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도한 욕망으로 피곤한 이들에게 권하는 생태 가이드 북 6권… 도시에서 친환경적으로 사는 법부터 수목장 장례의 에코 다잉까지
▣ 신종호 시인·월간 편집장
▣ 사진·정수산 기자 jss49@hani.co.kr 요즘 ‘웰빙’이라는 말이 우후죽순처럼 확산되고 있다. ‘잘 먹고, 잘 살자’는 것이 웰빙의 모토일 것이다. 그런데 ‘우리 가족’ 혹은 ‘나’만의 건강이라는 점에 치중하다 보니 좋지 않은 현상들이 발생하곤 한다. 고로쇠 수액이 몸에 좋다는 것이 방송되자 전국의 고로쇠나무들이 과도한 수액 채취로 말라죽어가는 것이 ‘웰빙 열풍’의 본질이다. 건강에 대한 지나친 경도가 불러오는 문화적 경박함, 웰빙을 빙자한 상업주의의 기승, 양극화로 인한 사회적 소외감 만연이 오히려 삶의 질을 떨어뜨리고 있다. 화학물질을 파헤쳐라, 생태 발자국을 측정하라
타인과 자연에 대한 배려와 공존의 정신이 없는 개인만의 육체적 건강이나 편리함은 공허한 것이다. 건강하게 산다는 것은 ‘몸’만의 문제가 아니다.
정신도 함께 건강해져야 한다. 그런 면에서 인간은 물론 지구와 생태를 생각하면서 공존의 삶을 모색하는 ‘에코 라이프 운동’은 주목할 만하다. 에코 라이프의 실천은 불편하다. 편리에 중독된 현대인들에게 불편을 강요하는 것은 쉽지 않다. 그러나 편리를 제공하는 문명의 해악이 우리 삶을 어떻게 위협하는지를 안다면 생각이 달라질 것이다.
<환경의 역습>은 아이들의 머리를 나쁘게 하는 중금속, 서서히 죽음을 불러오는 화학물질의 해독을 고발하고 있다. 새집으로 이사한 뒤 원인 모를 피부병에 시달리는 아이, 신축학교에서 눈이 충혈되고 코피를 흘리는 학생들, 향수나 세제 냄새를 맡으면 시름시름 앓아눕는 화학물질과민증 환자들, 생선과 치과용 아말감에 함유된 중금속 때문에 지능지수(IQ)가 낮아지는 아이들, 날로 증가하는 기형아 출산 등이 건축 자재의 독성 화학물질, 정원에 뿌린 살충제, 해산물에 농축된 중금속과 환경호르몬 같은 화학물질과 관련이 있다는 내용은 충격 그 자체다. 일상생활에서 수없이 접하는 화학물질들이 만들어내는 위협의 결과는 누구도 예측할 수 없다. 저자는 암울한 미래를 아이들에게 물려줄 수 없다는 생각으로 북미, 유럽, 일본 등 전세계를 발로 뛰며 수집한 방대한 자료와 장기간에 걸친 체계적인 실험을 통해 21세기 최대 위협인 화학물질 남용을 경고한다.
삶을 생태적으로 바꾸는 것이 어렵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다. 도시를 떠나 시골에서 사는 것만이 생태적이라는 고정관념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지금 있는 것 중에서 불필요한 욕망과 물건들을 버리는 것만으로도 생태적 삶은 충분히 가능하다. <단순하게 살기>는 과도해져가는 욕망으로 인해 피곤하고 지친 삶을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전체를 생각하는 소박한 삶’이 왜 중요한지를 알려주는 생태 가이드북이다. 행복한 삶을 위해 저자는 세 가지 지침을 제시한다.
