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청자의 사랑을 한 몸에 받고 있는 눈치가 마이너스 3단인 캐릭터들…친절한 형수씨·죄송한 신인·촬영 망친 불청객을 누가 미워할 수 있으랴
▣ 안인용 기자 nico@hani.co.kr
미용실에서 치밀하게 자른 것이 틀림없는 바가지 헤어스타일에 레드와인 빛깔의 ‘추리닝’, 어깨에 딱 맞게 올려서 멘 책가방, 새하얀 운동화. 여기 온몸으로 ‘나는 내 길을 간다’고 외치는 남학생이 있다. 이름은 ‘형수씨’이고 호는 ‘친절한’, SBS <웃찾사>의 ‘친절한 형수씨’다. 형수씨(송형수)는 예의가 바르다. 항상 웃는 얼굴로 인사하고 절대 함부로 말을 놓지 않으며 성격도 대쪽 같다. 이렇게 친절한 형수씨에게는 치명적인 약점이 딱 하나 있다. 눈치다. 신은 형수씨를 만드시면서 친절함에 너무 신경쓰신 나머지, 눈치를 깜빡하신 것이다. 그래서 형수씨는 눈치가 없다.
신이 내린 불공평한 선물 ‘눈치’ 길가에서 ‘삥을 뜯는’ 불량배들(양상협·김민수)이 “이리 와!”라고 말하면 형수씨는 이렇게 대답한다. “저, 혹시나 해서 말씀드리는데요. 거기 안 갈 겁니다.” 누구나 겁을 먹기 마련인 조폭이나 불량배에게서 전혀 어둠의 그림자를 느끼지 못하는, 눈치 없는 형수씨는 그들에게 단 한마디도 지지 않는다. “너, 나한테 맞으면 죽어!” “사람이 그렇게 쉽게 죽나요.” 그렇다. 사람은 쉽게 죽지 않는다. 그렇지만 보통 사람들은 눈치를 보고 우선 손해가 될 만한 짓을 알아서 하지 않는다. 형수씨는 다르다. 말대답 따박따박 다 하고 “왜 이러세요!”라고 외치면서 정말 자기에게 왜 이러는지 진심으로 궁금해할 뿐이다. 그의 눈치 없음은 항상 승리한다. 성격 더러운 놈과는 오래 얘기해도 눈치 없는 사람과는 오래 얘기하기 힘든 법이니까. “뭐 이런 놈이 다 있어?” “저, 혹시나 해서 말씀드리는데요. 이런 놈 있어요!” 이런 놈이 있다면 저런 놈도 있다. 비슷한 상황, 한국방송 <개그콘서트>의 ‘고교천왕’은 어떨까. “우리가 누구야, 주먹 하나로 전국 고등학교를 제패한 고교천왕이야!”라고 호기롭게 외치는 김준호와 안일권은 신이 주먹 대신 눈치만 왕창 주신 경우다. 금목걸이에 호피 무늬 ‘난닝구’를 입고 세상에서 제일 불량한 표정을 짓고 있는 김준호와 안일권. 그러나 딱 봐서 자기들보다 세 보이는 사람에게는 무조건 무릎을 꿇는다. 그것도 가능한 한 체면을 구기지 않는 범위 내에서 사뿐히. 그들의 천적은 선도부 김대범이다. 김대범이 “다들 엎드려!”라고 하면 이 둘은 조용히 “진작 얘기를 하지”라고 읊조리며 엎드린다. 김대범이 무릎을 꿇라고 하면 땅에 떨어진 것 줍는 척하며 무릎을 꿇는다. 주먹이 아니라 눈치 하나로 전국 고등학교를 제패한 ‘눈치천왕’이다. 정말 사막 한가운데에 떨어뜨려놔도 눈치 하나로 오아시스를 찾아가고 낙타 앞에 무릎을 꿇을 것 같은, 형수씨와 정반대의 타입이라고 할까. “죄송합니다, 신인이라서요!” <웃찾사> ‘신인의 한계’에도 눈치라고는 눈 씻고 찾아봐도 없는 캐릭터가 나온다. 선배 연예인 박규선이 진행하는 라디오 프로그램 ‘규선아 놀자’의 게스트인 신인 연예인 양세형이다. 신인이기 때문에 방송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잘 모르는 양세형은 매번 눈치 없는 행동거지로 박규선의 속을 뒤집는다. 신인이라 긴장된다는 양세형은 PD 입장이 되어서 방송하라는 박규선의 말을 듣고 바로 PD로 돌변해 박규선을 혼내거나 연예인 기사에 악플을 달았다는 사연에는 “야, 이 쓰레기들아. 