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빠지는 머리털 하나하나가 다 소중하고 아까워 죽겠다”는 ㅎ(여·31)씨는 23살 때 1997년 미장원 언니에게서 “정수리에 머리가 없다”는 말을 처음 들었다. 본격화된 건 대학원을 다니면서부터다. 2002년에는 머리에 비듬이 많다는 말도 들었고, 2003년 미용실에 갔는데 거울로 정수리를 반사해서 보여줬을 때는 너무 훵해서 깜짝 놀랐다. 비듬도 많고 세균성 각질이 눈에 띌 정도로 많았다. 두피 촬영을 한 결과 모공도 완전히 막혀 있었다.
황 원장은 “20대, 30대 심지어 10살 이하의 아이들도 머리털이 빠져 병원을 찾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이철 헤어커커 숙대점의 주연씨도 머리를 깎다 보면 놀라는 경우가 많다. “수능 준비 중인 10대 아이들의 원형 탈모가 아주 심한 것 같다.”
머리카락이 빠지는 것은 우울증을 동반한다. 몽골족이나 일본 사무라이가 머리를 밀어서 반짝이는 머리를 과시한 것은 까마득한 고래적 사건, 대머리가 정력이 세다는 것도(남성호르몬 분비가 대머리를 촉진하므로 일리 있는 속설) 대머리들이 만들어낸 자족적 유언비어같이 느껴진다. 2003년에는 인터넷 채팅 사이트의 오프라인 모임에서 술을 마시던 동행이 자신의 가발을 벗겨 바닥에 내동댕이치자 인근 포장마차에서 흉기로 찔러 숨지게 한 사건도 있었다. <아큐정전>의 아큐는 바보라서 항상 행복하지만 머리를 언급할 때만은 불같이 화를 낸다. 그는 부스럼으로 머리가 벗겨지자 ‘벗겨지다’라는 말을, 그 뒤에는 ‘빛나다’ ‘밝다’라는 말까지 싫어하게 된다.
탈모는 생활 습관에서 나온다. 휴식 시간을 인터넷을 하며 지내기보다는 밖으로 나가 햇빛을 쐬고 산책을 하는 것이 좋다.
급기야 ‘등불’ ‘촛불’ 같은 말도 그의 앞에서 하면 욕을 퍼부으며 덤벼들었다. ‘탈모환자’ 혹은 탈모 증후가 보이는 ‘탈모인’ 역시 마찬가지다. 안 그렇던 성격까지 바뀌어 소심해진다. 30대 탈모인의 모임 ‘삼탈모’(http://cafe.daum.net/talmo119)의 아이디 ‘25세 청춘의 탈모자’의 말이다. “군에 입대하기 전에는 여자친구도 많고 자랑이 아니라 인기도 좀 있는 편이었는데 군 제대하고 두 달밖에 안 되었는데 정수리의 M형 탈모로 인해(심각한 수준이라 자평함) 요즘은 대인 기피증까지 생기고 있습니다. 사람들을 피해 다니니까 주변에서 제대하니 사람이 변했다고, 서운하다고 말합니다. 그런 소리를 들으면 마음이 썩어들어 갑니다.”
이렇게 하늘을 원망하는 마음이 커지는 것은 그것을 피할 방법이 속시원하게 없어서다. 그리고 원인이 복잡다단하기 때문이다. 탈모의 원인으로 밝혀진 것만 60가지가 넘고 이것저것 더하면 200가지가 된다는 전문가도 있다. 아이러니한 것은 탈모 전문 치료제로 미국식품의약국(FDA) 승인이 난 피나스테리드(상품명 프로스카)나 미녹시딜(상품명 마이녹실, 목시딜, 볼드민)조차도 탈모를 위해서 개발된 것이 아니었다. 프로스카는 전립선 비대증 치료제로, 미녹시딜은 고혈압의 혈관확장제로 사용하다가 부작용으로 머리가 나자 발모 치료제가 되었다. 그래서 탈모 치료제로 처방한 프로스카는 다시 부작용으로 정력 감퇴가 나타난다. 그리고 임신 가능성이 있는 여성은 절대로 먹으면 안 된다.