우선 ‘생태 발자국 측정하기’로, 각자가 소유한 부를 공급하기 위해 매달 얼마만큼의 자연이 소모됐는지를 측정하는 것이다. 우리가 매일 먹는 각종 식료품에서부터 의류, 주거 공간, 교통수단, 냉장고, 세탁기, 매일 배출되는 쓰레기에 이르기까지 각자의 삶이 지속 가능한 쪽으로 향하고 있는지 아니면 회복 불가능한 방향으로 치닫고 있는지를 확인할 수 있게 한다. 다음은 우리가 사들이는 수많은 물건들이 실제로 삶의 질을 향상시키는지 아닌지, 또 나에게 맞는 경제 규모는 얼마인지를 측정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제시해 인생을 재설계할 수 있는 기회를 얻게 한다. 끝으로 매일 한 시간 이상 자연 속에서 시간을 보낼 것을 제안해, 지속 가능한 생태계 안에서 우리가 차지해야 할 적정한 공간을 파악할 수 있게 한다. 환경친화적인 삶에 대해 이만큼 세밀하고 친절하게 설명해주는 책은 이제까지 없었다. “이 책을 읽고도 생활방식을 바꿔야겠다는 생각이 들지 않는 사람이 있을까”라는 추천사가 허사가 아님을 확인할 수 있다.
슬로 머니, 흘로 러브… 즐거운 불편 체험기
<슬로 라이프>는 제목 그대로 느린 삶이 가져다주는 행복에 대한 메시지를 전하고 있다. 공허한 주장이 아닌 우리 주변에서 실천할 수 있는 구체적인 방법과 ‘슬로 라이프 무브먼트’의 중요한 이슈들을 ‘키워드’를 통해 설명하고 있다. 산책을 되찾는 일, 입고 먹고 사는 일을 새롭게 디자인하기, 슬로 푸드, 슬로 머니, 슬로 워터, 슬로 러브 등 눈여겨볼 만한 내용이 많다. 개인적 차원으로 환원된 슬로 라이프의 단면만을 다루지 않고 인간관계, 사회, 경제 그리고 환경적 측면으로 확장되는 더 깊은 차원의 슬로 라이프의 개념을 다룬다는 것이 이 책이 가진 미덕이다.
자연친화적인 삶을 산다는 것이 꼭 시골에서만 가능한 것은 아니다. <도시에서 생태적으로 사는 법>은 우리가 조금만 신경을 쓰고 실천해서 도시에서 생태적인 삶을 영위할 수 있도록 해주는 실용적인 지침서다. 이 책은 우선 도시에서 생태적으로 사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편견과 오해에서 벗어나는 것에서부터 시작하라고 말한다. 그런 연후에 싱그러운 자연을 도시로 끌어와 나의 오염된 집과 손상된 몸 그리고 병든 마음에 새살을 돋게 하는 방법, 생활 곳곳에 뿌리박혀 있는 잘못된 습관을 버리고 생태적 도시인으로 변신하는 법, 천연 미용법과 자연 건강법 등 생활 곳곳에서 어렵지 않게 실천할 수 있는 행복 찾기 노하우 47가지를 알려준다. 풍요를 바라는 인간의 욕망은 끝이 없다. 좀더 잘살기 위한 무한 경쟁은 인간의 삶을 불행으로 끌고 간다. 지금의 삶에 만족하고, 상대적인 불편을 감내하며 자신의 삶을 더 가치 있는 것에 투자하는 것이 현명한 삶의 지혜다.
<즐거운 불편>은 저자가 자발적으로 ‘불편’한 생활을 즐기고 마음의 풍요를 얻을 수 있음을 실감하는 과정을 기록한 체험기다. 체험을 바탕으로 현대 사회의 포괄적인 문제점을 저명인사와의 대담을 통해 전하고 있다. 저자가 몸소 실천한 불편의 예는 자전거로 출퇴근하기, 외식을 하지 않고 도시락 갖고 다니기, 엘리베이터 절대 사용하지 않기, 자판기 사용하지 않기, 제철 채소나 과일만 먹기, 직접 쌀농사 짓기 등등이다. 이 과정에서 저자는 단지 불편을 참고 인내하는 것이 아니라, 불편을 즐긴다는 발상을 하고 있어 참으로 재미있고 신선하다. 가벼운 마음으로 읽을 수 있는 문장과 공감이 가는 내용을 통해 진정한 행복이란 무엇인가를 다시 생각하게 한다. 아울러 편리함은 소비사회가 개인에게 중독시킨 굴레임을 깨닫게 한다.