나 이런 거 못 참아요. 걸리기만 해봐”라고 버럭 소리를 지른다. “공인인데 보이는 데서 욕을 하면 어떻게 하느냐”는 박규선의 핀잔에 의자 뒤에 숨어서 욕을 한다. 양세형에게도 “이런 놈 있어요!” 정도의 포스를 뿜어내는 한 방이 있다. “죄송합니다, 신인이라서요!” 신인이라서 실수하고 신인이라서 눈치 없다는데 누가 돌을 던지겠는가! 형수씨와 비슷한 외모의 2인조는 <개그콘서트>에서도 활약 중이다. ‘불청객들’의 동네 사람들, 정종철과 김병만이다. 똑같이 맞춰서 쓴 니트 모자에 역시 상의를 하의에 꼭 구겨넣은 추리닝과 몸뻬 패션, 어깨에 자국 남게 둘러멘 가방까지 완벽하게 ‘눈치 없는’ 2인조인 이들은 영화 촬영 현장에 주로 출몰한다. 영화나 드라마 현장에 가면 꼭 있는 눈치 없는 주민 캐릭터를 연기하는 이들은 시도 때도 없이 카메라가 돌아가는 촬영 현장에 잠입해 NG를 만든다. 보다 못한 감독이 엑스트라로 캐스팅을 해주면 영화라는 픽션과 현실이라는 논픽션의 경계를 구분하지 못하고 느닷없이 주연 배우에게 이단 옆차기를 날린다. 맘 같아서는 형수씨와 3인조 아이돌 그룹 결성을 추진해주고 싶다. 나도 때론 ‘이런 놈’이고 싶다? 이렇게 눈치가 마이너스 3단인 캐릭터들이 시청자의 사랑을 한 몸에 받고 있다. 세상을 살면서 느는 것은 눈치뿐이라고 누가 말했던가. 눈치가 없는 이들은 세상을 배우지 못한 것 같고 어딘가 미숙해 보이지만, 동시에 천진난만해 보인다. 그래서 보고 있으면 갑갑하지만 절대 미워할 수 없다. 사람들은 실제로 ‘이런 놈’과 함께 살고 있기 때문에 이런 캐릭터를 사랑하고, 때로는 ‘이런 놈’이 되고 싶어서 사랑한다. 그렇다면 눈치는 없지만 자기 속은 편한 형수씨로 살아가는 게 좋을까, 아니면 내 속은 시커멓지만 앞길은 훤한 눈치천왕으로 살아가는 게 나을까. 정답은 <개그콘서트>의 ‘같기道’다. ‘눈치를 보는 것 같기도 하고 눈치를 보지 않는 것 같기도 한’ 경지에 이르면 내 속도 편하고 앞길도 구만리인 ‘사회생활의 달인’이 될지니.

‘친절한 형수씨’나 ‘불청객들’, ‘신인의 한계’처럼 눈치 없는 캐릭터들이 나오는 개그 코너가 인기를 얻고 있다. 이 캐릭터들은 어리숙하지만 천진난만함을 무기로 웃음을 준다.
신이 내린 불공평한 선물 ‘눈치’ 길가에서 ‘삥을 뜯는’ 불량배들(양상협·김민수)이 “이리 와!”라고 말하면 형수씨는 이렇게 대답한다. “저, 혹시나 해서 말씀드리는데요. 거기 안 갈 겁니다.” 누구나 겁을 먹기 마련인 조폭이나 불량배에게서 전혀 어둠의 그림자를 느끼지 못하는, 눈치 없는 형수씨는 그들에게 단 한마디도 지지 않는다. “너, 나한테 맞으면 죽어!” “사람이 그렇게 쉽게 죽나요.” 그렇다. 사람은 쉽게 죽지 않는다. 그렇지만 보통 사람들은 눈치를 보고 우선 손해가 될 만한 짓을 알아서 하지 않는다. 형수씨는 다르다. 말대답 따박따박 다 하고 “왜 이러세요!”라고 외치면서 정말 자기에게 왜 이러는지 진심으로 궁금해할 뿐이다. 그의 눈치 없음은 항상 승리한다. 성격 더러운 놈과는 오래 얘기해도 눈치 없는 사람과는 오래 얘기하기 힘든 법이니까. “뭐 이런 놈이 다 있어?” “저, 혹시나 해서 말씀드리는데요. 이런 놈 있어요!” 이런 놈이 있다면 저런 놈도 있다. 비슷한 상황, 한국방송 <개그콘서트>의 ‘고교천왕’은 어떨까. “우리가 누구야, 주먹 하나로 전국 고등학교를 제패한 고교천왕이야!”라고 호기롭게 외치는 김준호와 안일권은 신이 주먹 대신 눈치만 왕창 주신 경우다. 