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안병수 <과자, 내 아이를 해치는 달콤한 유혹> 지은이 baseahn@korea.com
조용한 주말 저녁 안방이 뒤집어졌다. 얼마 전에 한 TV 다큐멘터리 프로그램이 전파를 탔을 때의 이야기다. 프로그램 제목은 ‘생애 첫 음식, 분유에 관한 보고서’. 분유를 지금 이용하고 있는 가정이건 과거에 이용했던 가정이건, 아이를 둔 부모라면 마치 벌레를 씹은 듯 역겨움을 느꼈을 것이다.
그날 조제분유를 고발한 프로그램은 크게 두 가지 내용으로 요약된다. 금속성 이물질이 검출됐다는 점과 병원성 미생물이 생존해 있을 수 있다는 점이다.
‘그 어린 것이 먹는 음식에 그런 게 들어 있다니.’ 믿음이 컸기에 절망감이 더 클 수밖에 없었다. “가장 안전해야 하는 식품 아닌가요? 죄책감이 들어요. 아기한테….” 인터뷰를 하는 젊은 주부의 눈망울이 그렁그렁해지더니 눈물이 흘러내린다. 사실 조제분유가 시비의 대상이 된 것은 우리나라에서만의 일이 아니다. 미국에 <크레이지 메이커스>(The Crazy Makers)라는 책이 있다. 말 그대로 ‘미친 회사들’이란 뜻인데, 주인공이 식품회사들이다. 임상영양학자인 저자 캐럴 사이먼태치는 이 책에서 가장 먼저 조제분유의 종아리를 걷어올린다. “조제분유는 유아에게 적합하지 않은 식품입니다. 가장 큰 문제가 필수지방산이 결핍되어 있다는 점이지요. 지방산 균형이 좋지 않은 식품을 계속 먹게 되면 뇌의 발육이 지장을 받습니다. 뇌를 구성하는 가장 중요한 원료가 필수지방산이기 때문입니다. 그뿐만이 아닙니다. 필수아미노산과 각종 미네랄도 부족하고, 당분 조성도 모유와 크게 다르지요. 모체를 통해 제공되는 다양한 생리활성물질, 면역물질 등도 들어 있을 리 만무합니다. 우유로 만든 분유는 송아지에게 적합한 식품입니다. 유아에게는 모유를 먹여야 합니다. 연구는 뒷전이고 판매에만 열을 올리는 유아식 업체에게 ‘크레이지메이커상’을 시상하겠습니다.” 최근 우리나라에서 불거진 분유 문제가 위생적 측면의 결함이라면, 미국의 사이먼태치가 지적하는 문제는 영양적 측면의 결함이다. 여기서 주목해야 할 것은 전자보다 후자가 더 고질적이라는 사실이다. 위생 문제는 노력으로 해결할 수 있지만 영양 문제는 그렇게 간단히 접근할 수 있는 사안이 아니기 때문이다. 모유의 유효성분을 모두 이해하려면 많은 시간과 천문학적 비용이 소요될 것이라는 전문가들의 지적에 귀기울일 필요가 있다. 더욱이 모유와 조제분유를 저울질하는 데에 위생적·영양적 잣대만 있는 것이 아니다. 조제분유라는 아이콘으로는 엄마와 아기가 나누는 ‘고품질의 정서적 가치’를 도저히 설명할 수 없다. 이유 뒤의 산모 건강이라든가 젖병을 사용할 때 생길 수 있는 환경호르몬 문제까지 거론하면 너무 시시콜콜해진다. 이래저래 ‘모유를 먹이라’는 메시지로 수렴할 수밖에 없는데. 30 대 70. 우리나라 유아식의 현주소다. 모유가 조제분유의 위세에 크게 압도되어 있다. 최근 들어 모유 수유율이 다소 증가하는 경향을 보이곤 있지만, 서양에 비하면 아직 턱없이 낮은 수준이다. 장기적으로는 더 비관적인 전망이 우세하다. 해법은 없을까. 분명한 것은 모유의 가치를 몰라서 분유를 찾는 게 아니라는 점이다. 모유 수유를 위한 ‘정신적 인프라’가 부족해서다. 사회 전체가 함께 풀어야 할 숙제라는 뜻이다.

(일러스트레이션/ 이우만)
‘그 어린 것이 먹는 음식에 그런 게 들어 있다니.’ 믿음이 컸기에 절망감이 더 클 수밖에 없었다. “가장 안전해야 하는 식품 아닌가요? 죄책감이 들어요. 아기한테….” 인터뷰를 하는 젊은 주부의 눈망울이 그렁그렁해지더니 눈물이 흘러내린다. 사실 조제분유가 시비의 대상이 된 것은 우리나라에서만의 일이 아니다. 미국에 <크레이지 메이커스>(The Crazy Makers)라는 책이 있다. 말 그대로 ‘미친 회사들’이란 뜻인데, 주인공이 식품회사들이다. 임상영양학자인 저자 캐럴 사이먼태치는 이 책에서 가장 먼저 조제분유의 종아리를 걷어올린다. “조제분유는 유아에게 적합하지 않은 식품입니다. 가장 큰 문제가 필수지방산이 결핍되어 있다는 점이지요. 지방산 균형이 좋지 않은 식품을 계속 먹게 되면 뇌의 발육이 지장을 받습니다. 뇌를 구성하는 가장 중요한 원료가 필수지방산이기 때문입니다. 그뿐만이 아닙니다. 필수아미노산과 각종 미네랄도 부족하고, 당분 조성도 모유와 크게 다르지요. 모체를 통해 제공되는 다양한 생리활성물질, 면역물질 등도 들어 있을 리 만무합니다. 우유로 만든 분유는 송아지에게 적합한 식품입니다. 유아에게는 모유를 먹여야 합니다. 연구는 뒷전이고 판매에만 열을 올리는 유아식 업체에게 ‘크레이지메이커상’을 시상하겠습니다.” 최근 우리나라에서 불거진 분유 문제가 위생적 측면의 결함이라면, 미국의 사이먼태치가 지적하는 문제는 영양적 측면의 결함이다. 여기서 주목해야 할 것은 전자보다 후자가 더 고질적이라는 사실이다. 위생 문제는 노력으로 해결할 수 있지만 영양 문제는 그렇게 간단히 접근할 수 있는 사안이 아니기 때문이다. 모유의 유효성분을 모두 이해하려면 많은 시간과 천문학적 비용이 소요될 것이라는 전문가들의 지적에 귀기울일 필요가 있다. 더욱이 모유와 조제분유를 저울질하는 데에 위생적·영양적 잣대만 있는 것이 아니다. 조제분유라는 아이콘으로는 엄마와 아기가 나누는 ‘고품질의 정서적 가치’를 도저히 설명할 수 없다. 이유 뒤의 산모 건강이라든가 젖병을 사용할 때 생길 수 있는 환경호르몬 문제까지 거론하면 너무 시시콜콜해진다. 이래저래 ‘모유를 먹이라’는 메시지로 수렴할 수밖에 없는데. 30 대 70. 우리나라 유아식의 현주소다. 모유가 조제분유의 위세에 크게 압도되어 있다. 최근 들어 모유 수유율이 다소 증가하는 경향을 보이곤 있지만, 서양에 비하면 아직 턱없이 낮은 수준이다. 장기적으로는 더 비관적인 전망이 우세하다. 해법은 없을까. 분명한 것은 모유의 가치를 몰라서 분유를 찾는 게 아니라는 점이다. 모유 수유를 위한 ‘정신적 인프라’가 부족해서다. 사회 전체가 함께 풀어야 할 숙제라는 뜻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