문제는 원인으로 거론되는 스트레스다. 황 원장은 “원인은 모르는 것이 답이다. 사람마다 다르다. 유전적으로 탈모 영향이 있을 수 있다. 산후, 염색이나 파마를 자주하는 등 머리 관리를 못해서, 빈혈이 있어서, 갑상선호르몬계 이상 등은 찾기만 하면 치료가 가능하다. 스트레스도 탈모의 큰 원인이다. 하지만 원인을 모르기 때문에 스트레스 때문이라고 말하기도 한다. 실지로 환자들이 내원해서 ‘요즘 하는 일에서 스트레스를 많이 받아서…’ 등의 말을 먼저 꺼낸다”고 말한다. 삼탈모의 운영자 숯검댕이는 “신림동 고시촌 가보면 탈모가 역력한 사람들이 득시글거린다. 경험적으로 스트레스와 탈모는 확실히 관련이 있다”고 말한다.
신림동에는 대머리가 많다?
스트레스가 탈모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양약에서는 이렇게 설명한다. “스트레스를 받으면 도망가거나 싸우기에 적합한 상태가 된다. 싸울지 도망갈지 결정하기 위해 뇌에 많은 혈액이 공급되므로 정신이 맑아지고 예민해진다. 그런데 당장 싸우는 데 필요 없는 신체기관은 희생이 필요하다.”(<탈毛드>) 소화기관, 신장, 간으로 가는 혈액이 감소하고 모발이 충분한 영양을 받기 힘들어진다. 혈소판 등 혈액응고 인자도 증가해 두피의 미세혈류는 더욱 악화된다. 한방에서는 “스트레스를 많이 받으면 상체의 양기, 즉 따뜻한 기운이 아래로 내려가지 못하고 위로 올라가 열을 만든다. 이렇게 열이 위로 가게 되면 두피에 염증이 생기고 머리카락이 빠지는 것”(<毛자라는 탈모책>)이라고 말한다. 이렇게 스트레스가 탈모를 발생시키면 다시 탈모가 스트레스로 작용한다. 조바심이 나고 다른 사람의 시선을 의식하게 되고 마음의 평안함을 찾기가 힘들어지는 것이다.
탈모 관련 동호회 활동도 탈모 관리에 도움이 된다. 탈모에 대한 정보도 얻고 서로에게 자신감도 불어넣어준다.
이렇게 마음이 불안하니 여러 업체들의 호언장담에 솔깃하게 된다. 탈모가 늘어나자 탈모 관련 산업도 팽창일로다. 동네 미용실 등에서도 두피 관리를 해주고 탈모 관련 제품을 판매하며, 두피의 각질와 피지, 노폐물 등을 없애고 소독해주는 두피 스케일링을 전문으로 하는 업체도 여러 군데다. 탈모 전용 샴푸가 홈쇼핑몰에 나오면 불티나게 팔린다. 2004년 약 4천억원대에 이르던 탈모 관련 산업은 2005년 급성장 기미를 보이다가 올해에는 1조원 시장이 될 것이라고 전망하는 산업 관계자도 있다.
급성장의 배후에는 비싼 가격도 한몫한다. 보통 슈퍼에서 파는 ‘비싼’ 샴푸가 6천~7천원에서 가격이 형성되는 반면 탈모 전용 샴푸는 2만5천원씩 한다. 두피 관리도 1회에 10만원 하는 것은 보통이다. 황 원장은 “모 피부관리센터에서 2천만원을 쏟아붓고는 내원한 예도 있다”고 말한다. 두피 스케일링 등 두피 관리는 받는다면 탈모 예방에 좋다. 단, 돈이 많다면. 그 가격에 비해 탈모에 직접적으로 미치는 효과는 미미하기 때문이다.
관리에 드는 약값도 만만찮다. 탈모 클리닉 등은 의료보험이 적용되지 않으며, 한방의 경우도 보험이 되는 것은 침 등 몇 개로 한정되어 있다. 두피관리센터도 당연히 보험이 적용되지 않는다. 지루성 피부염 등 병원 피부과에서 보험이 적용되는 일부가 있지만 성분이 같은 약도 보험적용이 다르므로 주의해야 한다(예를 들어 프로페시아는 미적용, 프로스카는 적용).
