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온난화에 따라 해양 대류시스템 약화… 해양생태계 먹이사슬 깨질 수도
지구를 덮고 있는 온실가스(greenhouse gases)는 대재앙을 품고 있다. 하지만 그 위험을 실감하는 건 쉬운 일이 아니다. 온도 상승이 점진적으로 일어나고 있는 탓이다. 온실가스는 복잡한 해류체계에도 영향을 끼쳐 지구 기후를 조절하는 기능을 마비시킬 가공할 만한 위험을 지니고 있다. 지구온난화로 인해 섬세하게 균형을 유지하고 있는 해류 순환시스템인 컨베이어(conveyor)는 열과 습기를 수송하면서 지구의 기후를 지배하고 있다. 만일 이 시스템이 붕괴된다면 지구 온도가 크게 떨어져 육지가 황폐화되는 사태를 맞이하게 되는 것이다. 일부 지역의 경우 연 평균 기온이 영하 20도 이상 떨어져 동토가 될 수도 있다. 게다가 대류시스템의 마비로 해양생태계가 서서히 말살될 가능성마저 제기되고 있다.
컨베이어 붕괴로 급격한 기후 변화 가능성
현재 지구 차원에서 해류 순환의 수평체계를 유지시키는 동력은 북대서양의 차고 짠 바닷물이다. 이 물은 따뜻한 담수보다 밀도가 더 커 해양 밑으로 가라앉아 거대한 플랜저처럼 바닷물을 밀어올리는 구실을 한다. 이런 기작으로 운반되는 바다 밑 해류의 양은 세계의 모든 강들을 합친 물의 양보다 16배나 더 많다. 북대서양에서 출발한 바닷물은 아프리카 남단에서 남극에서 도달한 물과 합쳐져 수온이 내려가게 된다. 다시 이 물이 북쪽으로 되돌아오면서 태평양과 인도양 수면에서 온도가 상승해 떠오른다. 이런 과정을 되풀이하는 동안 해류가 순환하면서 지구 기온을 조절하는 것이다.
해양은 지구 면적의 71%를 차지하고 있다. 바닷물이라고 해서 모두 같은 것은 아니다. 인도양 적도 부근의 물은 너무 따뜻해서 가라앉지 않고, 북태평양의 물은 차갑지만 충분한 염분을 함유하지 못해 바닷속 깊숙이 가라앉지 못한다. 이런 까닭에 지구 규모의 바람이 불게 되고, 비나 눈이 내리게 되는 것이다. 그런데 지구온난화로 온도가 상승해 바다에 떠 있는 빙하가 녹고 더 많은 비가 내리게 되면 해류 순환에 치명적인 영향을 끼친다. 가령 풍향의 변화와 대기 먼지량의 변동이 동시에 작용한다면 일시에 해류 순환을 멈추게 할 수도 있다. 북대서양의 바닷물의 염도가 떨어지고 밀도가 낮아져 바닷속으로 가라앉는 현상이 일어나지 못하는 탓이다. 그렇게 된다면 지구 기후시스템이 갑작스럽게 교란돼 엄청난 기후 변화가 일어나게 된다. 컨베이어시스템이 해류의 수평 이동으로 지구적 차원의 기후 변화를 일으킨다면, 대류시스템은 수직적인 방향의 지역적인 해류 순환에 영향을 끼친다. 대류 현상은 액체나 기체가 가열돼 팽창하면, 주위의 차갑고 무거운 물질보다 밀도가 낮아지고 가벼워져 상승하게 되는 걸 일컫는다. 해양에서 차가운 물은 상승하는 물의 빈자리를 메우기 위해 하강했다가 어느 정도 가열되면 다시 상승해 순환하는 과정을 되풀이한다. 예컨대 주전자의 물을 가열할 때 물이 빨리 데워지는 것은 바로 대류의 영향이다. 열의 전달이 전적으로 전도에 의해서만 이루어진다면, 액체의 열전도성은 매우 낮기에 주전자의 물을 가열하는 데 많은 시간이 걸릴 것이다. 그럼에도 주전자의 물이 빨리 끓는 것은 바로 대류에 의해 열이 분산이 잘 이루어지는 까닭이다. 해양에서 대류시스템은 1930년대 처음으로 측정됐다. 당시 해수면에서 2500m까지 대류의 영향을 받는 것으로 파악됐다. 하지만 그 깊이가 더운 지구의 영향으로 차츰 줄어드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해양 대류는 수직으로 바닷물의 순환시스템을 만들어 해저 먹이사슬을 형성하는 데 한몫한다. 