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안병수 <과자, 내 아이를 해치는 달콤한 유혹> 지은이 baseahn@korea.com
어떤 죄인이 있었다고 치자. 죄질이 워낙 고약해 법조인들이 사형시켜야 한다고 이구동성으로 주장했다. 그런데 단죄해야 할 대법원에서는 무슨 연유에선지 머뭇거리다 집행유예를 선고해버렸다. 문제는 하급기관에서 생겼다. 한 지방법원이 노골적으로 반기를 든 것. 그 죄인을 당장 구속해 1년 뒤에 사형시키라고 명령했다.
이런 일이 현실적으로 일어날 수 있을까. 물론 말도 안 되는 이야기다. 한데 어떤 나라에서 버젓이 일어났다. 법조계가 아닌, 식품업계라는 점만이 다를 뿐이다. 트랜스지방 문제를 놓고 미국 연방정부와 뉴욕시가 취한 조처가 그것이다. 연방정부의 식품의약품안전국(FDA)이 대법원이라면 뉴욕시의 보건과는 지방법원이다. 죄인은 당연히 트랜스지방. FDA는 가공식품에 트랜스지방의 함량표기만 하도록 결정했지만, 뉴욕시는 요식업소의 음식에서 아예 퇴출시키기로 결정했다. 이 사건은 생각해보면 사뭇 웃기는 이야기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아무도 웃지 않는다. 트랜스지방은 어느덧 인간의 ‘웃음중추’까지 유린하고 있다는 뜻인가?
여기서 트랜스지방의 유해성에 대해 논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 관심 있는 사람은 이미 잘 알고 있을 테니 말이다. 다만 한 가지, 뉴욕시가 하극상 비슷한 몰골 사나운 행동까지 하며 분연히 일어선 이유를 짚어볼 필요가 있다. 최근 트랜스지방에 대한 국내 언론보도를 보면 늘 등장하는 용어가 하나 있다. 바로 ‘일일섭취 허용량’이다. 트랜스지방의 경우 2.2g이라고 한다. 세계보건기구(WHO)가 제시한 수치다. 이는 마치 하루 2.2g 이하만 먹으면 안전한 것으로 이해하기 십상이다. 그래서 그런지 조금씩만 먹으면 해롭지 않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적지 않은 게 사실인데.
“트랜스지방에는 안전 섭취량이라는 개념이 없습니다. 먹으면 먹은 만큼 해롭습니다.” 미국국립의학연구소(IOM)의 공식 의견이다. 가급적 먹지 않는 게 상책이라는 이야기다. 왜 IOM은 일일섭취 허용량 개념을 부정하며 경각심을 부추기는 것일까. 음식물 문제는 정확한 상식을 필요로 한다. ‘침묵의 살인자’로 알려진 트랜스지방의 경우 특히 그렇다. 인체 내에서 트랜스지방의 반감기는 평균 51일로 알려져 있다. 반감기란 반으로 줄어드는 데까지 걸리는 시간이다. 오늘 만일 트랜스지방을 2g 먹었다면 51일이 지나야 1g으로 줄어든다. 0.5g으로 줄어드는 데까지는 100일이 넘게 필요하다. 문제는 내일도 먹고 모레도 먹는다는 사실. 아무리 적은 양이라도 매일 먹게 되면 몸 안의 잔존량은 계속 늘어날 수밖에 없다. IOM의 전문가들이 고민하는 점이 바로 그것이고, 뉴욕시가 퇴출 결정을 내리게 된 이유다. 뉴욕시의 이번 조처는 더 이상 ‘강 건너 불’이 아니다. 당장 우리나라로도 그 불똥이 튀고 있다. 언론들이 대서특필하면서 보건당국과 식품업계가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일견 다행스러워 보인다. 그러나 밀운불우(密雲不雨). 내막을 들여다보면 답답함을 떨칠 수 없다. 트랜스지방 함량 표기가 시행되기까지 약 1년을 기다려야 한다는 점은 그런대로 이해할 수 있다고 치자. 왜 패스트푸드 제품은 그 규정에서 제외되어 있는가. 트랜스지방 하면 가장 먼저 종아리를 걷어올려야 할 것이 패스트푸드 아닌가. 게는 빠뜨리고 구럭만 걷어오는 꼴이다. 한국판 뉴욕시가 나오지 않을까 두렵다.
일러스트레이션/ 이우만
“트랜스지방에는 안전 섭취량이라는 개념이 없습니다. 먹으면 먹은 만큼 해롭습니다.” 미국국립의학연구소(IOM)의 공식 의견이다. 가급적 먹지 않는 게 상책이라는 이야기다. 왜 IOM은 일일섭취 허용량 개념을 부정하며 경각심을 부추기는 것일까. 음식물 문제는 정확한 상식을 필요로 한다. ‘침묵의 살인자’로 알려진 트랜스지방의 경우 특히 그렇다. 인체 내에서 트랜스지방의 반감기는 평균 51일로 알려져 있다. 반감기란 반으로 줄어드는 데까지 걸리는 시간이다. 오늘 만일 트랜스지방을 2g 먹었다면 51일이 지나야 1g으로 줄어든다. 0.5g으로 줄어드는 데까지는 100일이 넘게 필요하다. 문제는 내일도 먹고 모레도 먹는다는 사실. 아무리 적은 양이라도 매일 먹게 되면 몸 안의 잔존량은 계속 늘어날 수밖에 없다. IOM의 전문가들이 고민하는 점이 바로 그것이고, 뉴욕시가 퇴출 결정을 내리게 된 이유다. 뉴욕시의 이번 조처는 더 이상 ‘강 건너 불’이 아니다. 당장 우리나라로도 그 불똥이 튀고 있다. 언론들이 대서특필하면서 보건당국과 식품업계가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일견 다행스러워 보인다. 그러나 밀운불우(密雲不雨). 내막을 들여다보면 답답함을 떨칠 수 없다. 트랜스지방 함량 표기가 시행되기까지 약 1년을 기다려야 한다는 점은 그런대로 이해할 수 있다고 치자. 왜 패스트푸드 제품은 그 규정에서 제외되어 있는가. 트랜스지방 하면 가장 먼저 종아리를 걷어올려야 할 것이 패스트푸드 아닌가. 게는 빠뜨리고 구럭만 걷어오는 꼴이다. 한국판 뉴욕시가 나오지 않을까 두렵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