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라이어티쇼 진행자로 전업한 <개콘> 이전 세대가 콩트형 개그 복원… 이야기와 연기로 쇼의 식상함 돌파… 말장난 위주의 구성은 극복해야
▣ 안인용 기자 nico@hani.co.kr
요즘 활동하는 개그맨·개그우먼의 세대를 굳이 구분한다면, 1999년 등장해 개그의 판도를 바꿔놓은 한국방송 <개그콘서트>를 기준으로 그 이전 세대와 이후 세대로 나눌 수 있다. 콩트형 개그가 대세였던 <개콘> 이전 세대 개그맨들은 공개형 개그가 뜨자 개그 프로그램을 떠나 일찌감치 만능 엔터테이너로의 변신을 마쳤다.
정통 콩트형 개그 세대인 김미화와 최양락은 일찌감치 라디오·토크쇼 진행자로, 임하룡과 박미선, 이경실은 연기자로 자리를 잡았으며 이경규는 버라이어티쇼의 대부로 활동하고 있다. 그보다 젊은 세대인 신동엽, 김용만, 유재석, 강호동, 정선희, 서경석, 박명수 등은 버라이어티쇼 진행자로 안착해 최고의 주가를 올리고 있다.
콩트형·스탠딩·공개형 두루 경험 신동엽 세대의 개그맨은 콩트형 개그와 스탠딩 개그, 공개형 개그를 두루 경험하면서 콩트형 개그의 연기력과 스탠드형 개그의 순발력, 공개형 개그의 웃음코드 등을 모두 골고루 물려받은, 복받은 세대다. 이들은 개그맨의 재치를 프로그램 진행자의 감각으로 십분 활용할 수 있었다. 진행자로의 변신은 대성공을 거뒀지만 잃은 것도 있다. 개그맨으로서의 정체성이다. 반면 <개콘> 이후 세대는 정형돈 정도를 제외하고는 버라이어티쇼로 넘어가지 못했다. 개그 코너에서 빛나는 아이디어는 많지만 순발력과 재치, 결정적으로 연예인으로서의 끼가 부족하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이에 꽤 오랫동안 <개콘> 이전 세대는 개그 프로그램에 출연하지 않았고 <개콘> 이후 세대는 개그 프로그램에서만 활동해왔다. 그런데 최근 개그로 돌아오지 않을 줄만 알았던 ‘전직 개그맨 현직 진행자’들이 개그맨의 감각을 조금씩 되살리고 있다. 버라이어티쇼와 결합하면서 진화된 형식의 콩트형 개그로 말이다. 그 대표주자는 신동엽이다. <개콘>과 <웃찾사> 등 개그 프로그램을 빼놓지 않고 본다는 신동엽은 항상 “조금 더 세련된 방식의 콩트로 시청자를 웃겨보고 싶다”고 했다. ‘조금 더 세련된 방식의 콩트’가 바로 2002~2003년 방송됐던 SBS <헤이헤이헤이>의 ‘웃자 웃자’ 코너였다. 신동엽은 개그맨 뺨치는 연기자 김원희와 함께 등장해 ‘폼생폼사 모델 커플’ 등의 캐릭터로 웃음과 연기를 버무린 콩트를 선보였다. 그리고 3년, 신동엽이 다시 <헤이헤이헤이 2>를 들고 나왔다. 그의 파트너는 김원희, 왕년에 ‘도루묵 여사’로 안방극장을 사로잡았던 개그우먼 이경실 등이다. 결과는? 아슬아슬한 성인 개그·코미디를 맛깔나게 구사하는 신동엽식 콩트형 개그는 <웃찾사>가 빠진 자리를 단단히 메우기에 충분했다. 강호동도 빼놓을 수 없다. 버라이어티쇼에서 진행자 강호동을 보고 있다가도 그 볼살이 떨리면 무조건 반응으로 ‘소나기’를 떠올리게 된다. 강호동은 10여 년 전 <오늘은 좋은 날>의 ‘소나기’에서 엉덩이를 흔들며 “행님아!”를 외쳐 불멸의 캐릭터를 만들어낸 당사자. 