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기 전에 그 꿈을 이룰 수 있을까
▣ 김윤정 한겨레출판 편집부
“거기 앉아서 책꽂이의 책들을 바라보다가, 나는 문득 누나가 말했던 내 책이 떠올랐어. 내가 젊은 시절에 구상했던 내 책 말이야. 나는 작가가 되어서 책을 쓰고 싶었거든. 그건 내 젊은 시절 꿈이었어. 누나와 나는 종종 그 꿈에 대해서 함께 이야기를 나눴으니까. 누나는 나를 믿었고, 나도 나 자신을 믿었는데, 결국 나는 책을 쓴다던 꿈을 완전히 잊어버리고 말았어. 난 이젠 쉰 살밖에 안 됐어. 내가 담배와 술을, 그래, 술과 담배를 끊을 수 있다면 책 한 권쯤 쓸 수 있을 거야. 여러 권도 쓸 수 있겠지만 어쩌면 단 한 권이 될 거야.
난 이제 깨달았네, 루카스. 모든 인간은 한 권의 책을 쓰기 위해 이 세상에 태어났다는 걸, 그외엔 아무것도 없다는 걸. 독창적인 책이건, 보잘것없는 책이건, 그야 무슨 상관이 있나. 하지만 아무것도 쓰지 않는 사람은 영원히 잊혀질 걸세. 그런 사람은 이 세상을 흔적도 없이 스쳐지나갈 뿐이네.”(아고타 크리스토프 지음, <존재의 세 가지 거짓말> 중에서)
모든 인간은 단 한 권의 책을 쓰기 위해 이 세상에 태어났다? 그렇다면 단 한 권의 책을 만들기 위해 이 세상에 태어난 사람도 있지 않을까? 스스로 좋아하고 만족할 수 있는 단 한 권의 책! 그 꿈을 위해 오늘도 열심히 교정지에 코를 박고 저자와 약속을 하면서 머릿속으로 홍보 전략을 짜는 사람이 있지 않을까? 뜬금없이 원고 청탁이 들이닥친 월요일 아침. 방금 도착한 따끈따끈한 신간 <대한민국史 04>를 언론사에 보내기 위해 정신없이 준비하고 있었다. 보도 자료를 프린트하고, 매체 리스트를 체크하고, 메일을 보내고…. 그 와중에 ‘원고지 9매 쓰기’라는 엄청난 숙제가 내게 떨어졌다. 으아악! 있는 보도자료를 가지고 쓸 수도 없는 ‘에디터스컷’이라니. 머리를 굴러본다. <아메리카 자전거 여행> <여우야 여우야 뭐하니> <21세기에는 바꿔야 할 거짓말>…. 어떤 책으로 에디터스컷을 채워볼까? 아니면 전혀 다른 이야기를? <편집자 분투기>에서 뭐라고 했었지? 7년차 편집자에 대하여. 기억이 가물가물하다. 그저 막연히 책을 만드는 사람이 되고 싶었다. 언론 관련 수업을 들으면서, 매번 사람을 만나야 하는 기자보다는 편집자가 되어 조용히 앉아 생원고만 만지고 싶다는 생각에 편집자 생활을 시작했다. 그때는 사람들을 만나는 게 두려웠으니까. 그러나 내 예상은 완전히 빗나갔다. 편집자는 새로운 사람들과 더 자주 만나야 했다! 저자에서 디자이너, 편집자, 인쇄 담당자, 광고와 홍보 담당자까지. 그들과 조화를 이루며 스타일을 서로 맞춰가야 했다! “넌 어떤 책을 만들고 싶어?”라는 질문을 받을 때마다 고민한다. 어떤 책을 어떻게 만들 수 있을까? 죽기 전까지 딱 한 권의 책을 쓰고 싶은 마음처럼, 어느 순간부터 딱 한 권의 책만이라도 제대로 만들고 싶다는 생각이 간절하다. 처음부터 끝까지, 기획부터 마케팅까지 모든 것을 내 손으로 말이다. 기획안을 썼다 지우고, 문장을 고치고, 구성을 바꾸고, 홍보를 고민하면서 내 욕심이 과하다는 생각을 한다. 죽기 전까지 완벽한 단 한 권의 책을 만들 수 있을까? 어쩌면 나도 모르는 새에 그 꿈을 조금씩 이뤄가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고민을 거듭하며 내 손을 거쳐 탄생한 책들을 통해서 말이다. 오늘도 새로운 원고와 씨름한다. 본문 제목들을 바꿔볼까? 디자인 콘셉트는 어떤 방향으로 정할까? 표지는 이런 스타일이 좋겠지? 다른 식의 홍보 방법은 없을까? 등등. 더불어 세상에 필요한 책과 내가 만드는 책, 읽고 싶은 책과 읽어야 할 책 사이에서 고민한다. 그리고 지금 내가 만드는 책이 스스로 뽑은 최고의 책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을 마음속에 담는다.

