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은 작품의 연이은 고가 낙찰 현상에 미술계 우려 목소리… 시장 혼란 부르는 가격 거품, 아트페어 활성화로 방지해야
▣ 김수병 기자 hellios@hani.co.kr
청바지라는 특이한 재료를 사용해 부산의 도시적 혹은 서민적 풍경을 주로 표현하는 20대 중반의 화가 최소영씨. 그는 낡은 청바지천을 오리거나 비비고 탈색해 접착제로 붙이거나 꿰매는 식으로 작업한다. 특이한 재료만큼이나 돋보이는 극사실의 정교한 회화 이미지는 생활공간을 뒤돌아보게 하는 묘한 매력을 발산한다.
이미 2004년부터 ‘시카고 아트페어’ 등 국제 아트페어에 수차례 출품해 호평을 받은 그의 작품은 지난 5월28일 열린 홍콩 크리스티 경매시장에서 컬렉터들의 지대한 관심을 끌었다. 그의 작품 <광안교>가 추정가보다 7배나 비싼 1억9500만원에 거래된 것이다.
2억여원에 거래된 20대 화가의 <광안교> 바야흐로 한국 현대미술의 르네상스를 예감케 하는 대목이다. 평생 작품 한 번 팔아보는 것을 소원으로 여기는 작가들이 수두룩한 현실에서 최소영씨 같은 신진 작가의 선전은 주목할 만한 사안임이 틀림없다. 이른바 ‘블루칩’ 작가로 분류되지 않더라도 국내외 시장에서 얼마든지 평가받을 수 있다는 사실을 보여준 때문이다. 물론 팝아트 화가 김동유씨의 유화 <마릴린 먼로·마오쩌둥>처럼 3억원대에 낙찰되기는 흔한 일이 아니다. 문화평론가 김장호씨는 “미술시장이 아직 소수를 위한 닫힌 시장일 뿐, 누구나 쉽게 접근할 수 있는 열린 시장이 아니다”고 지적하기도 한다. 정말로 국내 미술시장은 살아나고 있을까. 2000년 초부터 미술시장이 살아날 조짐을 보인 게 사실이다. 국내에서도 해외 아트페어의 선정 기준을 통과해 진출하는 화랑 수가 2003년 14개에서 지난해 29개로 불과 2년 동안 두 배로 증가했고, 출품 작품 수도 1162점에서 2천여 점으로 늘었다. 미술품 경매에서도 놀라운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다. 홍콩 크리스티 경매만 해도 18명의 작가가 내놓은 32점 가운데 31점이 모두 15억8천여만원에 낙찰됐다. 2년 전 불과 8점이 1억5천여만원에 낙찰된 것에 견줘 비약적인 성장세에 있는 셈이다. 일부에서 ‘거품론’을 제기하고 있지만 시장이 확대되는 것을 부정하기 힘들다. 현재 국내 미술시장의 규모는 연간 2천억원 정도로 추산된다. 영국의 젊은 작가 위주의 중·저가 미술품 시장인 프리즈 아트페어만 해도 지난해 페어가 열리는 5일 동안 600억원가량이 거래된 것을 떠올리면 지극히 작은 규모라 할 수 있다. 그것도 미술시장에서 거래되는 작가는 많아야 2천여 명 정도로서 전체 미술 작가의 10%도 되지 않는다. 전체 거래액의 대다수를 점유하는 작가는 100명 이내로 제한돼 있다. 아무리 ‘한국 미술의 힘’을 말해도 수혜자는 극소수에 지나지 않는다. 신진 작가들이 ‘이슬’로 살기를 마다하지 않는다면 창작 활동에만 전념하기 어려운 현실인 셈이다. 최근 미술품 경매는 미술시장의 대세를 형성하고 있다. 미술품 경매 전문회사인 서울옥션이 6월29일 마련한 ‘제4회 커팅 엣지’에는 20~30대 신진 작가 23명의 작품 28점이 출품돼 모두 낙찰되기도 했다. 이날 출품작들은 대체로 추정가 선에서 거래됐는데, 정명조씨의 <미의 파라독스>나 김지혜씨의 <책거리 그림> 등의 낙찰가는 추정가의 3배에 이르기도 했다. 갤러리 아르코의 아트디렉터 백현주 실장은 “신진 작가들의 작품에 관심이 늘어나 커팅 엣지를 주목하고 있다. 작가들이 자신의 작품으로 미술시장을 키울 수 있다고 생각하고, 갤러리들이 상업적 활용가치를 높이려는 의도가 맞물린 흐름이다”고 말했다.
