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에 대한 고정관념을 깨뜨리며 창간 1년 만에 인터넷언론의 성공모델로 안착
2월 19일 오후 5시 청와대에서는 한 언론사의 창간 기념 인터뷰가 진행됐다. 김대중 대통령을 인터뷰한 매체는 신문사도, 방송사도 아니었다.
22일로 꼭 창간 1주년을 맞은 인터넷신문 ‘오마이뉴스’가 바로 이 인터뷰의 주체였다.이 인터뷰에 이어 ‘오마이뉴스’는 다음달 이회창 한나라당 총재와도 창간 기념 인터뷰를 할 예정이다.
대통령과 창간 기념 인터뷰
대통령과 야당총재의 연이은 인터뷰 성사는 창간 1주년을 맞은 인터넷신문 ‘오마이뉴스’(www.ohmynews.com)의 현재 위상이 어떤지를 보여주는 가장 상징적인 장면이다. 월간 <말> 기자로 언론계에서 이름이 알려졌던 오연호 대표가 처음 이 새로운 실험을 시작했을 때만 해도 ‘오마이뉴스’의 성공을 점치는 사람은 많지 않았다. 그러나 불과 1년 만에, 종이가 아니라 인터넷을 지면으로 삼는 이 새로운 ‘언론기관’은 결코 무시할 수 없는 매체로 자리를 굳혔다.
‘뉴스게릴라들의 뉴스연대로 만드는 인터넷신문’을 모토로 내걸고 시작한 ‘오마이뉴스’는 평범한 일반시민들이 기자회원으로 가입해 뉴스 수용자가 아닌 뉴스 전달자로 기사를 쓰는 인터넷신문을 표방하고 시장에 뛰어들었다. 정식 언론사로 문화관광부에 정기간행물로 등록한 것은 아니었지만, 독자들의 반응은 놀라웠다. 2월16일 현재 ‘오마이뉴스’의 기자회원은 8857명. 창간 이후 매일 25명씩 회원이 가입한 셈이고, 이 추세는 지금도 꺾이지 않고 있다. 평범한 주부부터 홍세화씨 같은 유명인사와 언론학자인 성균관대 신문방송학과 이효성 교수까지, 초등학생부터 70대 노인까지 기자회원들의 면면은 그야말로 다양하다. 창간 초기 오연호 대표를 포함해 모두 4명이던 직원은 22명으로 늘었다.
‘오마이뉴스’는 일단 운영방식 자체가 하나의 실험이다. ‘오마이뉴스’의 기자는 크게 기자회원, 즉 ‘생활기자’로 불리는 평범한 시민들과 직업기자인 ‘오마이뉴스’의 상근기자들로 나뉜다. 생활기자들이 생활현장에서 보고 쓴 기사들이 게시판을 통해 들어오면 편집부에서 기사를 손질하고 채택 여부를 결정해 톱기사(신문 1면에 해당)와 서브기사, 그리고 하위항목인 ‘잉걸기사’로 정식 소개된다. 회원들은 기사채택여부에 상관없이 기사를 작성해 송고하면 1천원을, 서브기사나 톱기사로 채택되면 각각 5천원 또는 1만원의 고료를 받게 된다. 반면 9명의 직업기자들은 기획기사에 집중 투입돼 본격 발굴기사를 작성한다. 이렇게 만들어진 약 150건의 기사가 매일 소개되는데, 생활기자와 직업기자의 기사비율은 8대 2 정도. 매일 12만∼19만명 정도가 ‘오마이뉴스’를 찾아와 이들의 기사를 읽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외형적인 성장보다도 ‘오마이뉴스’의 지난 1년을 돋보이게 하는 것은 기성언론들이 인용할 수밖에 없었던 연이은 특종들이다. ‘오마이뉴스’의 가장 대표적인 특종은 지난해 5월 광주항쟁 전야제날 ‘386’세대 국회의원들의 술자리 사건 보도와 미국의 올브라이트 국무장관에 대해 성희롱 망언을 한 이정빈 외교통상부 장관의 ‘폭탄주 발언’ 보도다. 또한 지난 총선 당시 총선연대 홈페이지에 올려진 욕설이 국회의원회관에서 작성됐다는 보도와, 문화방송 최아무개 기자가 남대문 경찰서에서 행패를 부렸다는 기사들도 화제를 모았다.
글과 사진, 그리고 동영상
특히 지난해 10월13일 김영삼 대통령 고려대 앞 농성 보도는 ‘오마이뉴스’를 사람들에게 확실하게 각인시킨 기사였다. 김영삼 전 대통령이 고려대 정문 앞에서 강연을 막는 학생들과 자존심 싸움을 벌인 이날 ‘오마이뉴스’는 17시간 동안 24차례에 거쳐 현장 르포를 변하는 상황에 따라 그때그때 인터넷에 올려 인터넷신문의 강점인 기동성을 유감없이 보여줬다. 특히 이 기사는 기존 언론에서는 느낄 수 없는 새로운 방식으로 독자들을 잡아당겼다. 글과 사진뿐만이 아니라 동영상까지 함께 인터넷에 띄우는 ‘멀티미디어’적인 보도로 생생한 현장감까지 전해줄 수 있었다.
