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2 월드컵 이어 2006 월드컵에서 4강 이룬 남자하키팀 조성준 감독… 팀닥터 한명 없고, 성남 경기장이 축구장 돼도 ‘자율하키’는 전진하리
▣ 신윤동욱 기자 syuk@hani.co.kr
신문을 보다가 ‘어?’ 했다. 9월 어느 날, 한국 남자하키 대표팀이 독일 월드컵에서 네덜란드를 이겼다는 기사가 스포츠면의 구석에 박혀 있었다. “오늘의 스포츠 뉴스는 이건데….” 한국은 세계랭킹 2위 네덜란드를 꺾고 승승장구했다. 더구나 이겨도 멋있게 이겼다. 네덜란드에 2 대 0 앞서다 동점을 허용했지만 결국은 3 대 2 승리, 영국에 종료 11분을 남기고 터진 결승골로 1 대 0 승리, 세계랭킹 4위 인도에 선제골을 허용하고도 경기 종료 1분 전에 결승골을 터뜨려 2 대 1로 역전승, 마지막 경기에서 전 대회 우승팀인 독일과 0 대 0 무승부. 죽은 활자로 박힌 흐름만 보아도 경기마다 한 편의 드라마였다.
4강 진출 가능성이 커질수록 뉴스의 비중도 커졌지만, 언론의 대접이 크게 달라지지는 않았다. 혹시나 4강에 오르면 중계를 하려나, 오매불망 심야의 스포츠 채널을 돌렸지만 ‘혹시나’는 ‘역시나’였다. 조성준(45) 남자하키 대표팀 감독은 “만장하신 프레스센터에 한국 기자는 한 명도 없었다”고 전했다. 그렇게 한국 남자하키 대표팀은 2002 월드컵에 이어 2006 월드컵에서 ‘어게인’(Again 2002)을 달성했다. 독일에서 한국팀은 인기였다. “총알처럼 빠른 팀”으로 인기를 얻었고, 독일과의 경기 때는 ‘45만 명 대 380명의 대결’로 화제를 모았다. 독일의 45만 명 남자하키 성인 선수와 한국의 380명을 대비한 숫자다(실제 한국 성인 남자 선수는 200명이 못 된다). 비록 준결승에서 오스트레일리아에 역전패하면서 4위에 머물렀지만, 4강의 위업은 바래지 않는다.
“제발 청주대 하키팀을 살려달라” 9월19일 귀국한 조성준 감독은 인터뷰를 요청하자 두말없이 승락했다. 그만큼 언론의 관심에 목말랐던 것이다. 20일 시차 탓에 눈을 붙이지 못했다는 그를 서울 올림픽공원 부근에서 만났다. 그의 하소연은 때로 헛웃음이 나올 정도로 처연했다. 먼저 월드컵 이야기. 한국은 출전국 중 팀닥터가 없는 유일한 팀이었다. 상무를 포함해 남자 실업팀 4개, 대학팀 5개. 심지어 현재 남녀 대표팀 감독을 배출한 하키 명문 청주대는 올해 신입 선수를 받지 않았고, 해체할 예정이다. 조 감독은 “제발 청주대 하키팀을 살려달라”고 호소했다. 유럽에서 하키는 귀족 스포츠지만, 한국에서는 배고픈 운동이다. 선수들은 200만원 이하의 월급을 받고 뛴다. 조 감독은 대표선수들에게 “너희는 그래도 1년에 유니폼 한 벌, 하키스틱 하나밖에 못 받는 (대표로 뽑히지 못한) 선수들보다 낫지 않느냐”고 독려한다. 월드컵 기간 중에도 선수는 물론 감독도 빨래를 직접 한다. 성남 하키장은 진작에 축구장으로 바뀌었고, 서울에도 하키 경기장이 없다. 국제대회 엔트리는 18명이지만, 태릉선수촌의 하키팀 할당은 16명이다. 2명은 협회가 선수촌 비용을 부담한다.
2006 도하 아시아경기대회가 12월에 열리지만, 10월에는 선수촌 입소를 못한다. 남자하키는 2000 시드니 올림픽에서 은메달을 땄지만, 2004 아테네 올림픽에서 8위에 그치면서 3순위 종목으로 밀렸다. 한 달 훈련을 하고 인도, 파키스탄과 겨뤄야 한다. 물론 기대는 언제나 금메달. 정말로 걱정은 11월이면 시즌이 끝나서 실업팀 선수들이 흩어져 연습할 상대가 없다는 것이다. 조 감독은 “대표선수가 22명은 돼야 11명씩 나눠서 연습경기를 한다”고 말했다. 이어서 그는 “각 시도에서 실업팀 하나씩만 만들면 얼마나 좋을까”라고 희망했다.
