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반이정 미술평론가 http://dogstylist.com
면 사리는 기본 메뉴가 아닌 선택 메뉴지만, 떡볶이·닭갈비·낙지볶음 같은 양념 강한 음식 맛을 완화시킴과 동시에 담백함을 보태주는 ‘필수 같은 선택’입니다. 그래서 늘 수요는 높지요. 밋밋한 민짜 면발에 불과한 면 사리는 그 자체로 완결된 메뉴가 아니지만 기본 메뉴가 살짝 충족 못 시키는 단 몇 프로의 부족분에 불을 댕기는 기폭제입니다. 저렴한 가격 대비 풍족한 양. 면 사리의 뿌리칠 수 없는 전략입니다.
미미한 존재감에도 사리의 실적은 십시일반 식당의 매상에 기여합니다. 사리가 빠지면 도대체 따로 먹을 엄두가 안 나는 요리도 존재하는데, 이럴 바에 왜 양념과 면을 둘로 갈랐는지 모를 정도입니다. 마치 잘나가는 책을 두 권으로 쪼개 파는 상술 같기도 하고요. 냉면 사리는 양념 육수와 함께 제공되는 예가 많습니다. 그러니 양 적고 주머니 가벼운 분들은 식당 가셔서 사리만 1인분 주문해보시죠. 아마 모처럼 항간에 떠도는 ‘손님은 왕이다’라는 허구를 몸소 체험하는 귀한 시간이 되시지 싶습니다만.

(사진/ 한겨레 김순배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