이렇게 신진 작가들이 자신의 작품에 가격을 매기는 데 거부감을 느끼기보다는 상품으로서 가치를 인정받으려는 분위기다. 이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있다. 신진 작가들의 작품 경매가 작가와 미술시장 전반에 악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이 문제는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시각예술소위원회가 23일 대학로 아르코미술관 세미나실에서 마련한 ‘한국 미술시장의 전망과 정책 방향’ 토론회에서도 거론됐다. 이날 발제자로 나선 계원조형예술대 유진상 교수는 “신진 작가들이 1년 이내에 제작된 작품들을 경매에 내놓는 방식은 이들의 작품 가격에 거품을 만들어 작가의 생명에 치명적인 손상을 가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갤러리 성장 없는 경매 과열은 기형적
이런 지적은 국내 경매시장의 특수성에서 비롯된다. 갤러리와 경매회사, 미술시장의 운영주체가 혼재돼 있다 보니 시장의 신뢰성과 전문성을 의심받고 있는 것이다. 심지어 갤러리의 소장 작품들을 갤러리가 간여하고 있는 경매회사에서 파는 파행적 현상도 나타나고 있다. 만일 1차 시장과 2차 시장의 역할분담이 뚜렷하다면 화랑에서 관리하는 예술가들의 작품을 경매에 내놓는 것도 조심스러울 수밖에 없다. 예컨대 해당 예술가의 작품 가격이 크게 흔들리지 않도록 하는 차원에서 최소한 2~3년의 소장 기간이 지난 작품을 내놓아 작품의 가격 변동폭이 크지 않도록 하는 식이다.
어쨌든 신진 작가들이 선택할 수 있는 사항은 지극히 제한적이다. 국제적인 경매시장과 아트페어 등을 통해 국제적으로 활동 반경을 넓히지 않으면 시장에서 주목받기 어렵고, 위험을 감수하며 경매에라도 나서지 않는다면 당장의 생존 기반을 마련할 수 없는 실정이다. 이런 까닭에 울며 겨자 먹기 심정으로 발빠르게 시장 진입을 꾀할 수밖에 없다. 여기에는 미술시장 활황에 관한 언론의 장밋빛 보도도 한몫 거든다. 한국 작가들의 고가 낙찰 현상을 여과 없이 보도하는 탓에 미술품 가격에 대한 환상을 잠재적 고객은 물론 작가에게까지 심어줄 수 있기 때문이다.
사실 미술작품은 ‘베타 스톡’(Beta stock)으로 가격 폭등과 폭락이 심한 투자 상품으로 분류된다. 미술품 투자가 주식이나 부동산 투자보다 수익률을 내기 어려운 이유가 여기에 있다. 해외에서 각광받는 신진 작가들의 작품에 ‘묻지마 투자’를 하는 것은 시장의 혼란을 부추길 수 있다. 이에 대해 K옥션 김순응 대표이사는 “젊은 작가들의 작품이거나 제작한 지 일정 기간이 지나지 않았다는 이유로 경매를 거부하는 것은 작가나 작품을 해외에 빼앗길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1차 시장 구실을 해야 할 화랑이 배제된 채 2차 시장만 과열돼 거품을 유발할 가능성이 높다는 지적도 만만치 않다.
그동안 국내 미술시장에서 해외 미술품이 집중적으로 구매됐다. 문화경제적 역조 현상이 뚜렷했다는 말이다. 그런 의미에서 젊은 작가들이 활동 반경을 해외로 넓히는 것은 고무적인 현상임이 틀림없다. 다만 젊은 스타 작가의 작품이 높은 가격에 팔린다고 국내 미술시장이 활성화되는 것은 아니라는 사실을 기억해야 한다. 해외에서 국내 거래가보다 지나치게 높게 가격이 형성된 젊은 작가들의 작품으로 인해 자칫 중견 작가의 자리가 좁아져 시장에서의 혼란이 깊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일단 크고 작은 아트페어를 자주 열면서 시장의 가능성을 타진하는 게 순서일 듯하다.

