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겨레21 ·
  • 씨네21 ·
  • 이코노미인사이트 ·
  • 하니누리
표지이야기

면 사리만 주문해보시죠

619
등록 : 2006-07-20 00:00 수정 :

크게 작게

▣ 반이정 미술평론가 http://dogstylist.com

면 사리는 기본 메뉴가 아닌 선택 메뉴지만, 떡볶이·닭갈비·낙지볶음 같은 양념 강한 음식 맛을 완화시킴과 동시에 담백함을 보태주는 ‘필수 같은 선택’입니다. 그래서 늘 수요는 높지요. 밋밋한 민짜 면발에 불과한 면 사리는 그 자체로 완결된 메뉴가 아니지만 기본 메뉴가 살짝 충족 못 시키는 단 몇 프로의 부족분에 불을 댕기는 기폭제입니다. 저렴한 가격 대비 풍족한 양. 면 사리의 뿌리칠 수 없는 전략입니다.

(사진/ 한겨레 김순배 기자)

미미한 존재감에도 사리의 실적은 십시일반 식당의 매상에 기여합니다. 사리가 빠지면 도대체 따로 먹을 엄두가 안 나는 요리도 존재하는데, 이럴 바에 왜 양념과 면을 둘로 갈랐는지 모를 정도입니다. 마치 잘나가는 책을 두 권으로 쪼개 파는 상술 같기도 하고요. 냉면 사리는 양념 육수와 함께 제공되는 예가 많습니다. 그러니 양 적고 주머니 가벼운 분들은 식당 가셔서 사리만 1인분 주문해보시죠. 아마 모처럼 항간에 떠도는 ‘손님은 왕이다’라는 허구를 몸소 체험하는 귀한 시간이 되시지 싶습니다만.



좋은 언론을 향한 동행,
한겨레를 후원해 주세요
한겨레는 독자의 신뢰를 바탕으로 취재하고 보도합니다.

반이정의 사물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