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송관욱 대전 로고내과
대학병원과는 달리 동네 의원을 찾는 이들은 환자라기보다는 평범한 이웃 주민들이다. 대개가 고혈압이나 당뇨, 위장병, 관절염 등의 만성질환을 조절하기 위해 내원하거나, 일시적인 감기, 배탈 등의 증상에 시달려 병원에 들른다. 계절에 따라 조금씩 차이는 있어도 해가 바뀐다고 달라질 것은 없다. 개원 초기 초등학교에 다니던 아이가 어느새 처녀, 총각이 되어 찾아오는 것이 변화라면 변화일까.
그러다 보니 딱히 어느 환자가 잊을 수 없다기보다는 그들 대부분을 오래된 이웃으로 기억하게 된다.
60대 초반의 김아무개 할머니는 양 무릎에 퇴행성관절염이 심해 약으로도 통증이 가라앉지 않는다. 대학병원에서 수술을 권유받았으나 돈이 없어서 못하신다. 게다가 고혈압에 당뇨 합병증이 동반되어 선뜻 수술대에 오르기도 어려운 상태다. 하루가 멀다 하고 내원해 진통제 주사를 놓아달라고 조르신다. 엉덩이에 온통 주사 자국투성이다. 할 수 없이 일주일에 2회만 맞기로 약속을 했다. 그래도 자꾸 약속을 위반하시기에 매정하게 돌려보냈다. 젊은 사람 10분 걸음을 40분 넘도록 절룩거리며 오신 것을 생각하면 정말 이도저도 못할 짓이다.
60대 후반의 노부부가 있다. 할머니는 건물 청소 일을 다니시고 다리가 불편한 할아버지는 소일거리 삼아 매일 술을 드셨다. 할머니도 요통, 관절통으로 진통제에 의존해 지내셨는데, 결국 통증 때문에 일을 그만두게 되었다. 그러자 할아버지가 불편한 다리로 리어카를 끌고 폐지를 모으러 다니기 시작했다. 그 뒤로는 술도 자주 안 드신다. 청소 일을 그만두신 뒤로 할머니의 관절염도 많이 좋아졌다. 하루 세 번은 복용하던 약을 한 번으로 줄였고, 피로가 겹겹이 쌓여 있던 얼굴도 많이 밝아지셨다. 90살이 넘은 노모를 혼자 모시고 살던 70대 할아버지도 계신다. 고혈압은 있었지만 워낙 체격이 건장하고 항상 웃음을 잃지 않는 호인이었는데, 효성 또한 지극했다. 새벽마다 운전교습을 나가고 밤에는 대리운전을 하며 생활하신다. 어느 날 노모가 돌아가셨다. 초상을 치르고 초췌해진 모습으로 오셨을 때 처음으로 웃음기 없는 얼굴을 보았다. 몇 개월이 지났을 무렵 찾아와 유난히 싱글벙글하시더니 쑥스러운 얼굴로 여자친구가 생겼다고 고백하신다. 정말로 축하할 일이 아닌가. 원하시는 약을 흐뭇한 마음으로 처방해드렸다. 가장 안타까운 환자들은 학생들이다. 중학교 초반까지는 그런대로 활달하던 아이가 학년이 올라가면 얼굴에 지친 기색이 역력하다. 초롱한 눈빛은커녕 무표정한 얼굴에 목소리도 기어들어간다. 증상을 물어도 고갯짓으로만 대답한다. 피로가 쌓이고 체력이 떨어지니 감기가 걸려도 증상이 심하고 오래간다. 그나마 고등학생이 되면 귀가시간이 늦어져 보호자가 대신 오는 경우도 많다. 아파도 쉴 수 없는 것이 학생들만의 경우는 아니다. 대개의 직장인들이 그렇고, 살림하는 전업주부라 한들 일과에서 벗어나기가 쉽지는 않을 것이다. 그러다 보니 큰맘 먹고 병원에 오면 한 방에 낫게 하는 약과 주사를 찾는다. 그런 단방약이 정말로 존재한다면야 아껴둘 이유가 없겠으나 과로로 생긴 병을 쉬지 않고 낫게 하는 별다른 비방이 있는 것은 아니다. 결국 원하는 환자에게는 몸살 기운이 한나절이나마 덜어지도록 소염진통제 주사를 놓아주게 된다. 우리나라 병·의원의 주사제 처방률이 높다고 우려함을 모르는 바 아니나, 아파도 쉴 수 없는 사회에서 환자에게 참으라고만 하기도 어려운 일인 것이다. 동네 의원은 주민들 삶의 연속선상에 놓인 하나의 고리라고 생각한다. 출퇴근길에, 혹은 잠시 짬을 내어 불편한 점을 해결하려 들르는 곳이다. 생활의 단절됨 없이 그때그때 쉬어가는 곳이다. 내일도 나는 진료실에서 낯익은 그들을 만나게 될 것이다.