겨울철에 산소가 풍부한 해수면 부근에서 차가워진 물이 아래쪽으로 내려가면서 산소가 공기와 접촉해 반응하면서 산소가 심해로 녹아 들어가는 것이다. 해저에서 유기물을 분해하는 박테리아는 산소를 안정적으로 공급받아 성장을 촉진하게 된다. 심해의 따뜻한 물이 뒤섞인 바닷물은 다시 수직으로 상승하면서 식물성 플랑크톤의 성장에 필요한 무기물을 위쪽으로 가져온다. 이런 과정을 통해 바다 생태계가 안정적으로 유지되고 있다. 그런데 최근 한반도와 일본 열도, 러시아 극동지역을 둘러싸고 있는 동해의 대류시스템이 붕괴되고 있다는 연구결과가 발표되었다. 일본 규슈대 응용역학연구소의 윤종환 박사(해양물리학)가 “지구온난화로 동해의 대류가 약해지면서 심해까지 산소를 공급하는 시스템이 차츰 무너지고 있다”는 충격적인 내용의 보고서를 내놓았다. 그에 따르면 동해가 언젠가는 ‘죽음의 해역’이 될 수도 있다고 한다. 바다 생명체가 살아가는 데 필수적인 대류시스템이 작동하지 않는다면 이는 충분히 가능한 일이다. 심해의 산소량이 0에 가깝게 된다면 해저는 물론이고 해수면에까지 영향을 끼쳐 해양 생명체가 서식하기 어려운 탓이다. 윤 박사는 그 시기를 앞으로 350년 뒤로 예상하고 있으며, 지난 50여년 동안 지구온난화로 인해 동해 북부의 평균 해수온도가 섭씨 1.5∼3도 상승했다고 밝혔다. 무기물 줄어들어 플랑크톤 개체 수 감소
지구온난화로 겨울철에 해수면이 따뜻해지면 대류시스템이 작동할 수 있는 깊이는 줄어들 수밖에 없다. 바닷물이 따뜻해져 깊이 내려가지 못해 산소 공급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 것이다. 당연히 해양 먹이사슬의 근간이 흔들리게 된다. 이미 북태평양 동부지역에 서식하는 생물체들은 장기적인 먹이 부족으로 심각한 위기를 겪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무엇보다 해수 온도 상승으로 대류가 원활히 이뤄지지 않아 심해에서 올라오는 무기물이 줄어 동물성 플랑크톤의 개체 수가 감소한 탓이다. 동물성 플랑크톤은 대부분 바다 표면을 주서식지로 삼으면서 해양 생태계 먹이사슬의 하부구조를 형성하고 있다. 이런 동물성 플랑크톤이 크게 줄면 이를 먹이로 삼는 어류와 무척추동물 벌레, 갑각류 등이 영향을 받게 된다. 이미 태평양 북부산의 큰 연어인 치누크연어와 해양 조류 등의 어족이 크게 줄기도 했다. 이런 현상이 가속화된다면 전체 해양 생태계가 심각한 지경에 이르게 될 것은 불을 보듯 뻔한 일이다.
대류시스템의 붕괴로 인한 해양 동물의 먹이 부족 사태는 기후 변화가 주요 원인으로 꼽힌다. 엘니뇨 같은 자연현상으로도 해수 표면 온도가 상승하지만 결정적으로 작용하는 것은 지구온난화이다. 아직까지 해수 표면 온도 상승이 해저 몇m까지 영향을 끼치고 있는지는 명확히 밝혀지지 않았다. 하지만 대류를 통한 해류 순환이 이뤄지지 않는다면 해저 생물들이 산소와 먹이를 공급받을 길이 막힐 수밖에 없다. 미래자원의 공급지로 중요성이 갈수록 커지고 있는 해양 생태계가 위기를 맞이하는 셈이다. 게다가 바다에서 올라오는 무기물이 줄어 플랑크톤이 사라진다면 지구온난화가 가속되어 대류시스템이 약화되는 악순환을 피하기 어렵다. 지구온난화로 인해 해류가 붕괴되고 대류시스템이 마비된다면 동해는 물론 전세계 해양 생태계는 바닷속 불모지대가 될 수밖에 없을 것이다.
김수병 기자 soob@hani.co.kr

사진/해수면이 따뜻해지면서 찬물이 심해로 들어가는 대류현상이 약해지고 있다.