이쯤 되면 그들의 4강은 헝그리 정신으로 무장한 스파르타식 훈련의 성과라고 써야만 각본이 맞는다. 또 하나, 비인기 종목의 생리는 잘하는 세대가 장기 집권하다 그들이 떠나면 무너진다는 것이다. 시드니 은메달도 있으니 당연히 노장의 투혼이 월드컵 4강으로 부활했다, 이렇게 써야 맞는다. 당연히 그런 줄 알았다. 미안하지만 아니었다. 월드컵 4강 선수단 18명 중 25살 이하가 12명이다. 월드컵에서 필드골 3골을 터뜨린 유효식(24·상무), 페널티 코너 4골을 넣은 장종현(22·조선대) 등 유망주가 즐비하다. 노장의 투혼은 신구의 조화를 만든다. 아테네 올림픽 멤버는 4명만 남았다. 미드필드의 여운곤(33), 풀백의 김용배(33), 골키퍼 고동식(34), 30대 트리오 3명이 필드의 뼈대를 이룬다. 나머지 한 명의 아테네 멤버 서종호(26)가 최전방에 선다. 김용배, 여운곤은 축구로 치면 센추리 클럽(A매치 100회 출장)에 두 번 가입한 선수들. 김용배는 A매치 250회, 여운곤은 230회 출전했다. 둘 다 월드컵은 세 번째 뛰었다. ‘헝그리스러워서’ 빼고 싶지만, 김용배는 월드컵 두 달 전에 무릎 수술을 받았다. 그러니까 하키의 홍명보는 한 명이 아니라 두세 명인 것이다.
20대 유망주 즐비… 필드에 선후배는 없다
게다가 감독의 철학은 ‘자율 하키’다. 조 감독은 “아무리 훈련을 시켜도 고비는 선수가 넘는다”며 “창의력이 없으면 결정적인 고비를 넘기지 못한다”고 말한다. 그래서 필드에서 선후배를 없앴다. 하다못해 내일 먹을 식단도 선수들이 정한다. 전술은 토털 하키. 주전도 후보도 없다. 5분을 뛰어도 전력을 다해서 뛰기 위해 선수를 수시로 바꾼다. 공격도 수비, 수비도 공격이다. “총알처럼 빠른 한국팀”은 그렇게 만들어졌다. 하키인들은 그들에게 “환상의 호흡”이라고 말한다. 조성준 감독과 조명준 코치(36)는 87년 대원고 감독과 선수로 만나 19년 동안 호흡을 맞추었다. 자율로 뭉치니 코치진과 선수들도 화기애애하다. 아직도 젊은 그들은 배고프다. 2006 도하 아시아경기대회, 2008 베이징 올림픽, 2012 런던 올림픽, 나는 벌써부터 설렌다. 2008년엔 ‘어게인 시드니!’, 2010년엔 ‘어게인 2006!’.
한국 선수들이 하키 월드컵 영국전에서 골을 넣고 기뻐하고 있다.
“제발 청주대 하키팀을 살려달라” 9월19일 귀국한 조성준 감독은 인터뷰를 요청하자 두말없이 승락했다. 그만큼 언론의 관심에 목말랐던 것이다. 20일 시차 탓에 눈을 붙이지 못했다는 그를 서울 올림픽공원 부근에서 만났다. 그의 하소연은 때로 헛웃음이 나올 정도로 처연했다. 먼저 월드컵 이야기. 한국은 출전국 중 팀닥터가 없는 유일한 팀이었다. 상무를 포함해 남자 실업팀 4개, 대학팀 5개. 심지어 현재 남녀 대표팀 감독을 배출한 하키 명문 청주대는 올해 신입 선수를 받지 않았고, 해체할 예정이다. 조 감독은 “제발 청주대 하키팀을 살려달라”고 호소했다. 유럽에서 하키는 귀족 스포츠지만, 한국에서는 배고픈 운동이다. 선수들은 200만원 이하의 월급을 받고 뛴다. 조 감독은 대표선수들에게 “너희는 그래도 1년에 유니폼 한 벌, 하키스틱 하나밖에 못 받는 (대표로 뽑히지 못한) 선수들보다 낫지 않느냐”고 독려한다. 월드컵 기간 중에도 선수는 물론 감독도 빨래를 직접 한다. 성남 하키장은 진작에 축구장으로 바뀌었고, 서울에도 하키 경기장이 없다. 국제대회 엔트리는 18명이지만, 태릉선수촌의 하키팀 할당은 16명이다. 2명은 협회가 선수촌 비용을 부담한다.
조성준 감독을 “하키에 조금만 투자하면 큰 성과가 난다”고 지원을 호소했다(사진/ 곽윤섭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