(일러스트레이션 / 김대중)
모든 인간은 단 한 권의 책을 쓰기 위해 이 세상에 태어났다? 그렇다면 단 한 권의 책을 만들기 위해 이 세상에 태어난 사람도 있지 않을까? 스스로 좋아하고 만족할 수 있는 단 한 권의 책! 그 꿈을 위해 오늘도 열심히 교정지에 코를 박고 저자와 약속을 하면서 머릿속으로 홍보 전략을 짜는 사람이 있지 않을까? 뜬금없이 원고 청탁이 들이닥친 월요일 아침. 방금 도착한 따끈따끈한 신간 <대한민국史 04>를 언론사에 보내기 위해 정신없이 준비하고 있었다. 보도 자료를 프린트하고, 매체 리스트를 체크하고, 메일을 보내고…. 그 와중에 ‘원고지 9매 쓰기’라는 엄청난 숙제가 내게 떨어졌다. 으아악! 있는 보도자료를 가지고 쓸 수도 없는 ‘에디터스컷’이라니. 머리를 굴러본다. <아메리카 자전거 여행> <여우야 여우야 뭐하니> <21세기에는 바꿔야 할 거짓말>…. 어떤 책으로 에디터스컷을 채워볼까? 아니면 전혀 다른 이야기를? <편집자 분투기>에서 뭐라고 했었지? 7년차 편집자에 대하여. 기억이 가물가물하다. 그저 막연히 책을 만드는 사람이 되고 싶었다. 언론 관련 수업을 들으면서, 매번 사람을 만나야 하는 기자보다는 편집자가 되어 조용히 앉아 생원고만 만지고 싶다는 생각에 편집자 생활을 시작했다. 그때는 사람들을 만나는 게 두려웠으니까. 그러나 내 예상은 완전히 빗나갔다. 편집자는 새로운 사람들과 더 자주 만나야 했다! 저자에서 디자이너, 편집자, 인쇄 담당자, 광고와 홍보 담당자까지. 그들과 조화를 이루며 스타일을 서로 맞춰가야 했다! “넌 어떤 책을 만들고 싶어?”라는 질문을 받을 때마다 고민한다. 어떤 책을 어떻게 만들 수 있을까? 죽기 전까지 딱 한 권의 책을 쓰고 싶은 마음처럼, 어느 순간부터 딱 한 권의 책만이라도 제대로 만들고 싶다는 생각이 간절하다. 처음부터 끝까지, 기획부터 마케팅까지 모든 것을 내 손으로 말이다. 기획안을 썼다 지우고, 문장을 고치고, 구성을 바꾸고, 홍보를 고민하면서 내 욕심이 과하다는 생각을 한다. 죽기 전까지 완벽한 단 한 권의 책을 만들 수 있을까? 어쩌면 나도 모르는 새에 그 꿈을 조금씩 이뤄가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고민을 거듭하며 내 손을 거쳐 탄생한 책들을 통해서 말이다. 오늘도 새로운 원고와 씨름한다. 본문 제목들을 바꿔볼까? 디자인 콘셉트는 어떤 방향으로 정할까? 표지는 이런 스타일이 좋겠지? 다른 식의 홍보 방법은 없을까? 등등. 더불어 세상에 필요한 책과 내가 만드는 책, 읽고 싶은 책과 읽어야 할 책 사이에서 고민한다. 그리고 지금 내가 만드는 책이 스스로 뽑은 최고의 책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을 마음속에 담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