해양은 지구 면적의 71%를 차지하고 있다. 바닷물이라고 해서 모두 같은 것은 아니다. 인도양 적도 부근의 물은 너무 따뜻해서 가라앉지 않고, 북태평양의 물은 차갑지만 충분한 염분을 함유하지 못해 바닷속 깊숙이 가라앉지 못한다. 이런 까닭에 지구 규모의 바람이 불게 되고, 비나 눈이 내리게 되는 것이다. 그런데 지구온난화로 온도가 상승해 바다에 떠 있는 빙하가 녹고 더 많은 비가 내리게 되면 해류 순환에 치명적인 영향을 끼친다. 가령 풍향의 변화와 대기 먼지량의 변동이 동시에 작용한다면 일시에 해류 순환을 멈추게 할 수도 있다. 북대서양의 바닷물의 염도가 떨어지고 밀도가 낮아져 바닷속으로 가라앉는 현상이 일어나지 못하는 탓이다. 그렇게 된다면 지구 기후시스템이 갑작스럽게 교란돼 엄청난 기후 변화가 일어나게 된다. 컨베이어시스템이 해류의 수평 이동으로 지구적 차원의 기후 변화를 일으킨다면, 대류시스템은 수직적인 방향의 지역적인 해류 순환에 영향을 끼친다. 대류 현상은 액체나 기체가 가열돼 팽창하면, 주위의 차갑고 무거운 물질보다 밀도가 낮아지고 가벼워져 상승하게 되는 걸 일컫는다. 해양에서 차가운 물은 상승하는 물의 빈자리를 메우기 위해 하강했다가 어느 정도 가열되면 다시 상승해 순환하는 과정을 되풀이한다. 예컨대 주전자의 물을 가열할 때 물이 빨리 데워지는 것은 바로 대류의 영향이다. 열의 전달이 전적으로 전도에 의해서만 이루어진다면, 액체의 열전도성은 매우 낮기에 주전자의 물을 가열하는 데 많은 시간이 걸릴 것이다. 그럼에도 주전자의 물이 빨리 끓는 것은 바로 대류에 의해 열이 분산이 잘 이루어지는 까닭이다. 해양에서 대류시스템은 1930년대 처음으로 측정됐다. 당시 해수면에서 2500m까지 대류의 영향을 받는 것으로 파악됐다. 하지만 그 깊이가 더운 지구의 영향으로 차츰 줄어드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해양 대류는 수직으로 바닷물의 순환시스템을 만들어 해저 먹이사슬을 형성하는 데 한몫한다. 겨울철에 산소가 풍부한 해수면 부근에서 차가워진 물이 아래쪽으로 내려가면서 산소가 공기와 접촉해 반응하면서 산소가 심해로 녹아 들어가는 것이다. 해저에서 유기물을 분해하는 박테리아는 산소를 안정적으로 공급받아 성장을 촉진하게 된다. 심해의 따뜻한 물이 뒤섞인 바닷물은 다시 수직으로 상승하면서 식물성 플랑크톤의 성장에 필요한 무기물을 위쪽으로 가져온다. 이런 과정을 통해 바다 생태계가 안정적으로 유지되고 있다. 그런데 최근 한반도와 일본 열도, 러시아 극동지역을 둘러싸고 있는 동해의 대류시스템이 붕괴되고 있다는 연구결과가 발표되었다. 일본 규슈대 응용역학연구소의 윤종환 박사(해양물리학)가 “지구온난화로 동해의 대류가 약해지면서 심해까지 산소를 공급하는 시스템이 차츰 무너지고 있다”는 충격적인 내용의 보고서를 내놓았다. 그에 따르면 동해가 언젠가는 ‘죽음의 해역’이 될 수도 있다고 한다. 바다 생명체가 살아가는 데 필수적인 대류시스템이 작동하지 않는다면 이는 충분히 가능한 일이다. 심해의 산소량이 0에 가깝게 된다면 해저는 물론이고 해수면에까지 영향을 끼쳐 해양 생명체가 서식하기 어려운 탓이다. 윤 박사는 그 시기를 앞으로 350년 뒤로 예상하고 있으며, 지난 50여년 동안 지구온난화로 인해 동해 북부의 평균 해수온도가 섭씨 1.5∼3도 상승했다고 밝혔다. 무기물 줄어들어 플랑크톤 개체 수 감소

사진/빙하가 녹으면서 해류순환체계를 붕괴시켜 해저 생물체들이 먹이 부족에 처해있다. 어족 자원이 줄어들고 있는 태평양의 참치잡이 어선(오른쪽에서 시계방향으로).(SYGMA)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