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겨레21 ·
  • 씨네21 ·
  • 이코노미인사이트 ·
  • 하니누리
표지이야기

[새책] < 박완서 단편소설 > 외

626
등록 : 2006-09-08 00:00 수정 : 2008-09-17 20:38

크게 작게

박완서 단편소설 전집

박완서 지음, 문학동네(031-955-8865) 펴냄, 총 6권, 1~5권 1만2천원, 6권 1만원

불혹에 등단해 늦었다 하나 벌써 36년째, 여전히 활발한 활동을 하고 있는 박완서의 단편소설이 6권으로 묶여 나왔다. 1971년 3월부터 1998년 11월의 <너무도 쓸쓸한 당신>까지 그의 단편소설이 모두 망라된 것. 시대별로 묶고 보니 그의 색깔 변화도 보인다. 1권은 부조리한 현실과 절망감에 빠진 인물이, 2권은 모성의 힘이, 3권은 사회 비판이, 4권은 하층민의 인간애가, 5권에는 가족의 죽음이 두드러진다.

춘향이가 읽은 연애소설


조성진 지음, 이호 그림, 앨피(02-335-0525) 펴냄, 1만4800원

우리 고전문학의 설화와 소설 가운데 ‘사랑’을 주제로 하고, 연구자들 사이에서 많이 거론되는 작품 11편을 현대어로 옮겼다. 어릴 적 동기(童妓)를 사귀지만 “한때의 재미”라며 남자답게 헤어진 고관집 자제가, 눈 내리는 어느 날 밤에 갑자기 자신의 사랑을 뒤늦게 깨닫고, 눈을 쓰는 인부를 자처해 그의 얼굴을 보러 찾아가는 이야기는 심상하다(‘눈을 쓸다’). 삼각관계가 그려지는 소설도 있고 우렁각시 ‘성인형’ 버전도 있다.

근대의 경계에서 독재를 읽다

정문석·이상록 엮음, 비교역사문화연구소 기획, 그린비(02-702-2717) 펴냄, 1만7900원

4월 박정희 시대를 다룬 학술대회에서 나온 글들을 엮었다. 임지현은 기존 대중독재론의 ‘억압하는 소수’와 ‘저항하는 다수’라는 이분법적 분석을 탈피해 근대적 거대 담론 속에 갇힌 개인을 주목하며 박정희 체제를 총체적으로 이해하려고 한다. 윤해동은 미발간된 박정희의 <한국민주주의>를 발굴해 소개하면서 그의 ‘주권독재’ 개념이 유신체제의 동의 형성에 깊이 개입됐으며, 독재와 민주주의의 거리가 그리 멀지 않다는 사실을 강조한다.

인문주의 예술가 뒤러 1, 2

에르빈 파노프스키 지음, 임산 옮김, 한길아트(031-955-2000) 펴냄, 각권 1만7천원

도상해석학을 미술사 연구방법으로 제창한 미술사학자 파노프스키가 쓴 뒤러의 전기. <기도하는 손>과 <여인의 투시도를 그리는 제도사> 등의 동판화로 널리 알려진 뒤러는 독일 르네상스 회화의 완성자로 불린다. 파노프스키는 뒤러가 진정한 의미에서 시각적 인문주의 예술가라고 말한다. 원근법을 단지 그림이나 건축에 이용한 것이 아니라 수학이나 기하학으로 발전시켜 음미하고 있어서다. 뒤러의 도판이 빼곡히 실렸고 그 인쇄질 또한 훌륭하다.

로빈슨 크루소의 사치

박정자 지음, 기파랑(02-763-8996) 펴냄, 1만2천원

오랫동안 현대 사회의 소비문화를 연구해온 인문학자는 가짜 명품이나 된장녀에 대해 어떻게 진단할까. 책의 1부에서 ‘왜 우리는 베르사유궁전 같은 화려한 문화재가 없는가’라고 물으며 시작한 의문은 포틀라치 축제의 인디언을 분석한 모스에게 영감을 얻고 ‘상류층의 반소비는 아래 계층 따돌리기 전략’이라는 진단을 거쳐 여가와 노동에 대한 고찰에 이른다. 2부에선 팝아트와 광고 등 현대성의 풍경을 통해 세상 읽기를 시도한다.

하워드 진

데이비드 D. 조이스 지음, 노엄 촘스키 서문, 안종설 옮김, 열대림(02-332-1212) 펴냄, 1만6800원

실천적 지식인 하워드 진의 평전. 진은 역사가 객관성을 띠는 것은 가능하지도 바람직하지도 않다고 말하며 “아라와크 인디언의 시각으로 미국을, 노예의 입장으로 미국 헌법을, 쿠바인의 관점에서 바라본 미국-스페인 전쟁”을 이야기하려고 노력했다. 저자는 진에게 ‘반미주의자’라는 꼬리표를 붙이는 사람들이 있지만 그의 접근 방법은 미국의 건국이념에 토대를 두고 있다고 주장한다. 때마침 시울에서 <미국민중사> 1, 2권이 재출간됐다.

드라마를 쓰다

<매거진t> 편집부 엮음, 씨네21(02-6377-0549) 펴냄, 9500원

TV 엔터테인먼트 웹진 <매거진t>(www.magazinet.co.kr)는 올 5월 창간을 기념해 ‘작가와의 만남’ 자리를 마련했다. 만남의 자리에 온 작가(auteur)는 <궁>의 황인뢰 PD, <꽃보다 아름다워> <굿바이 솔로>의 노희경, <네 멋대로 해라>의 인정옥, <안녕 프란체스카>의 신정구. 흔치 않은 기회를 맞은 작가들의 강연은 솔직담백했고 방청객의 질문은 다정다감하면서도 날카로웠다. 여기에 작가론·드라마평을 덧붙였다. ‘t mook’ 시리즈의 첫 번째 책.

일곱 가지 밤

이옥 지음, 서정오 다듬어씀, 이부록 그림, 알마(031-955-3565) 펴냄, 9천원

정조 시절 독특한 문장을 쓴다는 이유로 성균관에서 쫓겨나고 과거 시험도 보지 못했던 글쟁이 이옥이 쓴 열두 개의 이야기를 묶었다. 그의 ‘소품문’은 평민과 여성의 관심사와 취미생활을 헤아려 시대의 인정 세태를 그려 보인다. ‘심생과 처녀’는 서울 귀족 청년과 신분이 낮은 여성의 사랑을, ‘소리꾼 송귀뚜라미’는 귀뚜라미 노래를 잘 부르는 서울의 노래꾼 이야기다. <주몽의 나라>에 이은 ‘샘깊은오늘고전’의 두 번째 책이다.


좋은 언론을 향한 동행,
한겨레를 후원해 주세요
한겨레는 독자의 신뢰를 바탕으로 취재하고 보도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