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겨레21 ·
  • 씨네21 ·
  • 이코노미인사이트 ·
  • 하니누리
표지이야기

검색창의 빅뱅 이론

625
등록 : 2006-09-01 00:00 수정 :

크게 작게

▣ 반이정 미술평론가 http://dogstylist.com

물리학의 빅뱅 이론은 양성자보다 작은 특이점이 한순간 급격히 팽창한 결과 지금의 시간과 공간이 형성되었다고 주장합니다. 작은 점에서 드넓은 우주가 탄생했다는 겁니다. 현장에 없던 우리로선 실감할 수 없지만 학계에선 정설인 모양이네요. 규모와 유형 면에서 비교하긴 무리이나 네티즌의 일과는 특이점 대신 특이 상자의 연쇄 폭발로 시작합니다.

컴퓨터 사용자의 첫 화면 설정은 보통 각종 검색엔진입니다. 이들 중앙 상단은 항시 길쭉한 백색 직사각 여백의 차지입니다. 규격과 모양도 대동소이합니다. 별 볼품없는 백색 빈칸이지요. 그러나 이 백색 상자에 무언가를 기입하는 순간 미세한 진동이 시작되며 엔터키를 때리는 순간 오만 정보의 팽창으로 소리 없는 폭발음(!)이 동반합니다. 인터넷의 시공간은 이렇게 창조됩니다. 시작은 미미한 특이 상자였으나 그 나중은 대단히 창대합니다. 검색창 속에서 깜빡대는 커서의 점멸은 빅뱅 직전의 카운트다운에 견줄 만합니다. “나 준비 다 됐거등. 뭐건 입력해봐.” 폭탄 가진 자의 여유랄지. 꽝!



좋은 언론을 향한 동행,
한겨레를 후원해 주세요
한겨레는 독자의 신뢰를 바탕으로 취재하고 보도합니다.

반이정의 사물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