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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지이야기

와인의 이상과 진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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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6-09-29 00:00 수정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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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반이정 미술평론가 http://dogstylist.com

시음 직전 잔 쥐는 법, 부풀린 글라스에 3분의 1만 채우는 매너 등 까다로운 절차가 내장된 술. 감미로운 색과 향을 음미하는 연미복 선남선녀의 파티에서나 만날 법한 술. 주는 이와 받는 이의 품격을 모두 배려하는 선물 1호의 술. 단맛은 싫고 드라이한 걸 선호한다고 해야 체면 유지가 될 것 같은 술. 붉은 고기는 레드와 생선은 화이트와 매치된다고 믿어지는 술.

맨정신을 유지하면서 품위까지 보장받는 적당한 도수의 술. 이상이 와인을 둘러싼 이상적인 연상들. 파손 위험 때문에 종이컵에 5분의 4 이상 채워 원샷으로 들이켜는 술. 문외한은 일단 “메독 있나요”만 외치는 술. 벌컥벌컥 마시다 보니 쓴맛 단맛 구분 못하는 술. 품위는 고사하고 과음으로 두통이 수반되는 술. 만찬장에서 제공된 김밥과 인절미를 안주 삼아 마시는 술. 술과 주스의 중간에 놓인 덕에 맛도 좋고 술기운도 늦게 찾아오는 점을 악용해 흔히 여자 꼬일 목적으로 남성이 ‘품위 있게’ 강권하는 술. 이상이 와인을 둘러싼 구태의연한 실상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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