암담한 환경이지만 탈모 관리는 은근과 끈기로 해야 한다. 평생 계속해야 하는 일이기 때문이다. 삼탈모의 운영자 숯검댕이가 강조하는 것은 ‘포기하지 않기’다. “많이 진전되기 전에 관리를 시작하는 것이 좋지만 진전되더라도 절대 포기하면 안 된다.” 숯검댕이는 유전적 소인에도 불구하고 제법 풍성한 머리를 유지하고 있다. 7년 전부터 탈모를 고민하며 두피관리센터, 샴푸, 병원을 다 이용해보았고 현재는 탈모 관리에 자신감이 붙은 상태. 그는 “탈모 유전자라는 것은 없고 탈모 체질이 유전되는 것일 뿐이다. 예전에는 40대가 되어야 머리가 벗겨지는데 지금은 20대가 되어서도 머리가 벗겨지는 경우가 많다. 탈모가 나타나는 것이 유전적으로만 결정되는 것이 아니라는 말이다. 40대 때도 20대의 몸과 체질을 유지할 수 있다면 탈모되지 않는다”고 말한다. 그가 말하는 비법은 ‘비법’이 아니라 ‘생활’이다. 검은 선식(검정깨, 다시마, 검정콩 가루)이나 녹차 린스(마지막 헹구는 물에 녹차가루를 넣는 것) 등 특별한 몇 가지 방법이 있지만, 주는 ‘바른 생활’이다. 하루 8시간을 규칙적으로 자고 채식 위주의 식사를 하고 운동을 규칙적으로 한다.
‘득모인’들한테 기운받자
삼탈모에서 탈모한방전문상담 코너를 맡고 있는 구피사랑도 ‘탈모인 생활수칙’을 강조한다. “검은 선식 복용과 녹차 하루에 3잔 마시기, 규칙적인 유산소 운동과 틈틈이 물구나무 서기, 천연 샴푸로 하루 2회 샴푸하기, 기름진 음식과 인스턴트 식품 안 먹기, PC 작업 시간 줄이고 충분한 수면 취하기, 금주, 금연, 금욕, 스트레스는 적게 받고 긍정적으로 사고하기, 틈틈이 두피 마사지 하기 등.” 황 원장도 현대인의 생활습관이 탈모를 유발한다고 말한다. 그는 가장 치료가 힘든 사람이 흡연자, 우울증 소인이 있는 사람, 밤낮이 바뀐 사람이라고 말한다.
잦은 파마와 염색도 탈모의 원인이 된다. 천연 재료를 사용하는 경우에도 파마는 두 달, 염색은 세 달 간격을 두고 해야 한다. (사진/ 한겨레 이종근 기자)
여유를 갖고 탈모를 치료하는 데는 탈모 관련 동호회 활동을 하는 것도 좋다. 여기서 탈모 관리는 ‘득모 관리’이고 일상적인 인사는 “득모하세요”다. 걱정이 되어 머리 상태 사진을 올리면 우루루 달려와서 “부럽다”고 해준다. 서로 긍정적으로 생각하도록 끊임없이 독려해주는 것이다.
*참고자료: <毛자라는 탈모책> 대한한방피부미용학회 이은미·정철·임희선 지음, 웅진 펴냄, 2006/ <탈毛드> 황기선 지음, 무한 펴냄, 2006/ http://cafe.daum.net/talmo1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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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리를 이쑤시개로 쑤셔라?
탈모에 좋다는 속설들의 진실게임
황기선 원장은 “치약을 바르면 좋아진다는 말을 듣고 실제로 바른 환자도 있었다. 상식적으로 생각해 말이 안 되는 것은 실행하지 말아야 한다”고 당부한다. 하지만 탈모인이라면 지푸라기 하나라도 아니 머리카락 한 가닥이라도 잡으려는 심정으로 이것저것이 솔깃해진다. 그럴듯한 말로 뒷받침할 때는 특히 ‘충동질’이 심하다. ‘삼탈모’ 게시판에 올라온 글 중심으로 속설을 점검해보았다.
-머리에 얼음찜질을 하라: ×. 한때 얼음찜질 정도가 아니라 머리를 얼리는 처방을 했던 적도 있다. 하지만 효과가 전혀 없는 것으로 밝혀졌다. 머리에 따뜻한 열을 가하는 것은 미용실이나 두피관리센터 등에서 주로 하는 치료법이다. 두피에 열을 가해 스팀팩을 하는 기계를 판매하기도 한다. 스팀으로 머리를 싸서 10분 정도 둔다. 각질을 불려서 떨어뜨리기 쉬운 상태로 만드는 것이다. 하지만 지나친 열은 두피를 자극해 좋지 않다. 여름의 직사광선도 머리에 좋지 않다.
-머리를 나무빗으로 꼭꼭 눌러가면서 자극하라: ×. 비법 소개란에 이런 글도 올라온다. “둥그런 나무 브러시를 구입해서 수시로 빗습니다. 빠져도 신경쓰지 말고. 어차피 휴지기에 들어간 머리는 빠지니까요. 모근이 튼튼해집니다. 그래야 다시 튼튼한 머리가 납니다.” 유명 성우의 비법으로 소개된 것이다. 그는 피가 날 때까지 빗었다고 한다. 그래서 이쑤시개로 머리를 자극하라는 말도 나온다. 하지만 절대 금물이다. 머리카락이란 머리를 보호하기 위해 있는 것, 뇌에 스트레스를 직접 가하는 것이 좋을 리 없다. 자꾸 자극하다 보면 피부 자체가 두꺼워질 수 있다. 두들기지 말고 살살 브러싱해야 한다.
