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사의 노사관계를 성찰하게 만든 <그래도 희망은 노동운동이다>
▣ 안중철 후마니타스 편집자
출판사에서 영업과 제작을 담당하는 선배가 있다. 출판사 식구들은 선배를 ‘시민 K’라 부르곤 하는데, 출판사에서 출간될 책이 읽을 만한지, 기획하고 있는 주제나 글을 일반 독자의 입장에서 어떻게 생각할지 등을 이야기해주는 독자와의 창구 구실을 한다. 그다지 모난 곳 없고(몇 개는 있다는 말이다!), 털털하며 보수적이지도 않은, 나름대로 비판적인 시각을 가진 80년대 초반 학번의 선배이다.
그런데 우리의 ‘시민 K’ 선배의 경우에도 아킬레스건이 있다. 다른 건 몰라도, 고임금을 받는 노동자들과 공무원들의 파업에 대해서는 도저히 이해를 못하는 것이다. 지난해에 있었던 조종사들의 파업과 공무원 파업 때도 그러했다. “아니, 도대체 그 사람들은 1억원이 넘는 연봉을 받는다는데, 임금 때문에 파업하는 건 너무한 거 아냐?” “공무원들은 근로조건을 위해 파업을 하기 전에 민원인들에게 좀더 친절하게 대해야 하는 거 아냐?”
그 다음에 이어지는 상황은 누구나 한 번쯤은 겪어봤을 게다. 처음엔 서로 가볍게 펀치를 날리다, 상대방이 만만치 않음을 깨닫고 나서 던지는 냉소적인 단어들. 여기서 멈추는 게 상책이련만, 내가 그간 이러저런 세미나에 쏟아부은 시간이 얼마인데 여기서 멈출쏘냐! 대화는 이어지지만 늘 그렇듯 감정은 격해지고 어김없이 찾아오는 긴 침묵의 시간, 그리고 뒤늦은 반성. 현실은 제비고 이론은 달팽이라! 이러한 허망한 마음에 기획된 책이 하종강 선생님의 <그래도 희망은 노동운동>이다. 사실 처음에는 노동자들의 파업과 관련된 하종강 선생님의 글 몇 개를 모아, 우리의 ‘시민 K’에게 선물로 드리고자 시작했던 글모음이 가제본을 하고 나니, 그럴듯한 책 한 권이 되어버렸던 것이다. 물론, 가제본된 책을 읽으신 ‘시민 K’는 언제 본인이 고임금 노동자들의 파업에 반대했냐는 듯한 야릇한 제스처와 함께 “이거 책으로 만들면 잘 팔리겠다”는 출판 영업자의 번뜩이는 본능으로 출간을 밀어붙였다. ‘시민 K’의 변화 말고도 책이 만들어지는 과정에서 출판사 안에는 많은 변화가 있었다. “역시 노조가 있어야 회사가 건전해진다. 후마니타스에도 노조를 만들자”는 이야기들과 “후마니타스에서 만들 수 있는 올바른 노사관계는 무엇일까” 하는 고민들이 여기저기서 제기되기도 했다.
이 와중에 아예 출판기념회를 ‘올바른 후마니타스의 노사관계’라는 주제로 하종강 선생님의 특강을 듣는 자리로 만들기도 했다. 출간된 책을 들고 고속철도(KTX) 여승무원 농성장을 찾아갔을 때, 반갑게 맞아주시던 노동자들과 함께 웃을 수 있었던 것도 이 책을 통해 출판사가 얻은 좋은 경험이었다. 이 책은 노동문제에 전혀 관심이 없는 사람일지라도 우연히 이 책을 보고 ‘아, 이렇게 생각해볼 수도 있겠구나’라고 느낄 수 있도록 만들어졌다. 그리고 그런 ‘우연’은 바로 출판사에서부터 시작됐던 것이다.
마지막으로, 하종강 선생님의 ‘들어가는 글’ 덕분에 졸지에 운동권, 그것도 80년대식 운동권 출판사로 찍힌 마당에, 우리도 하종강 선생님의 약점(?) 하나를 공개해본다. 하종강 선생님은 1년에 300회 이상을 강연으로 돌아다니시는지라 원고 청탁을 하기가 무척이나 어렵다. 물론, 원고 청탁이 무사히 이뤄졌다 해도, 마감 시간을 넘기는 게 다반사다. 이럴 때 쓸 만한 비책 하나. 하종강 선생님의 교정 원고를 하염없이 기다리다, 이런 회심의 문구 하나를 이메일 제일 마지막에 적어넣었고 바로 그 다음날부터는 원고 진행이 일사천리로 진행됐다. “바쁘신 줄 알지만, 선생님 글만 기다리고 있는 ‘출판 노동자들’도 한 번쯤 생각해주십시오 ^^.” 너무 뻔한 답이었나? 하종강 선생님의 약점은 역시 ‘노동자’라는 세 글자였던 것이다.
그 다음에 이어지는 상황은 누구나 한 번쯤은 겪어봤을 게다. 처음엔 서로 가볍게 펀치를 날리다, 상대방이 만만치 않음을 깨닫고 나서 던지는 냉소적인 단어들. 여기서 멈추는 게 상책이련만, 내가 그간 이러저런 세미나에 쏟아부은 시간이 얼마인데 여기서 멈출쏘냐! 대화는 이어지지만 늘 그렇듯 감정은 격해지고 어김없이 찾아오는 긴 침묵의 시간, 그리고 뒤늦은 반성. 현실은 제비고 이론은 달팽이라! 이러한 허망한 마음에 기획된 책이 하종강 선생님의 <그래도 희망은 노동운동>이다. 사실 처음에는 노동자들의 파업과 관련된 하종강 선생님의 글 몇 개를 모아, 우리의 ‘시민 K’에게 선물로 드리고자 시작했던 글모음이 가제본을 하고 나니, 그럴듯한 책 한 권이 되어버렸던 것이다. 물론, 가제본된 책을 읽으신 ‘시민 K’는 언제 본인이 고임금 노동자들의 파업에 반대했냐는 듯한 야릇한 제스처와 함께 “이거 책으로 만들면 잘 팔리겠다”는 출판 영업자의 번뜩이는 본능으로 출간을 밀어붙였다. ‘시민 K’의 변화 말고도 책이 만들어지는 과정에서 출판사 안에는 많은 변화가 있었다. “역시 노조가 있어야 회사가 건전해진다. 후마니타스에도 노조를 만들자”는 이야기들과 “후마니타스에서 만들 수 있는 올바른 노사관계는 무엇일까” 하는 고민들이 여기저기서 제기되기도 했다.
(일러스트레이션/ 김대중)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