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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지이야기

팔을 가둔 깁스 교도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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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6-08-02 00:00 수정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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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반이정 미술평론가 http://dogstylist.com

예외를 감안할 때 교도소 감금은 사고 친 이에게 가해지는 형벌의 일종으로, 인신 구속으로 행위자의 정신과 육체의 자유를 박탈하는 사법적 절차입니다. 깁스 시술은 사고당한 팔다리에 추가 손상 방지를 명목으로 외부와 차단하는 정형외과적 절차입니다. 높다란 담벽이 둘러싼 감옥의 사각지대는 내부인만 아는 비밀입니다.

백색 석고붕대가 감싼 순결한 배려로 그 안에 감춘 팔다리의 실태는 알 도리가 없습니다. 가려울 때 긁지 못하는 심경, 누구 알까요? 형기를 마치고 철문을 나선 출소자는 새사람 되길 다짐하지만 그의 길은 험난합니다. 변화된 세상과의 부적응은 눈부신 햇살에 두 눈 감는 장면으로 곧잘 영화는 묘사합니다. 깁스를 풀고 거듭난 팔다리는 가늘고 왜소하며 또한 낯설어 보입니다. 출소의 희망을 담아 형무소 벽에 남긴 숱한 낙서는 쾌유의 기원을 적은 깁스의 낙서와 동형적입니다. 드물게 전과 전력을 과시하는 꼴불견이 있는데, 거만하고 주제 모르는 언행 앞에는 “목에 깁스 했냐?”는 대구가 제일 적절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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