-빨랫비누로 감아라:×. 탈모방지용 비누도 있지만 보통의 알칼리성 비누, 특히 빨랫비누는 좋지 않다. 두피는 산성을 띠는 것이 좋다. 마지막 헹구는 물에 식초를 넣어 머리를 감으라고 권하는 것도 그 때문이다.
-머리를 밀면 좋다: △. 일찍 탈모가 나타나는 사람들이 한 번쯤 고려해보는 것이다. 일단 밀고 나면 새롭게 머리카락이 다시 자란다는 속설 때문이다. 탈모에 대한 스트레스에서 벗어날 수 있고 두피와 모발을 관리하기도 편하며 살균작용이 있는 자외선도 직접 두피에 많이 받게 되므로 지루성 피부로 인한 탈모 관리에 도움이 된다. 하지만 두피에 계속해서 직접적인 자극을 가하게 되고 탈모 진행 상황이 보이지 않아 치료를 등한시하게 되는 부작용이 있다. ‘머리가 길면 두피가 지탱을 못해줘서 더 빠진다’는 속설은 전혀 근거 없다.
-머리털이 빠지므로 머리를 감지 않는 것이 좋다: △. 머리를 너무 자주 감으면 머리카락의 유분이 빠져 머릿결이 상하고 푸석푸석해진다. 피지는 머리를 보호하는 기능이 있어 완전히 다 빼버리는 것은 좋지 않다. 피지막까지 다 제거해버릴 정도로 머리를 감으면 몸의 보호 본능 때문에 피지 분비량이 더 늘어나게 된다. 하지만 지루성 두피인 경우는 피지 분지가 특히 많아 냄새가 나므로 청결을 유지하기 위해 하루 두 번을 감아야 하는 경우도 있다. 힘이 없는 머리털은 얼마나 자주 머리를 감느냐와 상관없이 빠지게 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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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탈모일까? 자신의 상태를 체크하는 세 가지 방법
1. 다음 사항을 체크해 3개 이하면 탈모 걱정이 없고, 4~6개면 탈모가 의심스럽다. 7개 이상은 탈모 위험 상태이므로 아래 2번과 3번을 참조해 탈모 여부를 판단하고 병원을 찾도록 한다.
최근 들어 두피가 가렵다.
머리숱이 갈수록 줄어드는 느낌이다.
두피에 뾰루지가 자주 난다.
하루라도 샴푸를 안 하면 두피에 기름기가 많이 생긴다.
업무상 스트레스를 많이 받는다.
염색, 파마, 드라이, 젤, 스프레이 등 모발에 자극을 많이 주는 편이다.
생활이 불규칙하고 밤을 새우는 경우가 많다.
목이 뻣뻣하고 근육이 자주 당긴다.
친가나 외가 쪽에 대머리인 분이 있다.
두피가 딱딱한 편이다.
갑자기 비듬이 심해졌다.
화를 자주 내며 기분 전환이 쉽지 않다.
일주일에 한 번 이상 과음을 한다.
담배를 하루에 한 갑 이상 피운다.
인스턴트 식품이나 패스트푸드, 탄산음료를 좋아한다.
하루에 커피를 세 잔 이상 마신다.
항상 가발이나 모자를 쓰고 다닌다.
최근 6개월 이내에 심하게 다이어트를 한 적이 있거나 현재 다이어트 중이다.
소변이 잦거나 시원하지 않다.
두피에 통증을 느끼고 두피가 붉은 편이다.
3개 이하: 탈모 안심!
4~6개: 탈모 의심!
7개 이상: 탈모 위험!
2. 머리를 감고 나서 24시간이 지난 뒤 모발 20가닥 정도를 엄지와 검지로 잡고 두피가 약간 올라올 정도로 당겨본다. 두피 어느 한 곳만 할 것이 아니라 두피 전체에 골고루 해서 5개 이상 빠지면 탈모가 진행 중인 것으로 볼 수 있다.
3. 3일간 빠진 모발을 세어본다. 아침에 일어나서 베개에 떨어진 머리카락, 머리 감을 때, 일상생활을 하면서 떨어지는 모발을 세어서 하루 평균 80개가 넘는다면 탈모가 의심스럽다.
*출처: <毛자라는 탈모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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