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활한 <폭소클럽>과 신설된 <라디오 웃찾사>를 손꼽아 기다리는 이유… 자기들끼리 웃고 떠드는 개그 대신 일반인을 등장시켜 편안한 웃음 선사
▣ 안인용 기자 nico@hani.co.kr
호랑이는 죽어서 가죽을 남기고 사람은 죽어서 이름을 남기지만, 요즘 개그맨들은 죽든 살든 유행어만 남긴다. 2분에서 3분 남짓한 짤막한 시간 동안 유행어를 붙이고 붙여서 만든 코너에서 개그맨은 철저하게 연기자로 남는다. 아이디어 회의와 연기 연습, 소품 준비 등으로 완벽한 무대를 꾸미는 요즘 개그는 연기자 대신 캐릭터나 유행어를 앞세운다. 그만큼 개그맨의 교체도 빠르다.
시청자의 반응이 시원찮으면 바로 바뀐다. 경쟁력을 살리고 프로 정신을 기른다는 점에서는 긍정적이지만 젊은 개그맨들이 자기 실력을 다 보여주기 전에 무대에서 사라지는 게 아쉽고, 한편으로는 야박해 보이기도 하다.
“한번 웃어보죠 뭐”라는 눈빛 지난주 쌀쌀한 바람을 피해 창문을 꼭 닫아놓고 TV 앞에 앉아서 <개그콘서트> <웃찾사> <개그야>를 보다가 문득 옆구리가 허전해졌다. 개그도 가을을 타는지 빠르게만 지나가는 개그 코너를 보고 있자니 똑같은 제품을 만들어내는 공장 같기도 하고 플라스틱 냄새가 나는 것도 같았다. 친척 어른 말씀처럼 ‘국수 말아먹듯 후루룩 하고 지나가는’ 요즘 개그는 통쾌하고 시원하지만 관객과의 소통을 거부한다. ‘웃지 못하는 자, 보지도 말라’고 말하는 것처럼 TV 속에서 자기네들끼리 웃고 떠드느라 보는 사람에게는 통 말을 걸어주지 않는 요즘 개그 말고 사람 냄새 나는 그런 개그, 어디 없나? 한국방송 <폭소클럽>은 개그에 스탠드업 코미디 정착 등 여러 가지 의미 있는 발자취를 남겼다. 그 가운데서도 가장 큰 발자취는 김제동, 김샘(김홍식), 장하나 등 ‘말 잘하는’ 일반인들을 발굴해냈다는 점이다. 당시 레크레이션 MC였던 김제동은 <폭소클럽>에서 ‘대중 앞에 서는 법’으로 김제동 특유의 웃음을 전국에 퍼뜨렸다. 이들은 개그맨이라고 하기에는 미는 유행어도 없고 준비도 부족한 것처럼 보이지만 친구와 수다 떨듯 이야기 보따리를 풀어놓으며 툭툭 던지는 말 한마디로 웃음을 선사했다. 무대에 혼자 서서 관객을 바라보고 얘기하면서도 ‘꼭 웃기고 말겠어’라는 필사적인 눈빛보다는 ‘웃으면 복이 온다잖아요, 한번 웃어보죠 뭐’라는 여유 있는 눈빛이었기에 더 편안하게 웃을 수 있었다.
지난 2월 폐지된 뒤 많은 이들이 오매불망 ‘부활’을 원했던 <폭소클럽>이 다음달 돌아온다. 물론 처음 느낌 그대로 돌아온다. 독특한 일반인이 무대에 올라 관객을 웃기는 기획 의도를 살릴 것이라는 <폭소클럽>은 다양한 재주를 가진 일반인의 도전을 기다리고 있으며, 이들에게 적극적으로 출연 기회를 줄 계획이다. 돌아온 <폭소클럽>도 예전 <폭소클럽>이 그랬듯 한 박자 늦고 유행에 뒤떨어지더라도 사람 냄새 나는 개그를 전해주길 기대한다. 또 김제동이 <폭소클럽>으로 시작해 지금 최고의 MC 반열에 오른 것처럼 재능을 가진 이들을 찾아 연예인답지 않은 연예인, 개그맨답지 않은 개그맨으로 키워주기를 바란다.
