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겨레21 ·
  • 씨네21 ·
  • 이코노미인사이트 ·
  • 하니누리
표지이야기

[스크린가라사대] <타짜> 중에서

634
등록 : 2006-11-10 00:00 수정 :

크게 작게

▣ 김도훈 <씨네21> 기자

“나 이대 나온 여자야” <타짜> 중에서

<중앙일보>가 연례적으로 벌이는 대학 평가, 아니 학벌 평가는 그 신문이 1년 동안 생산하는 모든 기사들 중 가장 재미있다. 물론이다. 매우 공정한 평가일 것이다. 하지만 누구도 고3 학생과 부모들이 이 기사를 토대로 대학을 결정한다고는 생각지 않을 것이다. 한국에서 대학 평가란 결국, 서울대와 연·고대를 위시한 몇몇 학벌대(‘명문대’라는 말은 좀 우습지 않나)들의 은근한 기싸움을 촉발하거나, 순위가 오르락내리락하는 준학벌대 졸업생들의 마음에 애처로운 자긍심과 좌절감을 잠시나마 불어넣어주는 데 가장 큰 목적이 있는게 아닌가 싶다.


나는 지방대를 나왔다. 하지만 대학이라는 장소 자체가 나에게는 별 의미가 없었던 탓에 대학에 대한 애정도 별로 없다. 해서 “그 사람은 고대 나와서 그래” “그 인간은 딱 연대스럽지”라는 유의 말을 주변 사람들로부터 들을 때면 속으로 (아주아주 약간) 웃는다. 서울과 떨어진 장소에서 대학을 보낸 탓에 서울대와 연·고대와 이대에 어떤 차이가 있으며, 그까짓 대학이 사람 성격을 대변할 수 있다는 게 그냥 ‘웃찾사’식 농담처럼 들리기 때문이다. 하지만 쿨한 척 몸부림쳐도 어쩔 수 없는 인간이었다. 나는 동료들 앞에서 “이까짓 걸 왜 하냐”는 투로 덮었던 신문을, 혼자 있을 때 몰래 다시 펴들었다. 그리곤 내가 나온 대학의 순위를 찾아 눈을 굴리기 시작했다. 무섭다. 학벌의 욕망이란 황우석을 닮은 신이 한국인의 DNA에 태어날 때부터 새겨놓은 인자임이 틀림없다.

좋은 언론을 향한 동행,
한겨레를 후원해 주세요
한겨레는 독자의 신뢰를 바탕으로 취재하고 보도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