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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지이야기

[새책] < 거울 속의 원숭이 > 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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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6-11-17 00:00 수정 : 2008-09-17 20: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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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울 속의 원숭이

이언 태터솔 지음, 정은영 옮김, 해나무 펴냄(031-955-8896), 1만1천원

진화론은 다윈으로 시작됐고, 그래서 그의 ‘자연선택의 지휘 아래 오스트랄로피테쿠스, 호모에렉투스, 호모사피엔스로 진화해왔다’는 설명은 절대적이다. 화석인류학자인 저자는 이러한 단순화된 설명을 거부한다. 그는 진화가 적응이나 자연선택으로 뚫린 고속도로가 아니라 어디로 가야 할지 망설여지는 시골길과 같다고 말한다. 탈응하고 가끔씩 정지하는 진화 이야기야말로 ‘인간적’이다.

카르데니오 납치사건


재니퍼 포드 지음, 송경아 옮김, 북하우스(031-955-2555) 펴냄, 1만5천원

‘언니가 돌아왔다.’ <제인에어 납치사건>의 후편이다. 배경은 <제인에어 납치사건>처럼 게임이나 TV 대신 문학이 일반 대중의 최고 오락인 1980년대 영국. 문학 관련 범죄 부서에 소속된 서즈데이 넥스트에게 귀족 볼스캠퍼 경이 희귀본 감정을 의뢰한다. 그 작품은 바로 300년 전에 사라진 셰익스피어의 <카르데니오>다. 온갖 문학작품들이 인용돼 끌려나와 얽히는 SF 판타지 가상 역사소설.

양영순의 천일야화 1~6

양영순 지음, 김영사(02-3668-3207) 펴냄, 각권 7900원

<누들누드>의 작가 양영순이 펼쳐놓는 천일야화의 세계. 전작들과 같은 노골적인 성담론이나 엽기성은 보이지 않는다. 대신 흥미진진하고 때로는 감동적인 이야기가 살아 있다. 지은이는 이 만화에서 “세라쟈드가 샤리아르 왕에게 매일 밤 이야기를 들려준다”는 아라비안나이트의 틀거리만 유지한 채 전혀 새로운 이야기를 만들어냈다. 각 편의 이야기들은 서로 연결되고 다시 현실 속의 왕과 왕비와 포개진다.

길 잃은 세대를 위하여

거트루드 스타인 지음, 권경희 옮김, 오테르(02-712-8093) 펴냄, 1만8천원

미국의 소설가·극작가·시인인 거트루드 스타인이 생전에 남긴 유일한 자서전. 지은이는 20세기 초반 ‘길 잃은 세대’라 불렸던 수많은 지식인과 예술가들의 대모 역할을 맡았다. 거트루드 스타인 자신의 인생을 직접 기록한 자서전이지만 그녀의 평생 동반자였던 엘리스 B. 토클라스의 이름을 빌려 출간됐다. 지은이는 이 책에서 완벽하게 자신의 문체를 객관화해 자신에게 새로운 정체성을 부여했다.

전태일 통신

전태일기념사업회 엮음, 후마니타스(02-739-9929) 펴냄, 1만원

울산 현대자동차의 비정규직 노동자, 고등학생, 농부, 이주노동자, 소설가 등 다양한 필자들이 전태일에 대해 쓴 글 38편을 엮었다. 글마다 현장의 문제가 고스란히 녹아 있다. 시인 김용택은 “그 많던 미꾸라지와 새우와 가재들과 물고기들과 무지개는, 사람들은 다 어디로 갔단 말인가”라고 탄식한다. 장애인자립생활센터의 활동가는 지금까지 우리 사회가 장애인과 관련된 결정은 가족과 관리자에게 맡겼다고 꼬집는다.

들풀들이 들려주는 위대한 백성 이야기

홍순명 지음, 부키(02-325-0846) 펴냄, 7900원

풀무학교 홍순명 선생의 이야기 모음집 완결편. <해님 달님> <피리 소년> <두꺼비> <팔도 민요> 등이 실려 있다. 이 작품들은 지은이가 기존 전래동화를 현재의 시각에서 새롭게 엮거나 창작한 것으로, 우리 민중의 기쁘고 슬픈 삶과 아름다운 자연이 조화롭게 녹아 있다. <해님 달님>은 자연과 짐승과 사람이 함께 살아가는 이야기다. 이야기 속의 호랑이는 사람을 잡아먹지 않는다. 오히려 어머니가 나물을 딸 때면 재롱을 부린다.

자본주의 역사 강의

백승욱 지음, 그린비(02-702-2717) 펴냄, 1만7900원

한국을 포함해 동아시아에서 일어나고 있는 경제적·군사적·정치적 위기를 세계체계 분석의 틀로 봤을 때 얻을 수 있는 것은 무엇일까. 지은이는 세계체계 분석의 역사를 살펴보는 방식으로 이에 대한 답을 찾아본다. 세계체계 분석이 탁월한 현실 분석력을 인정받게 된 근거를 되짚어보고, 그 근거가 옛 소련의 몰락으로 인한 냉전의 해체, 제국 없는 제국주의, 신자유주의 등장 등을 설명하는 데도 여전히 유효한지를 따진다.

과학사회학의 쟁점들

김환석 지음, 문학과지성사(02-338-7224) 펴냄, 1만6천원

과학기술과 사회의 관계에서 생기는 이론적·경험적·실천적 쟁점들에 대한 연구서. 단순히 이론적 동향만이 아니라 한국의 상황들에 대해서도 소상히 밝히고 있다. 1990년대 이후 한국은 서구와 마찬가지로 과학기술에 의해 매개되고 영향을 받는 ‘과학기술 사회’로 급속히 진입했다. 그러나 인식과 제도는 내용을 갖추지 못했으며 오히려 잠재적 위험과 갈등을 심화하고 있다. 지은이는 과학문화와 인문문화의 괴리 현상에 우려를 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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