금목걸이에 호피 무늬 ‘난닝구’를 입고 세상에서 제일 불량한 표정을 짓고 있는 김준호와 안일권. 그러나 딱 봐서 자기들보다 세 보이는 사람에게는 무조건 무릎을 꿇는다. 그것도 가능한 한 체면을 구기지 않는 범위 내에서 사뿐히. 그들의 천적은 선도부 김대범이다. 김대범이 “다들 엎드려!”라고 하면 이 둘은 조용히 “진작 얘기를 하지”라고 읊조리며 엎드린다. 김대범이 무릎을 꿇라고 하면 땅에 떨어진 것 줍는 척하며 무릎을 꿇는다. 주먹이 아니라 눈치 하나로 전국 고등학교를 제패한 ‘눈치천왕’이다. 정말 사막 한가운데에 떨어뜨려놔도 눈치 하나로 오아시스를 찾아가고 낙타 앞에 무릎을 꿇을 것 같은, 형수씨와 정반대의 타입이라고 할까. “죄송합니다, 신인이라서요!” <웃찾사> ‘신인의 한계’에도 눈치라고는 눈 씻고 찾아봐도 없는 캐릭터가 나온다. 선배 연예인 박규선이 진행하는 라디오 프로그램 ‘규선아 놀자’의 게스트인 신인 연예인 양세형이다. 신인이기 때문에 방송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잘 모르는 양세형은 매번 눈치 없는 행동거지로 박규선의 속을 뒤집는다. 신인이라 긴장된다는 양세형은 PD 입장이 되어서 방송하라는 박규선의 말을 듣고 바로 PD로 돌변해 박규선을 혼내거나 연예인 기사에 악플을 달았다는 사연에는 “야, 이 쓰레기들아. 나 이런 거 못 참아요. 걸리기만 해봐”라고 버럭 소리를 지른다. “공인인데 보이는 데서 욕을 하면 어떻게 하느냐”는 박규선의 핀잔에 의자 뒤에 숨어서 욕을 한다. 양세형에게도 “이런 놈 있어요!” 정도의 포스를 뿜어내는 한 방이 있다. “죄송합니다, 신인이라서요!” 신인이라서 실수하고 신인이라서 눈치 없다는데 누가 돌을 던지겠는가! 형수씨와 비슷한 외모의 2인조는 <개그콘서트>에서도 활약 중이다. ‘불청객들’의 동네 사람들, 정종철과 김병만이다. 똑같이 맞춰서 쓴 니트 모자에 역시 상의를 하의에 꼭 구겨넣은 추리닝과 몸뻬 패션, 어깨에 자국 남게 둘러멘 가방까지 완벽하게 ‘눈치 없는’ 2인조인 이들은 영화 촬영 현장에 주로 출몰한다. 영화나 드라마 현장에 가면 꼭 있는 눈치 없는 주민 캐릭터를 연기하는 이들은 시도 때도 없이 카메라가 돌아가는 촬영 현장에 잠입해 NG를 만든다. 보다 못한 감독이 엑스트라로 캐스팅을 해주면 영화라는 픽션과 현실이라는 논픽션의 경계를 구분하지 못하고 느닷없이 주연 배우에게 이단 옆차기를 날린다. 맘 같아서는 형수씨와 3인조 아이돌 그룹 결성을 추진해주고 싶다. 나도 때론 ‘이런 놈’이고 싶다? 이렇게 눈치가 마이너스 3단인 캐릭터들이 시청자의 사랑을 한 몸에 받고 있다. 세상을 살면서 느는 것은 눈치뿐이라고 누가 말했던가. 눈치가 없는 이들은 세상을 배우지 못한 것 같고 어딘가 미숙해 보이지만, 동시에 천진난만해 보인다. 그래서 보고 있으면 갑갑하지만 절대 미워할 수 없다. 사람들은 실제로 ‘이런 놈’과 함께 살고 있기 때문에 이런 캐릭터를 사랑하고, 때로는 ‘이런 놈’이 되고 싶어서 사랑한다. 그렇다면 눈치는 없지만 자기 속은 편한 형수씨로 살아가는 게 좋을까, 아니면 내 속은 시커멓지만 앞길은 훤한 눈치천왕으로 살아가는 게 나을까. 정답은 <개그콘서트>의 ‘같기道’다. ‘눈치를 보는 것 같기도 하고 눈치를 보지 않는 것 같기도 한’ 경지에 이르면 내 속도 편하고 앞길도 구만리인 ‘사회생활의 달인’이 될지니.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