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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지이야기

원형이여, 낮은 데로 임하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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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6-11-10 00:00 수정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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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반이정 미술평론가 http://dogstylist.com

여느 기하학적 도형과 비교할 때 원형(圓形)은 완벽성이라는 관념적 가치까지 담보해왔습니다. 행성의 외관, 수면의 동심원, 과녁 등 주위에 산재한 범상한 원형들도 있지만 얼굴 뒤에서 고매한 신분을 보장해온 둥그런 광배도 있으니, 원형은 자고로 격조 높은 도형이지요. 이 중에서 ‘낮은 곳에 임한’ 겸손한 원형의 사례로 바퀴를 떠올릴 법합니다. 땅바닥과 밀착한 바퀴(wheel)의 운명은 각별한 용도에서 비롯됩니다. 그 어원이 말해주는바, 구르는 것(roll)이 바로 바퀴의 본분입니다.

굴러야만 하는 바퀴의 숙명은 정교한 원주 디자인은 물론 정중앙 축에게 가장 지대한 역할을 부여했습니다. 지상의 운송수단은 대개 둘 혹은 네 개의 바퀴에 의존하여 굴러갑니다. 현기증 나게 돌려대야 목적지에 당도합니다. 그러나 바퀴 지름이 속도와 정비례한다는 믿음은 스케일 중심주의가 만든 대표적인 오해입니다. 민첩성과 스피드를 겸비한 미니 자전거는 작은 원형(바퀴)의 가치를 입증합니다. 항간에서 미니 자전거가 인기 품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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