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정희 평전
전인권 지음, 이학사(02-720-4572) 펴냄, 1만6천원
지난해 타계한 전인권의 유고. 그는 화가 이중섭에 관한 평론, 한국 남성의 정체성 형성 과정 저술 등 미술평론가, 저술가로도 활약했지만 원래 박정희 연구를 필생의 업으로 삼은 정치학자였다. 30여 년의 세월과 저자가 피안에 있다는 사실이 논란 많은 책의 탄생 배후일 것이다. 박정희가 어린 시절 심각한 유기 불안을 겪었고 대구사범 시절 ‘심리적 고아’가 되었다는 사실 등 심리학적 평가가 돋보인다. 문화평론집 <전인권이 읽은 사람과 세상>이 함께 나왔다.
여우야 여우야 뭐하니
조영아 지음, 한겨레출판(02-6383-1608) 펴냄, 9천원
‘지금은 해체 중’인 사회를 중학교에 입학하는 남자아이의 1인칭 시점으로 바라본 소설. 다리를 다친 아버지와 포장마차를 하는 엄마, 정신지체 형과 사는 상진은 겨울방학이 시작하는 첫날 여우를 본다. 그것을 시작으로 소년 주위에는 이상한 일들이 일어난다. 소년은 아랫집 아이한테 마음이 설레고, 립스틱을 바른 엄마는 귀가가 늦고, 아버지는 화재 용의자로 수사받고, 집주인의 부도로 소년이 사는 연립은 비어간다. 11회 한겨레문학상 수상작.
의학의 역사
재컬린 더핀 지음, 신좌섭 옮김,
사이언스북스(02-517-4263) 펴냄, 2만5천원
‘의사 선생님, 귀가 아픈데요’라는 말에 기원전 2000년에는 “자, 이 약초 뿌리를 드시오”, 기원전 1000년에는 “그 뿌리를 먹으면 부정을 타니 이 주문을 외우시오”, 1850년에는 “주문은 미신이오. 이 물약을 드시오”, 1930년에는 “그 물약은 돌팔이 약이오. 이 알약을 드시오”라고 말했다는 인터넷에 떠도는 우스개로 시작된다. 의학이 당대 사회 관계와 시대정신 그리고 지식의 복합적 상호작용임을 균형 잡힌 시각으로 보여주는 의학사다.
주강현의 관해기
주강현 지음, 웅진지식하우스(02-3670-1376) 펴냄, 전 3권, 각권 1만3천원.
민속학자 주강현이 바다로 갔다. 저자는 이 책에서 한반도를 둘러싼 바다의 자연 생태, 환경, 역사, 문화와 민속, 일상사에 총체적으로 접근한다. 문화사적으로 소외됐으며 ‘역사는 있되, 기록은 없었던’ ‘갯것’ 이야기를 담는 것이 책의 포부. 남제주부터 북녘 삼일포까지 새우, 조개, 굴비, 뱀장어 등 각종 어류로 이뤄진 등장인물은 포부에 걸맞게 다양하면서도 새롭다. <서울신문>에 연재한 글을 1권 남쪽바다, 2권 서쪽바다, 3권 동쪽바다로 나눴다.
식인귀의 행복을 위하여
다니엘 페낙 지음, 김운비 옮김,
문학동네(031-955-8857) 펴냄, 9천원
여러 출판사에서 띄엄띄엄 나온 ‘말로센 시리즈’의 첫 번째 권이 나왔다. 20여 년 만이니 ‘드디어’다. <산문 파는 소녀> <말로센 말로센> <정열의 열매들> 등에 등장하는 말로센은 범상치 않은 가족으로 이 책에서 그 가족의 시작이 알려진다. 책임감 없는 아내는 각각 아버지가 다른 아이 넷을 벤자맹에게 맡기고 떠났다. 벤자맹은 백화점 품질관리원이지만 사실은 항의 고객에게 비굴한 모습으로 비는 ‘희생양’. 추리소설 외피가 감싼 특이한 인간 군상의 유쾌한 코미디가 걸작이다.
역사의 원전
존 캐리 엮음, 김기협 해설·옮김,
바다출판사(02-322-3885) 펴냄, 3만원
역사적 순간의 목격자들이 직접 쓴 ‘현장기록’을 모은 역사책. 타이타닉호의 침몰은 현장에 있던 화부의 “아기 하나를 받아안고 바다로 뛰어들었는데 수면 위로 올라오니 아기는 죽어 있었다”라는 말로 전하고, 소크라테스가 죽기 전에 한 말은 그 옆에 있던 제자의 증언으로 옮겨진다. 경험자가 전한다지만 이 책의 모든 서술자는 서양인이다. 한국전쟁과 베트남 전쟁도 마찬가지. 한 권으로 읽는 ‘백과전서’식 교양서적 트렌드에 맞게 양장에, 두껍고, 그에 비해 싸다.
돌연변이
아먼드 마리 르로이 지음, 조성숙 옮김,
해나무(031-955-8898) 펴냄, 1만8천원
‘진짜진짜’를 강조하는 풍속사에는 온몸에 긴털이 나고 허벅지에 유방이 달린 ‘이상한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가 많다. 믿지 못할 이 이야기들에는 ‘진실의 흔적’이 담겨 있으니, 이 책은 현대과학으로 이 이상한 사람들, 돌연변이의 비밀을 풀어낸다. ‘게가 붙든 것처럼 말뚝에 매달리게’ 해서 비국교도를 강에 익사시킨 집행관의 자손에게서 나타난 ‘집게손’, 그리스 신화의 키클롭스처럼 외눈박이인 아이 등 과학적 진실이 밝혀지는 순간까지 책의 서술은 흥미진진하다.
욕망과 지혜의 문화사전 몸
샤오춘레이 지음, 유소영 옮김,
푸른숲(031-955-1410) 펴냄, 1만3천원
원제는 ‘우리는 피부 안에 살고 있다’. 몸을 머리, 눈빛, 피부, 허리, 다리, 발 등 조각조각으로 나누어 에세이식으로 풀어낸다. 방식은 “사료는 단지 소재이고 고증이라는 방식은 일종의 품격일 따름”이라는 말에 잘 나타난다. 저자는 어느 나라에도 ‘귀순’하지 않은 중국 토박이로 푸젠성 타이닝에서 이 책을 썼다. 그가 자료로 삼은 것은 중국의 고대소설, 민요와 전설, 속담, 시지만 서양고전 또한 모른 체하지 않았다. 중국에서도 새로운 글쓰기가 태동하고 있음이 느껴진다.
조영아 지음, 한겨레출판(02-6383-1608) 펴냄, 9천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