제3의 김제동을 찾아서
제2의 김제동을 찾는 곳이 또 있다. 라디오다. SBS 라디오는 가을 개편을 맞아 <라디오 웃찾사>를 신설한다. 일반인이 참여하는 개그 프로그램으로 일반인 지원자 두 명이 웃음 대결을 벌여 우승자를 가린다는 내용이다. MC도 기존 연예인이 아닌 일반인 중에서 선발한다. 진행자와 참여자를 모두 일반인이 한다는 점도 눈길을 끌지만 ‘라디오’라는 점도 인상적이다. 요즘 개그는 ‘보는 개그’다. 대사는 유행어 위주로 점점 적어지고 과장된 행동은 점점 많아진다. 그래서 ‘듣는 개그’에 더 많은 기대를 걸게 된다. ‘듣는 개그’에서는 빠르게 전개되는 요즘 개그를 복기하는 게 힘들어진다. 단편적인 상황 대신 말과 이야기로 웃음을 엮어내야 한다. 그만큼 자기만의 개그로 승부해야 한다는 뜻이다. ‘듣는 개그’에 라디오라는 매체가 갖고 있는 살가움까지 더해지면 어떤 개그가 탄생할까? 기대해도 좋을 것 같다.
개그쟁이들에게 올 11월은 환영의 달이자 변화의 달이다. 공중파 3사의 대표선수 <개그콘서트> <웃찾사> <개그야>의 본격적인 3파전도 흥미진진하겠지만 <폭소클럽>이 보여줄 친숙한 얼굴과 웃음, <라디오 웃찾사>가 들려줄 ‘듣는 개그’를 만끽할 수 있다. 이 얼마나 축복받은 계절인가. 사람 냄새 물씬 나는 개그만 있다면 추운 겨울도 두렵지 않다.
한국방송 <폭소클럽>이 배출한 개그맨 김제동
“한번 웃어보죠 뭐”라는 눈빛 지난주 쌀쌀한 바람을 피해 창문을 꼭 닫아놓고 TV 앞에 앉아서 <개그콘서트> <웃찾사> <개그야>를 보다가 문득 옆구리가 허전해졌다. 개그도 가을을 타는지 빠르게만 지나가는 개그 코너를 보고 있자니 똑같은 제품을 만들어내는 공장 같기도 하고 플라스틱 냄새가 나는 것도 같았다. 친척 어른 말씀처럼 ‘국수 말아먹듯 후루룩 하고 지나가는’ 요즘 개그는 통쾌하고 시원하지만 관객과의 소통을 거부한다. ‘웃지 못하는 자, 보지도 말라’고 말하는 것처럼 TV 속에서 자기네들끼리 웃고 떠드느라 보는 사람에게는 통 말을 걸어주지 않는 요즘 개그 말고 사람 냄새 나는 그런 개그, 어디 없나? 한국방송 <폭소클럽>은 개그에 스탠드업 코미디 정착 등 여러 가지 의미 있는 발자취를 남겼다. 그 가운데서도 가장 큰 발자취는 김제동, 김샘(김홍식), 장하나 등 ‘말 잘하는’ 일반인들을 발굴해냈다는 점이다. 당시 레크레이션 MC였던 김제동은 <폭소클럽>에서 ‘대중 앞에 서는 법’으로 김제동 특유의 웃음을 전국에 퍼뜨렸다. 이들은 개그맨이라고 하기에는 미는 유행어도 없고 준비도 부족한 것처럼 보이지만 친구와 수다 떨듯 이야기 보따리를 풀어놓으며 툭툭 던지는 말 한마디로 웃음을 선사했다. 무대에 혼자 서서 관객을 바라보고 얘기하면서도 ‘꼭 웃기고 말겠어’라는 필사적인 눈빛보다는 ‘웃으면 복이 온다잖아요, 한번 웃어보죠 뭐’라는 여유 있는 눈빛이었기에 더 편안하게 웃을 수 있었다.
과학 선생님 장하나. 재능 있는 일반인들이 보여주는 개그는 친구와 수다 떨듯 편안하게 웃고 떠들면서 즐길 수 있어서 좋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