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안병수 <과자, 내 아이를 해치는 달콤한 유혹> 지은이 baseahn@korea.com
막바지 찜통더위가 몸속의 수분을 깡그리 말려버릴 태세다. 끊임없이 수분을 보충해야 하는 것은 당연지사. 이맘때면 TV를 켜도 유독 음료광고만 눈에 들어온다. 냉장고를 열고 청량음료를 딴다. 혹 그곳에 음료가 없어도 걱정 없다. 몇 발자국만 나가면 자판기 또는 음료 매대를 만날 수 있으니까. 음료 시장이 폭발하고 있다.
만일 청량음료 광고를 금한다면 어떻게 될까. 청량음료 판매가 곤두박질칠 것이다. 우리가 갈증을 느낀다 함은 물에 대한 욕구다.
반드시 청량음료일 필요는 없다. 그러나 광고를 보는 순간 그 욕구는 청량음료에 대한 갈망으로 돌변한다. 미국의 경제학자 존 갈브레이스는 이 현상을 경제이론으로 정리했다. 이른바 ‘갈브레이스의 의존효과’다.
의존효과란 쉽게 말해 ‘광고가 수요를 만든다’는 이론이다. 물론 음료에만 해당되는 이야기는 아니다. 충동구매 성향이 강한 제품일수록 이 이론이 잘 적용된다. 청량음료는 대표적인 충동구매 제품. 우리 주변에서 의존효과 덕을 보는 음료를 찾는 일은 어렵지 않다. 최근 혜성처럼 떠오르고 있는 과실 계통의 한 음료가 좋은 예다. ‘미녀를 뺨치는’ 유명 남자배우를 광고모델로 내세운 그 음료는, 출시 한 달여 만에 매출 100억원을 돌파하는 기염을 토했다. 식품의 영양학적 특성과 그다지 관계없는 의존효과가 음료 장르에서 가장 잘 구현된다는 사실은 슬픈 일이다. 미국 분자교정의학회장 마이클 레서 박사는 “아이들이 TV를 통해 시청하는 정크푸드 광고가 폭력 영화보다 해롭다”고 갈파했다. 맹목적인 의존효과에 대한 경고다. 미국공익과학센터(CSPI)의 마이클 자콥슨 박사는 저서에서 “자녀의 건강을 생각한다면 어릴 때부터 생수 마시는 습관을 길러주라”고 충고한다. 청량음료가 비만의 원인은 물론이고, 과잉행동증과도 연관이 있다는 것이다. 국내 음료시장 규모 연간 3조4천억원. 우리는 이 ‘거대한 계륵’에 대해 얼마나 잘 알고 있을까. 청량음료에 사용되는 원료들은 대부분 건강전문가들의 사전에 블랙리스트로 올라가 있다고 보아 틀림없다. 백설탕, 과당, 향료, 색소, 유화제, 보존료, 탄산가스…. 대별해 정제당과 식품첨가물이다. 물에 녹아 있는 이들 물질은 유해성을 더욱 부추긴다. 체내에서 빠른 속도로 흡수되기 때문이다. 간혹 정제당 표기가 없는 음료도 눈에 띈다. 당 성분 기피 고객을 위한 업체의 ‘특별 배려’ 제품이다. 고마워해야 할까? 유감스럽게도 그곳에는 또 다른 혐오물질이 들어앉아 있다. 다름 아닌 인공감미료다. 신경과학자들은 아스파탐 따위의 인공감미료를 ‘흥분독소’(excitotoxin)라고 부른다. 뇌기능을 저해하고 신경계통을 교란시킨다는 뜻이다. 최근 전세계 음료업계의 이목이 인도에 쏠려 있다. 인도산 콜라에서 고농도의 농약 잔여물이 검출됐다는 것. 인도 대법원은 콜라의 모든 성분을 공개하라고 으름장을 놓고 있다. 싫으면 인도 시장에서 철수해야 한다. 갈브레이스의 의존효과는 이런 위기에도 힘이 되어줄 수 있을까. 언론의 단순한 흥밋거리로만 윤색되기에는 청량음료의 그림자가 너무 짙다. ‘자녀에게 생수 마시는 습관을 길러주라’는 충고를 다시 한 번 귀담아볼 때다. 하긴 어른이 먼저 실천하는 것이 더 시급한 일이겠지만.

(일러스트레이션/ 이우만)
의존효과란 쉽게 말해 ‘광고가 수요를 만든다’는 이론이다. 물론 음료에만 해당되는 이야기는 아니다. 충동구매 성향이 강한 제품일수록 이 이론이 잘 적용된다. 청량음료는 대표적인 충동구매 제품. 우리 주변에서 의존효과 덕을 보는 음료를 찾는 일은 어렵지 않다. 최근 혜성처럼 떠오르고 있는 과실 계통의 한 음료가 좋은 예다. ‘미녀를 뺨치는’ 유명 남자배우를 광고모델로 내세운 그 음료는, 출시 한 달여 만에 매출 100억원을 돌파하는 기염을 토했다. 식품의 영양학적 특성과 그다지 관계없는 의존효과가 음료 장르에서 가장 잘 구현된다는 사실은 슬픈 일이다. 미국 분자교정의학회장 마이클 레서 박사는 “아이들이 TV를 통해 시청하는 정크푸드 광고가 폭력 영화보다 해롭다”고 갈파했다. 맹목적인 의존효과에 대한 경고다. 미국공익과학센터(CSPI)의 마이클 자콥슨 박사는 저서에서 “자녀의 건강을 생각한다면 어릴 때부터 생수 마시는 습관을 길러주라”고 충고한다. 청량음료가 비만의 원인은 물론이고, 과잉행동증과도 연관이 있다는 것이다. 국내 음료시장 규모 연간 3조4천억원. 우리는 이 ‘거대한 계륵’에 대해 얼마나 잘 알고 있을까. 청량음료에 사용되는 원료들은 대부분 건강전문가들의 사전에 블랙리스트로 올라가 있다고 보아 틀림없다. 백설탕, 과당, 향료, 색소, 유화제, 보존료, 탄산가스…. 대별해 정제당과 식품첨가물이다. 물에 녹아 있는 이들 물질은 유해성을 더욱 부추긴다. 체내에서 빠른 속도로 흡수되기 때문이다. 간혹 정제당 표기가 없는 음료도 눈에 띈다. 당 성분 기피 고객을 위한 업체의 ‘특별 배려’ 제품이다. 고마워해야 할까? 유감스럽게도 그곳에는 또 다른 혐오물질이 들어앉아 있다. 다름 아닌 인공감미료다. 신경과학자들은 아스파탐 따위의 인공감미료를 ‘흥분독소’(excitotoxin)라고 부른다. 뇌기능을 저해하고 신경계통을 교란시킨다는 뜻이다. 최근 전세계 음료업계의 이목이 인도에 쏠려 있다. 인도산 콜라에서 고농도의 농약 잔여물이 검출됐다는 것. 인도 대법원은 콜라의 모든 성분을 공개하라고 으름장을 놓고 있다. 싫으면 인도 시장에서 철수해야 한다. 갈브레이스의 의존효과는 이런 위기에도 힘이 되어줄 수 있을까. 언론의 단순한 흥밋거리로만 윤색되기에는 청량음료의 그림자가 너무 짙다. ‘자녀에게 생수 마시는 습관을 길러주라’는 충고를 다시 한 번 귀담아볼 때다. 하긴 어른이 먼저 실천하는 것이 더 시급한 일이겠지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