60대 후반의 노부부가 있다. 할머니는 건물 청소 일을 다니시고 다리가 불편한 할아버지는 소일거리 삼아 매일 술을 드셨다. 할머니도 요통, 관절통으로 진통제에 의존해 지내셨는데, 결국 통증 때문에 일을 그만두게 되었다. 그러자 할아버지가 불편한 다리로 리어카를 끌고 폐지를 모으러 다니기 시작했다. 그 뒤로는 술도 자주 안 드신다. 청소 일을 그만두신 뒤로 할머니의 관절염도 많이 좋아졌다. 하루 세 번은 복용하던 약을 한 번으로 줄였고, 피로가 겹겹이 쌓여 있던 얼굴도 많이 밝아지셨다. 90살이 넘은 노모를 혼자 모시고 살던 70대 할아버지도 계신다. 고혈압은 있었지만 워낙 체격이 건장하고 항상 웃음을 잃지 않는 호인이었는데, 효성 또한 지극했다. 새벽마다 운전교습을 나가고 밤에는 대리운전을 하며 생활하신다. 어느 날 노모가 돌아가셨다. 초상을 치르고 초췌해진 모습으로 오셨을 때 처음으로 웃음기 없는 얼굴을 보았다. 몇 개월이 지났을 무렵 찾아와 유난히 싱글벙글하시더니 쑥스러운 얼굴로 여자친구가 생겼다고 고백하신다. 정말로 축하할 일이 아닌가. 원하시는 약을 흐뭇한 마음으로 처방해드렸다. 가장 안타까운 환자들은 학생들이다. 중학교 초반까지는 그런대로 활달하던 아이가 학년이 올라가면 얼굴에 지친 기색이 역력하다. 초롱한 눈빛은커녕 무표정한 얼굴에 목소리도 기어들어간다. 증상을 물어도 고갯짓으로만 대답한다. 피로가 쌓이고 체력이 떨어지니 감기가 걸려도 증상이 심하고 오래간다. 그나마 고등학생이 되면 귀가시간이 늦어져 보호자가 대신 오는 경우도 많다. 아파도 쉴 수 없는 것이 학생들만의 경우는 아니다. 대개의 직장인들이 그렇고, 살림하는 전업주부라 한들 일과에서 벗어나기가 쉽지는 않을 것이다. 그러다 보니 큰맘 먹고 병원에 오면 한 방에 낫게 하는 약과 주사를 찾는다. 그런 단방약이 정말로 존재한다면야 아껴둘 이유가 없겠으나 과로로 생긴 병을 쉬지 않고 낫게 하는 별다른 비방이 있는 것은 아니다. 결국 원하는 환자에게는 몸살 기운이 한나절이나마 덜어지도록 소염진통제 주사를 놓아주게 된다. 우리나라 병·의원의 주사제 처방률이 높다고 우려함을 모르는 바 아니나, 아파도 쉴 수 없는 사회에서 환자에게 참으라고만 하기도 어려운 일인 것이다. 동네 의원은 주민들 삶의 연속선상에 놓인 하나의 고리라고 생각한다. 출퇴근길에, 혹은 잠시 짬을 내어 불편한 점을 해결하려 들르는 곳이다. 생활의 단절됨 없이 그때그때 쉬어가는 곳이다. 내일도 나는 진료실에서 낯익은 그들을 만나게 될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