떠받드는 강력한 조연이다. 이동엽과 조원석이 아무리 잘한다고 해도 강력한 조연 없는 장편 개그는 불가능에 가깝다. 하나의 캐릭터만으로 버티기에 10분에 가까운 시간은 너무 길기 때문이다. 장편 개그의 제2법칙은 다음과 같다. ‘2개 이상의 초강력 캐릭터는 필수!’ 장편 개그는 한번 자리잡으면 길게 갈 수 있는 힘이 있다. 특히 ‘서울 나들이’와 ‘별을 쏘다’에서처럼 최근 개그의 트렌드로 자리잡은 애드리브와 탄탄한 주·조연 캐릭터를 갖췄다면 장편 개그로서 장수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 ‘잘 키운 장편 개그 코너 하나, 열 키운 단편 코너 안 부럽다’는 옛말(?)을 되새기며 “피이~쓰으! 신의 가호가 장편 개그와 함께하기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