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개 절레절레 흔들며 그만하라는 수달이·병달이에 열광하는 직장인들… 윽박지르는 상사에 “그만해, 너 안 멋져” “미안 딴생각했다” 내뱉을라
▣ 안인용 기자 nico@hani.co.kr
“저거, 저거 너무 웃겨. 나 요즘 저거 보는 재미에 산다. 완전 최고야. 한강변을 백날 뛰어도 풀리지 않던 스트레스가 저 코너만 보면 확 풀린다니까.” 연말 송년회를 하던 중 한 친구가 식당에 틀어놓은 TV를 보고 환호성을 질렀다. 직장생활 2년, 일과 회사 인간관계로 인한 스트레스가 머리끝까지 꽉 차 있는 그 친구가 그토록 열광하던 코너는 SBS <웃찾사>의 ‘그만해’였다.
‘그만해, 너 얼굴 반지하 같애’ ‘그만해’는 수달이(정현수)와 병달이(김병헌)가 서로에게, 또 동네 놀이터에 출몰하는 허약남(김홍준)과 야수녀(김대훈) 커플에게 진심을 전하는 코너다. 그들의 진실함과 솔직담백함은 다음과 같다. “그만해, 너 얼굴 되게 어두워. 반지하 같애. 월세가 밀려 있어.” “그만해, 너는 이목구비가 흔적만 남았어. 분실신고해.” “너희 로맨틱하지 않아. 너희 지금 되게 야동 같애. 너 오다가 큰 사고 난 것 같애.” “그만해, 너희 지금 이종격투기 같애.” “너는 사자성어로 우당탕탕이야, 그냥.” “너는 사자성어로 삼중추돌이야.” 이게 어떻게 진심이냐고? 진심이라고 매일 아름답기만 하라는 법이 있나? 생활인인 우리의 말 못할 진심은 대부분 사회생활을 위해 꾹꾹 눌러놓은 마음, 상대방에 대한 어두운 마음이다. 수달이와 병달이 이 둘은 이렇게 진실한 비방과 비꼼, 지적의 대마왕이다. 친구는 이 코너에서 수달이와 병달이가 하는 말들이 모두 자기가 매일 직장 상사에게 하고 싶은 말이라고 했다. 이 코너를 보면서 일종의 대리만족을 느낀다는 것이 친구가 이 코너에 열광하는 이유였다. 그런데 찾아보면 비방하는 코너는 많다. 이 코너에서처럼 특히 상대방의 외모에 대해 끊임없이 지적하는 코너도 많다. 친구는 왜 하필 ‘그만해’를 찍은 걸까? “욕하고 비방하는 사람을 추하게 만들지 않거든. ‘이 못생기고 일도 못하는 주제에 성격만 나쁜 삐리리야!’ 하는 것보다 살짝 무시하는 듯한 표정을 지으면서 ‘그만해, 너 안 멋져. 너는 그냥 병 주고 병 주고야’라고 하면서 고개를 돌려주면 완전한 KO승을 거두는 것 같아. 어깨가 으쓱해지는 기분이 들기도 해. 뭔가 품격 있는 지적이고 욕이라고나 할까?” 친구의 말처럼 이 코너가 재밌는 이유는 국어시간에 졸면서 밑줄 긋던 직유법과 은유법 때문이다. 물론 이들이 쓰는 비유가 ‘쟁반같이 둥근 달’(직유법)이나 ‘내 마음은 호수’(은유법)처럼 간지럽지는 않다. 대신 ‘니 얼굴 너무 어려워. <도전! 골든벨> 마지막 문제 같애’나 ‘니 얼굴은 장마야’처럼 통쾌하다. 반지하나 트럭, 야동(야한 동영상)처럼 단어가 품고 있는 기운을 백분 활용한 비유는 통쾌함을 대(大)짜로 주문한 듯 시원하다. 