이 캐릭터는 <웃찾사>의 김신영이 바통을 이어받아 21세기에도 당당하게 살아남은 몇 안 되는 캐릭터 중 하나다. 한동안 버라이어티쇼에서만 그 모습을 볼 수 있었던 강호동이 지난 7월 신설된 문화방송 <황금어장>에서 다시 콩트 연기를 시작했다. ‘금촌댁네 사람들’과 <코미디 하우스> 등에서 개그우먼으로서의 끼를 발휘했던 정선희도 <황금어장>에서 제대로 된 콩트 개그를 선보이고 있다. 캐릭터를 자유자재로 소화해내는 강호동과 정선희의 연기에는 물이 올랐다. 이에 질세라 문화방송 <무한도전>의 유재석, 박명수 등도 즉석에서 추억의 개그 ‘괜찮아유’를 제조해내며 그 시절 그 연기를 다시 보여주고 있다. 개그와 쇼의 경계를 허물다 신동엽, 이경실, 강호동, 정선희, 유재석 등이 보여주는 콩트형 개그의 특징은 버라이어티쇼라는 큰 틀 안에서 콩트의 가능성을 찾고 있다는 점이다. 방송 3사에서 3분짜리 개그 코너 수십 개가 쏟아져나오는 요즘, 이야기가 있고 연기가 있는 콩트형 개그는 새로운 대안이 될 수 있다. 둥글게 둘러앉아 수다를 떠는 식의 엇비슷한 버라이어티쇼에서도 콩트형 개그는 쇼의 식상함을 벗어날 수 있는 기회다. 또 ‘개그는 개그 프로그램에서, 쇼는 버라이어티쇼에서’라는 공식을 깨고 개그가 움직일 수 있는 운신의 폭을 넓힌다는 점도 눈여겨볼 만하다. 아쉬움도 있다. 버라이어티쇼에서 소화하는 콩트형 개그는 개그맨의 개인 기량이나 아이디어보다 순간의 애드리브에 의존해 말장난이나 농담 따먹기 위주로 흘러가기 일쑤다. 또 출연하는 연예인들이 매번 바뀌고 연예인의 토크와 함께 진행되다 보니 구성이 산만해지기 쉽다. 그래도 버라이어티쇼에 빼앗겨버린 줄 알았던 재능 있는 개그맨·개그우먼의 개그 연기를 다시 볼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이들의 새로운 시도는 반갑기만 하다. 이들이 콩트형 개그의 부활에 앞장서주기를 바라는 것은, 지나친 욕심일까?
신동엽·정원희의 <헤이헤이헤이 2>(위)에서, 강호동·정선희의 <황금어장>(아래)에서 콩트형 개그를 선보이고 있다. 이들은 버라이어티쇼라는 틀에서 새로운 형식의 콩트형 개그를 만들어내고 있다.
콩트형·스탠딩·공개형 두루 경험 신동엽 세대의 개그맨은 콩트형 개그와 스탠딩 개그, 공개형 개그를 두루 경험하면서 콩트형 개그의 연기력과 스탠드형 개그의 순발력, 공개형 개그의 웃음코드 등을 모두 골고루 물려받은, 복받은 세대다. 이들은 개그맨의 재치를 프로그램 진행자의 감각으로 십분 활용할 수 있었다. 진행자로의 변신은 대성공을 거뒀지만 잃은 것도 있다. 개그맨으로서의 정체성이다. 반면 <개콘> 이후 세대는 정형돈 정도를 제외하고는 버라이어티쇼로 넘어가지 못했다. 개그 코너에서 빛나는 아이디어는 많지만 순발력과 재치, 결정적으로 연예인으로서의 끼가 부족하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이에 꽤 오랫동안 <개콘> 이전 세대는 개그 프로그램에 출연하지 않았고 <개콘> 이후 세대는 개그 프로그램에서만 활동해왔다. 그런데 최근 개그로 돌아오지 않을 줄만 알았던 ‘전직 개그맨 현직 진행자’들이 개그맨의 감각을 조금씩 되살리고 있다. 