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반이정 미술평론가 http://dogstylist.com
겨털(겨드랑이털)의 제모 수난사는 불과 100년이 안 됩니다. 본디 페로몬 분비와 피부 마찰시 손상 경감이 겨털의 생물학적 존재 이유이나 20세기 초 미관이라는 정언명령 앞에 잘렸습니다. 수북이 자란 겨털은 코미디 소재로 전락했고 상대를 놀릴 때 옷가지로 삐져나온 겨털 포착에 박장대소합니다. 흡사 콜럼버스의 신대륙 발견에 버금가는 환호랄까요. 문명의 진보 속도에 생물학적 진화가 발맞추지 못하는 ‘눈에 잘 안 띄는’ 사례로 기억될 만합니다.
동일한 체모면서 머리털은 짧게 잘리면 웃음거리가 되고, 생식기 털 또한 노출해선 안 될 치부로 이해되지만 그렇다고 아예 밀어버린다면 엽기 소리 듣습니다. 유독 겨털만 제모의 굴욕을 당합니다. 제모 열풍에 맞선 겨털 군단의 반격 전략도 만만치 않습니다. 쉴 틈 없이 면도한들 겨털의 발육 속도전은 까만 점(털)들을 남깁니다. 금세 자란 까만 점은 ‘때’로 쉽게 오인받으니 여간 난처한 게 아닙니다. 그러게 있는 대로 방치하면 오죽 좋습니까. 제모 금지령이라도 발의할깝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