수달이와 병달이의 표정과 말투도 한몫한다. 조금 짜증나고 약간 지겹다는 듯한 말투와 니 주제를 알라는 듯 상대방을 내려보는 표정은 이들을 언제나 승자로 만드는 결정적인 장면이다. 말 한마디로 뒤집히는 힘의 구도 반면, 매번 수달이와 병달이가 노는 놀이터에 나타나 애들 사탕이나 빼앗는 커플을 보자. 겉모습은 허약해도 말투만큼은 터프한 남자친구의 대사는 대략 다음과 같다. “너 내가 우스워 보여? 대답 안 해? 한번 맞아봐야 정신 차리겠지? 죽을래?” 고품격 비유라고는 모르는, 직설적이고 무식해서 용감한 대사다. 친구는 이렇게 덧붙였다. “부장이 꼭 말을 저렇게 하거든. 명령조에 윽박지르려고 들어. 그럴 때 똑같이 대들면서 맞장구치면 결국 비슷한 부류가 되는 것 같잖아. 그보다 얘들처럼 ‘어, 미안 딴생각했다’ 하면서 무시하고 싶어.” 나이라는 사회적 지위로는 수달이와 병달이가 낮고 막무가내 커플이 높지만 대화에서만큼은 그 구도가 단번에 뒤집힌다. 그래서 이 코너의 통쾌함은 두 배가 된다. 구체적인 캐릭터 설정이나 치밀한 구성 없이 기발한 비유와 품격 있는 비방만으로 5분 남짓한 시간을 긴장감 있게 끌고 가는 ‘그만해’는 성공한 코너다. 친구는 회사에서 스트레스 받을 때마다 인터넷으로 몰래 이 코너를 본다고 했다. 친구에게 꼭 당부하고 싶은 말이 있다. 동영상을 보면서 마음속으로만 해야 할 말들을 입 밖으로 내면 절대 안 된다. 설마가 사람 잡는다고 만에 하나 그런 일이 생긴다면 어떤 상황이 벌어질까. 아마도 친구가 부장을 떠올리며 그 코너를 애청해왔듯이 사장을 떠올리며 ‘그만해’를 사랑해왔던 부장, 이렇게 말하지 않을까. “그만하게. 이제 회사 일도 그만하게. 자네는 사자성어로 이판사판일세! 이제 자네는 자네 운명일세!”
직장인들에게 열광적인 인기를 얻고 있는 SBS <웃찾사>의 ‘그만해’. 이 코너가 제시하는 말싸움의 기술은 기발한 비유와 품격 있는 비방, 절대적인 자신감이다.
‘그만해, 너 얼굴 반지하 같애’ ‘그만해’는 수달이(정현수)와 병달이(김병헌)가 서로에게, 또 동네 놀이터에 출몰하는 허약남(김홍준)과 야수녀(김대훈) 커플에게 진심을 전하는 코너다. 그들의 진실함과 솔직담백함은 다음과 같다. “그만해, 너 얼굴 되게 어두워. 반지하 같애. 월세가 밀려 있어.” “그만해, 너는 이목구비가 흔적만 남았어. 분실신고해.” “너희 로맨틱하지 않아. 너희 지금 되게 야동 같애. 너 오다가 큰 사고 난 것 같애.” “그만해, 너희 지금 이종격투기 같애.” “너는 사자성어로 우당탕탕이야, 그냥.” “너는 사자성어로 삼중추돌이야.” 이게 어떻게 진심이냐고? 진심이라고 매일 아름답기만 하라는 법이 있나? 생활인인 우리의 말 못할 진심은 대부분 사회생활을 위해 꾹꾹 눌러놓은 마음, 상대방에 대한 어두운 마음이다. 수달이와 병달이 이 둘은 이렇게 진실한 비방과 비꼼, 지적의 대마왕이다. 친구는 이 코너에서 수달이와 병달이가 하는 말들이 모두 자기가 매일 직장 상사에게 하고 싶은 말이라고 했다. 