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반이정 미술평론가 http://dogstylist.com
양립 불능의 상태를 창과 방패에 빗댄 고사성어 ‘모순’이 한 몸으로 형상화된 오브제로 우산이 지목될 만합니다. 말아 접으면 ‘지팡이형’ 창입니다. 장난 삼아 우산 창으로 상대를 찌르는 장면은 철부지들 사이에서 흔히 볼 수 있습니다. 반면 날개를 팽팽히 펼친 우산은 방패와 같아서 비바람과 타인의 불편한 응시를 차단합니다. 대체로 빗나가기 일쑤인 일기예보 덕에 천공의 물 샤워를 피해주는 우산은 요긴하고 휴대 가능한 임시 가옥 같습니다.
이같은 우산의 고안 목적과는 상반되게 비가 그치는 순간 우산에 쏟아지는 천대는 이만저만이 아닙니다. 방금까지 우산의 고마운 기여도는 구름 사이로 피어오른 햇살로 부담스러운 물걸레로 상황 반전됩니다. 잦은 건망증은 우산 분실로 상징되며, 모든 우산은 숙명적으로 분실물과 동격입니다. 우산이 직면한 모순이지요. 인간관계도 우산과 닮아 우방이 적이 되는 건, 비가 멎고 볕이 드는 과정만큼 흔한 일입니다. 인간관계의 본질이 창과 방패를 닮은 속 깊은 사연입니다.
(사진/ 한겨레 이종근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