이런 성공에 힘입어 ‘오마이뉴스’는 지난해 연말 시사주간지 <시사저널>이 조사한 ‘한국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언론’에서 10위에 올랐다. 인터넷시대를 맞아 많은 인터넷언론매체들이 등장했지만 현재 어느 정도 성공을 했다고 평가받는 매체는 ‘오마이뉴스’ 외에도 ‘딴지일보’와 ‘대자보’ ‘아이뉴스24’ ‘머니투데이’ ‘이데일리’ 등이 있다. 그러나 다른 매체들이 ‘오마이뉴스’처럼 종합지 성격이 아니라 패러디신문이나 경제 등의 특정분야 정보에 주력하고 있다는 점에서 ‘오마이뉴스’의 성공은 더욱 돋보인다.
‘오마이뉴스’의 성공은 무엇보다도 일반 시민들이 직접 뉴스생산자로 뛰어든다는 점에 기인한다. 기존 언론들이 고정관념과 지면제약으로 빠뜨리는 기사들과, ‘기자가 쓰고 싶어하는 기사’가 아닌 ‘독자가 읽고 싶어 하는 기사’를 시민기자들이 직접 쓰기 때문에 ‘오마이뉴스’는 완전히 새로운 매체로 사람들에게 인식된 것이다. 평범한 사람들이 자기가 겪고 느낀 일을 기사로 올리는 ‘사는 이야기’ 섹션이나 ‘미군 탱크 벼 720가마 뭉개놔’ 같은 생생한 기사들이 바로 ‘오마이뉴스’의 특성과 강점을 대변하는 기사들이다. 다른 언론에서는 볼 수 없었던 기사들이 먹혀든 것이다.
그러나 이런 성장에도 불구하고 1년을 맞은 ‘오마이뉴스’의 미래가 꼭 장밋빛인 것만은 아직 아니다. 무엇보다도 생존기반인 수익모델이 없다는 점이다. 현재 매달 많게는 1천만원까지 적자가 나고 있는 상태다. 또한 아직은 진정한 ‘대안언론’이 아닌 ‘보완언론’에 그치면서 틈새만을 공략하고 있다는 점도 인터넷신문의 본질적 한계를 보여준다. 기존 언론의 인터넷매체들이 자사 기사를 다시 인터넷에 올리는 수준에 그쳐 있지만 본격적으로 인터넷매체에 투자할 경우 독보적인 위치가 흔들릴 가능성도 있다. 또한 기존언론에 비해 기사의 사실 여부를 확인하고 기사 가치를 판단해 기사의 게재여부를 결정하는 과정이 단순할 수밖에 없어 행여 기자들이 오보나 허위기사를 내 치명상을 입을 가능성도 상존하는 것이 사실이다.
상업적 성공까지 거둘 수 있을까
이런 우려에 대해 오연호 대표이사는 “아직은 기사의 질을 높이는 편집부문에만 전력투구하고 있는 상황이므로 광고수주 등 본격적인 기반확충이 이뤄지는 앞으로 1년 동안 수익모델이 다져질 것”이라고 설명한다. 현재는 광고 담당직원이 하나도 없이 오 대표가 혼자 광고를 수주하는 상황이지만 매체 영향력이 커지면서 먼저 찾아오는 광고주들이 점차 늘고 있다는 것이다. 또한 부정기적인 오프라인 신문과 단행본 출판, 그리고 ‘기자만들기’와 ‘디지털사진강좌’ 등의 교육사업을 병행하면서 수입원을 다양화하고 있는데, 이를 더 확대한다는 방침이다.
성장과 한계의 사이에서 아직은 균형을 잡아가며 새로운 실험을 계속하고 있는 ‘오마이뉴스’의 의미는 분명하다. 무엇보다도 시민들의 기존 언론에 대한 불만과 불신감이 ‘오마이뉴스’란 통로를 통해 분출되고 있다는 점이다. 광운대 미디어영상학과 주동황 교수는 “‘오마이뉴스’는 시민들이 단순히 언론을 모니터링하는 수준을 넘어 직접 언론 제작과정에 참여한다는 점에서 시민들의 참여의식을 확대시키는 역할을 보여줬다”며 “기존 언론들이 놓치고 있는 수용자들의 욕구를 과감히 기사화해 기존 언론에 건전한 자극을 준다는 점에서 ‘오마이뉴스’는 인터넷언론의 모델로 성공했다고 본다”고 평가를 내렸다.
과연 ‘오마이뉴스’가 ‘의미’에서의 성공에 이어 ‘상업’적 성공까지 거둘 지는 앞으로 1년에 달려 있다. 그리고 그 결과에 독자들은 물론 기존 언론과 언론학자들까지 수많은 눈길이 쏠려 있다.
구본준 기자 bonbon@hani.co.kr


사진/창간 당시 4명으로 출발한 오마이뉴스는 이제 직원 22명으로 늘어났을 만큼 비약적으로 성장했다.(이정용 기자)

사진/“향후 1년 안으로 상업적 기반을 굳히겠다”는 오마이뉴스 오연호 대표.(이정용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