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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지이야기

스팸문자와의 전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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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6-07-20 00:00 수정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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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계완 기자 kyewan@hani.co.kr

휴대전화 스팸 문자를 하루에 한 번도 안 받는 사람도 있겠지만, 5통 넘게 받을 때도 있다. 짜증이 날 수밖에 없다. 스팸 이메일이야 안 보고 지워버리면 되지만, 휴대전화 스팸 문자는 메시지가 도착하면 소리가 나고 누구든지 즉시 확인하게 되기 때문이다. 예전에는 ‘060’ 성인정보 스팸 메시지가 골칫거리였는데, 요즘은 ‘금융대출’ 스팸 문자가 휴대전화 이용자들을 괴롭히고 있다. 정보통신부가 최근 휴대전화 가입자 1천 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하루 평균 휴대전화 스팸 수신량은 0.99통으로 나타났다.

이 가운데 ‘대출금융’이 0.57통으로 가장 많았고 ‘성인정보’는 0.13통이었다.

사람이 손으로 문자 메시지 한 통을 발송하는 데 보통 30∼60초가 걸린다. 그러면 일반인이 하루(12시간 기준)에 수동으로 보낼 수 있는 한계는 720∼1450통 수준이다. 그런데 최근 이동통신사들이 문자 메시지 이용 실태를 분석한 결과, 하루에 1천 통 이상을 발송하는 휴대전화 가입자는 428명으로 하루 평균 1만 통을 발송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하루 7만 통을 발송한 휴대전화 번호도 있었다. 그래서 정보통신부는 8월부터 1인당 하루에 보낼 수 있는 휴대전화 문자 발송량을 현행 무제한에서 1천 건으로 제한했다.


스팸 발송자들은 문자 메시지 무제한 요금제와 명의도용 폰(일명 대포폰)을 이용하는데, 이른바 ‘슈터기’라는 스팸발송 기계를 활용해 수만 통까지 무차별 발송한다. 슈터기는 휴대전화 문자 메시지가 보편화되지 않았던 초창기에 기업들이 임직원 긴급호출 용도로 사용했으나 스팸 발송자들의 손에 들어가 음성적으로 활용되고 있다. 슈터기는 휴대전화 단말기와 노트북을 서로 연결해 한순간에 메시지를 대량 발송하는데 자동 연번으로, 즉 1번을 스타트(Start)로 정하고 9999번을 끝(End)으로 프로그램을 입력해주면 순식간에 문자가 발송된다. 이렇게 무작위로 스팸 문자를 서너 번 쏜 뒤 수신자 쪽에서 문자를 받았다는 신호가 들어오면 ‘살아 있는 휴대전화 번호’로 체크되고, 아무런 반응이 없으면 ‘존재하지 않는 번호’로 파악된다.

스팸 발송자와 불법스팸대응센터 사이에는 하루 종일 ‘시간과의 싸움’이 벌어진다. 발송자가 명의도용 폰을 쓰고 있기 때문에 번호를 추적해 따라가보면 실체가 없거나 이미 다른 번호로 바꿔 달아나버린 상태이기 일쑤다. 또 금융대출 스팸 문자는 ARS 상담인데다 직접 통화는 스팸 발송자 쪽 상담원이 다시 명의도용 폰을 이용해 고객한테 전화를 걸어오는 형태라서 번호 추적이 어렵다. 불법 스팸 발송 증거를 수집하기 위한 장치로 ‘휴대전화 스팸 트랩번호’가 있다. 이동통신사들이 쓰는 번호 중에서 안 팔고 중간에 빼놓은 번호 1천∼4천 개를 빌려 받아 컴퓨터 시스템에 등록한 뒤 스팸 탐지용 수신 전용번호로 쓰는 것이다. 스팸발송 휴대전화 번호가 이 트랩에 걸리면 그 번호는 이동통신사의 협조를 얻어 24시간 안에 즉각 차단된다. 그러나 스팸발송 번호를 하루에도 몇 번씩 바꾸면서 치고 빠지기 때문에 트랩 추적도 큰 효과는 없다.

2003년 이후 출시된 휴대전화 단말기에는 스팸 필터링 기능이 내장돼 있다. ‘대출’ ‘성인’ ‘광고’ 같은 금칙어를 넣고 스팸차단 기능을 설정하면 된다. 그러나 ‘060 서비스’ 수신 차단을 피하려고 아예 메시지 내용 속에 060 번호를 숨겨 보냈듯, 스팸 문자 발송자가 ‘대-출’식으로 문자를 써서 또 빠져나갈 것이 뻔하다. 그러면 또 한 번 ‘대-출’을 금칙어로 넣어줘야 하고, 숨바꼭질은 계속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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