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반이정 미술평론가 http://dogstylist.com
측정 불가의 동선을 그리는 티슈 한 장의 고공 낙하. 제조사의 홍보물로 친숙합니다. 이건 경쾌하고 날렵한 깃털의 느낌을 연상시킵니다. 경량화 된 티슈의 몸짓은 사뿐히 내려앉는 백의 천사처럼 청순하고 순결합니다. 톡 잡아 뽑으면 동일한 모양을 갖춘 티슈가 새로이 등장하는 순환 구조도 재활용 불가의 철학을 구체화시킨 결과입니다.
상자 위로 반쯤 솟구친 주름 잡힌 백색 종이는 대리석 조각상의 옷 주름마냥 신성합니다. 그러나 티슈가 표방하는 지상 최대 순결 프로젝트는 ‘단가가 싸다는 이유로’ 남용되는 형편입니다. 두툼한 패드에 담겨 화장지 고유의 용도보다 포장지 위에 찍힌 홍보 문구를 앞세운 이른바 판촉용 티슈가 난립하는 탓입니다. 순결을 ‘얇고 하얗게’ 이미지화한 티슈는 항간에서 양가적 대우를 받습니다. 천상의 가치처럼 수호되지만 실은 제일 쉽게 훼손되는 게 순결의 숙명입니다. 순결과 티슈의 운명은 동형적입니다. 티슈의 종말은 순결이라는 관념적 가치를 온몸에 싸안고 쓰레기통으로 투척되는 것으로 끝납니다.
표지이야기
순결한 티슈, 낙하하다
제 635호
등록 : 2006-11-17 00:00 수정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