생태적 삶이란 궁극적으로 잘 살고 잘 죽는 것이다. 우리는 잘 죽는 것에 대해 깊이 생각해보지 않는다. 죽음이 두려워서 그런 것이라고 여겨지지만, 인간은 결국 죽음의 운명을 벗어날 수 없다. 그런 만큼 잘 죽는 것이 잘 사는 것보다 중요하다. <수목장, 에코- 다잉의 세계>는 기존 장례법의 문제를 되짚어보고 그 대안으로 수목장을 제시하고 있으며, 수목장만이 숲을 살리고 묘지 문제도 해결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신수사상과 웰다잉, 동양철학을 통해 수목장의 의미를 조명한 저자는 좀더 구체적인 수목장림의 모습을 그려내 일반인들의 이해를 도와준다. 수목장림의 위치, 추모목 고르는 법, 장례와 추모 방식, 경관 조성과 추모목 수종 등은 실제적인 도움이 되는 내용이자 앞으로 수목장을 도입할 때 우리 사회가 귀기울여야 할 조언들이다. 이 책은 수목장의 모든 것을 알려주는 친절한 안내서이자 인생의 마지막을 아름답게 준비하려는 이들에게 웰다잉의 철학을 전해주는 인생 경영서다.
물질의 허상에 전 생애를 소비할 것인가
과잉은 독이 된다. 현대인들은 물질적 풍요라는 허상의 노예가 되어 전 생애를 소비하고 있다. ‘불편’을 불편하게 생각하기보다 그것을 누리고 즐길 줄 아는 지혜가 현대인들에게 필요하다. 사실 우리가 불편하다고 생각하는 것의 대부분은 불편한 것이 아니다. 단지 다른 것과 비교해서 불편하다고 여겨지는 것이다. 상대적 불편감은 ‘불편은 불행한 것이니 좀더 좋은 걸로 바꾸세요’라는 메시지로 소비를 부추기는 물질만능 사회가 만든 허상일 뿐이다. 에코 라이프란 과욕하지 않고 남과 더불어 사는 자연의 삶이며, 정신과 육체가 함께하는 삶이다. 소개한 책들을 통해 ‘에코 라이프’와 ‘에코 다잉’에 대해 생각해보는 계기가 마련됐으면 한다.
도서 목록
<환경의 역습> 박정훈 지음, 김영사 펴냄, 1만2900원
<단순하게 살기> 짐 머켈 지음, 황소자리 펴냄, 1만3천원
<슬로 라이프> 쓰지 신이치 지음, 디자인하우스 펴냄, 9500원
<도시에서 생태적으로 사는 법> 박경화 지음, 명진출판사, 펴냄, 9500원
<즐거운 불편> 후쿠오카 켄세이 지금, 달팽이 펴냄, 1만2천원
<수목장, 에코- 다잉의 세계> 변우혁 지음, 도솔 펴냄, 1만1천원
▣ 사진·정수산 기자 jss49@hani.co.kr 요즘 ‘웰빙’이라는 말이 우후죽순처럼 확산되고 있다. ‘잘 먹고, 잘 살자’는 것이 웰빙의 모토일 것이다. 그런데 ‘우리 가족’ 혹은 ‘나’만의 건강이라는 점에 치중하다 보니 좋지 않은 현상들이 발생하곤 한다. 고로쇠 수액이 몸에 좋다는 것이 방송되자 전국의 고로쇠나무들이 과도한 수액 채취로 말라죽어가는 것이 ‘웰빙 열풍’의 본질이다. 건강에 대한 지나친 경도가 불러오는 문화적 경박함, 웰빙을 빙자한 상업주의의 기승, 양극화로 인한 사회적 소외감 만연이 오히려 삶의 질을 떨어뜨리고 있다. 화학물질을 파헤쳐라, 생태 발자국을 측정하라
타인과 자연에 대한 배려와 공존의 정신이 없는 개인만의 육체적 건강이나 편리함은 공허한 것이다. 건강하게 산다는 것은 ‘몸’만의 문제가 아니다.
에코 라이프에 이르는 길을 제시하는 책들은 편리함이 소비사회가 개인에게 중독시킨 굴레라는 사실을 깨닫게 한다.
타인과 자연에 대한 배려와 공존의 정신이 없는 개인만의 건강과 편리함은 생태적으로 공허하다.(사진/ 한겨레 김진수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