버라이어티쇼와 결합하면서 진화된 형식의 콩트형 개그로 말이다. 그 대표주자는 신동엽이다. <개콘>과 <웃찾사> 등 개그 프로그램을 빼놓지 않고 본다는 신동엽은 항상 “조금 더 세련된 방식의 콩트로 시청자를 웃겨보고 싶다”고 했다. ‘조금 더 세련된 방식의 콩트’가 바로 2002~2003년 방송됐던 SBS <헤이헤이헤이>의 ‘웃자 웃자’ 코너였다. 신동엽은 개그맨 뺨치는 연기자 김원희와 함께 등장해 ‘폼생폼사 모델 커플’ 등의 캐릭터로 웃음과 연기를 버무린 콩트를 선보였다. 그리고 3년, 신동엽이 다시 <헤이헤이헤이 2>를 들고 나왔다. 그의 파트너는 김원희, 왕년에 ‘도루묵 여사’로 안방극장을 사로잡았던 개그우먼 이경실 등이다. 결과는? 아슬아슬한 성인 개그·코미디를 맛깔나게 구사하는 신동엽식 콩트형 개그는 <웃찾사>가 빠진 자리를 단단히 메우기에 충분했다. 강호동도 빼놓을 수 없다. 버라이어티쇼에서 진행자 강호동을 보고 있다가도 그 볼살이 떨리면 무조건 반응으로 ‘소나기’를 떠올리게 된다. 강호동은 10여 년 전 <오늘은 좋은 날>의 ‘소나기’에서 엉덩이를 흔들며 “행님아!”를 외쳐 불멸의 캐릭터를 만들어낸 당사자. 이 캐릭터는 <웃찾사>의 김신영이 바통을 이어받아 21세기에도 당당하게 살아남은 몇 안 되는 캐릭터 중 하나다. 한동안 버라이어티쇼에서만 그 모습을 볼 수 있었던 강호동이 지난 7월 신설된 문화방송 <황금어장>에서 다시 콩트 연기를 시작했다. ‘금촌댁네 사람들’과 <코미디 하우스> 등에서 개그우먼으로서의 끼를 발휘했던 정선희도 <황금어장>에서 제대로 된 콩트 개그를 선보이고 있다. 캐릭터를 자유자재로 소화해내는 강호동과 정선희의 연기에는 물이 올랐다. 이에 질세라 문화방송 <무한도전>의 유재석, 박명수 등도 즉석에서 추억의 개그 ‘괜찮아유’를 제조해내며 그 시절 그 연기를 다시 보여주고 있다. 개그와 쇼의 경계를 허물다 신동엽, 이경실, 강호동, 정선희, 유재석 등이 보여주는 콩트형 개그의 특징은 버라이어티쇼라는 큰 틀 안에서 콩트의 가능성을 찾고 있다는 점이다. 방송 3사에서 3분짜리 개그 코너 수십 개가 쏟아져나오는 요즘, 이야기가 있고 연기가 있는 콩트형 개그는 새로운 대안이 될 수 있다. 둥글게 둘러앉아 수다를 떠는 식의 엇비슷한 버라이어티쇼에서도 콩트형 개그는 쇼의 식상함을 벗어날 수 있는 기회다. 또 ‘개그는 개그 프로그램에서, 쇼는 버라이어티쇼에서’라는 공식을 깨고 개그가 움직일 수 있는 운신의 폭을 넓힌다는 점도 눈여겨볼 만하다. 아쉬움도 있다. 버라이어티쇼에서 소화하는 콩트형 개그는 개그맨의 개인 기량이나 아이디어보다 순간의 애드리브에 의존해 말장난이나 농담 따먹기 위주로 흘러가기 일쑤다. 또 출연하는 연예인들이 매번 바뀌고 연예인의 토크와 함께 진행되다 보니 구성이 산만해지기 쉽다. 그래도 버라이어티쇼에 빼앗겨버린 줄 알았던 재능 있는 개그맨·개그우먼의 개그 연기를 다시 볼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이들의 새로운 시도는 반갑기만 하다. 이들이 콩트형 개그의 부활에 앞장서주기를 바라는 것은, 지나친 욕심일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