‘최첨단’‘최선두’를 뜻하는 커팅 엣지의 현대 미술품 경매에 선보인 작품들. 6월29일 열린 커팅 엣지에 나온 작품 28점이 모두 주인을 만났다.(사진/ 박승화 기자)
2억여원에 거래된 20대 화가의 <광안교> 바야흐로 한국 현대미술의 르네상스를 예감케 하는 대목이다. 평생 작품 한 번 팔아보는 것을 소원으로 여기는 작가들이 수두룩한 현실에서 최소영씨 같은 신진 작가의 선전은 주목할 만한 사안임이 틀림없다. 이른바 ‘블루칩’ 작가로 분류되지 않더라도 국내외 시장에서 얼마든지 평가받을 수 있다는 사실을 보여준 때문이다. 물론 팝아트 화가 김동유씨의 유화 <마릴린 먼로·마오쩌둥>처럼 3억원대에 낙찰되기는 흔한 일이 아니다. 문화평론가 김장호씨는 “미술시장이 아직 소수를 위한 닫힌 시장일 뿐, 누구나 쉽게 접근할 수 있는 열린 시장이 아니다”고 지적하기도 한다. 정말로 국내 미술시장은 살아나고 있을까. 2000년 초부터 미술시장이 살아날 조짐을 보인 게 사실이다. 국내에서도 해외 아트페어의 선정 기준을 통과해 진출하는 화랑 수가 2003년 14개에서 지난해 29개로 불과 2년 동안 두 배로 증가했고, 출품 작품 수도 1162점에서 2천여 점으로 늘었다. 미술품 경매에서도 놀라운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다. 홍콩 크리스티 경매만 해도 18명의 작가가 내놓은 32점 가운데 31점이 모두 15억8천여만원에 낙찰됐다. 2년 전 불과 8점이 1억5천여만원에 낙찰된 것에 견줘 비약적인 성장세에 있는 셈이다. 일부에서 ‘거품론’을 제기하고 있지만 시장이 확대되는 것을 부정하기 힘들다. 현재 국내 미술시장의 규모는 연간 2천억원 정도로 추산된다. 영국의 젊은 작가 위주의 중·저가 미술품 시장인 프리즈 아트페어만 해도 지난해 페어가 열리는 5일 동안 600억원가량이 거래된 것을 떠올리면 지극히 작은 규모라 할 수 있다. 그것도 미술시장에서 거래되는 작가는 많아야 2천여 명 정도로서 전체 미술 작가의 10%도 되지 않는다. 전체 거래액의 대다수를 점유하는 작가는 100명 이내로 제한돼 있다. 아무리 ‘한국 미술의 힘’을 말해도 수혜자는 극소수에 지나지 않는다. 신진 작가들이 ‘이슬’로 살기를 마다하지 않는다면 창작 활동에만 전념하기 어려운 현실인 셈이다. 최근 미술품 경매는 미술시장의 대세를 형성하고 있다. 미술품 경매 전문회사인 서울옥션이 6월29일 마련한 ‘제4회 커팅 엣지’에는 20~30대 신진 작가 23명의 작품 28점이 출품돼 모두 낙찰되기도 했다. 이날 출품작들은 대체로 추정가 선에서 거래됐는데, 정명조씨의 <미의 파라독스>나 김지혜씨의 <책거리 그림> 등의 낙찰가는 추정가의 3배에 이르기도 했다. 갤러리 아르코의 아트디렉터 백현주 실장은 “신진 작가들의 작품에 관심이 늘어나 커팅 엣지를 주목하고 있다. 작가들이 자신의 작품으로 미술시장을 키울 수 있다고 생각하고, 갤러리들이 상업적 활용가치를 높이려는 의도가 맞물린 흐름이다”고 말했다.
서울옥션의 미술품 경매에서도 젊은 작가들의 작품을 찾는 컬렉터들이 늘어나고 있다(위/ 박승화 기자). 국내 미술 시장이 활성화되려면 크고 작은 아트페어가 꾸준히 열려야 한다. 코엑스에서 열린 서울 국제 아트페어(오른쪽/ 윤운식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