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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지이야기

형광펜 광배, 눈이 시리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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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6-10-13 00:00 수정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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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반이정 미술평론가 http://dogstylist.com

밑줄 긋기란 방대한 전문에서 주요 지문을 가려내는 국제적 표시법입니다. 그러나 밑줄은 강조하려는 활자의 밑단을 더럽히고 더러 가독성마저 해칩니다. 어쩌면 형광펜의 등장은 원문을 크게 훼손치 않고 그것을 부각시키고픈 요구가 반영된 결과 같습니다. 형광펜은 밑줄로 사용되기보다는 지문 전체를 덮는 형식을 취합니다. 때문인지 형광펜의 굵기는 채색될 활자의 높이에 맞춰 있습니다.

형광펜은 필기를 위한 도구가 아니라 인쇄된 활자의 지위 향상에 기여하는 보조기구입니다. 궁극적으로 형광 안료를 뒤집어쓴 지문은 명시도 높은 번들거림으로 비천한 지문들과 차별되니 말입니다. 이것은 종교화에서 성자의 두상을 감싸는 광배와 흡사한 효과를 갖습니다. 예수의 이목구비는 광배로 인해 가려지지 않고 장삼이사와 대비를 이룹니다. 제일 선호되는 형광펜이 노란색이듯, 종교화에 묘사된 광배 역시 노란색(금색)이 압도적으로 많다는군요. 광배 쓴 성자를 직시하기 힘든 것처럼, 형광펜이 도배한 책도 더러 눈이 시려 읽기 어렵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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