이 코너를 보면서 일종의 대리만족을 느낀다는 것이 친구가 이 코너에 열광하는 이유였다. 그런데 찾아보면 비방하는 코너는 많다. 이 코너에서처럼 특히 상대방의 외모에 대해 끊임없이 지적하는 코너도 많다. 친구는 왜 하필 ‘그만해’를 찍은 걸까? “욕하고 비방하는 사람을 추하게 만들지 않거든. ‘이 못생기고 일도 못하는 주제에 성격만 나쁜 삐리리야!’ 하는 것보다 살짝 무시하는 듯한 표정을 지으면서 ‘그만해, 너 안 멋져. 너는 그냥 병 주고 병 주고야’라고 하면서 고개를 돌려주면 완전한 KO승을 거두는 것 같아. 어깨가 으쓱해지는 기분이 들기도 해. 뭔가 품격 있는 지적이고 욕이라고나 할까?” 친구의 말처럼 이 코너가 재밌는 이유는 국어시간에 졸면서 밑줄 긋던 직유법과 은유법 때문이다. 물론 이들이 쓰는 비유가 ‘쟁반같이 둥근 달’(직유법)이나 ‘내 마음은 호수’(은유법)처럼 간지럽지는 않다. 대신 ‘니 얼굴 너무 어려워. <도전! 골든벨> 마지막 문제 같애’나 ‘니 얼굴은 장마야’처럼 통쾌하다. 반지하나 트럭, 야동(야한 동영상)처럼 단어가 품고 있는 기운을 백분 활용한 비유는 통쾌함을 대(大)짜로 주문한 듯 시원하다. 수달이와 병달이의 표정과 말투도 한몫한다. 조금 짜증나고 약간 지겹다는 듯한 말투와 니 주제를 알라는 듯 상대방을 내려보는 표정은 이들을 언제나 승자로 만드는 결정적인 장면이다. 말 한마디로 뒤집히는 힘의 구도 반면, 매번 수달이와 병달이가 노는 놀이터에 나타나 애들 사탕이나 빼앗는 커플을 보자. 겉모습은 허약해도 말투만큼은 터프한 남자친구의 대사는 대략 다음과 같다. “너 내가 우스워 보여? 대답 안 해? 한번 맞아봐야 정신 차리겠지? 죽을래?” 고품격 비유라고는 모르는, 직설적이고 무식해서 용감한 대사다. 친구는 이렇게 덧붙였다. “부장이 꼭 말을 저렇게 하거든. 명령조에 윽박지르려고 들어. 그럴 때 똑같이 대들면서 맞장구치면 결국 비슷한 부류가 되는 것 같잖아. 그보다 얘들처럼 ‘어, 미안 딴생각했다’ 하면서 무시하고 싶어.” 나이라는 사회적 지위로는 수달이와 병달이가 낮고 막무가내 커플이 높지만 대화에서만큼은 그 구도가 단번에 뒤집힌다. 그래서 이 코너의 통쾌함은 두 배가 된다. 구체적인 캐릭터 설정이나 치밀한 구성 없이 기발한 비유와 품격 있는 비방만으로 5분 남짓한 시간을 긴장감 있게 끌고 가는 ‘그만해’는 성공한 코너다. 친구는 회사에서 스트레스 받을 때마다 인터넷으로 몰래 이 코너를 본다고 했다. 친구에게 꼭 당부하고 싶은 말이 있다. 동영상을 보면서 마음속으로만 해야 할 말들을 입 밖으로 내면 절대 안 된다. 설마가 사람 잡는다고 만에 하나 그런 일이 생긴다면 어떤 상황이 벌어질까. 아마도 친구가 부장을 떠올리며 그 코너를 애청해왔듯이 사장을 떠올리며 ‘그만해’를 사랑해왔던 부장, 이렇게 말하지 않을까. “그만하게. 이제 회사 일도 그만하게. 자네는 사자성어로 이판사판일세! 이제 자네는 자네 운명일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