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디어가 없을 때마다 잡고 싶은 동아줄 같은 말장난과 우려먹기… 서서히 지루해져가는 인기코너들, 지나간 캐릭터와는 쿨하게 작별하길
▣ 안인용 기자 nico@hani.co.kr
웃음만큼 야박한 것도 없다. 농담이 대세인 연예오락 프로그램은 ‘웃겨주면 웃고 아님 말고’라는 마음가짐을 하고 봐서인지 작은 웃음에도 너그럽다. 그러나 개그 프로그램은 ‘웃고 말겠다’는 생각에 기대치가 높아진다. 그만큼 웃음에 야박해지며 엄격해진다. 그 엄격한 기준을 무너뜨리고 나를 웃겨주는 개그맨들에게는 엄지손가락을 추켜올리며 “따봉!” 정도의 존경심이랄까, 연정이랄까 그런 기분이 들곤 한다. 뒤통수를 후려치는 아이디어와 품격 높은 개그를 내게 선물하는 개그맨들에게는 상상을 뛰어넘는 어려움이 있으리라.
아이디어에 대한 압박과 창조의 고통 말이다. 하나 그 어려움을 다 이해한다고 해도 마지노선이 있다. 절대 넘지 말아야 하는 그 선, 어디쯤일까.
“MJN! 손쉽지만 아무도 안 웃죠" “가장 먼저 오늘 첫 번째 마지노선을 소개해드릴 <개그콘서트>의 외로운 개그맨 노마진입니다. 오늘 가지고 나온 상품은 바로 개그맨들이 웬만하면 넘지 말아야 하는 그 선, 그러나 아이디어가 없을 때마다 잡고 싶은 동아줄 같은 선이죠. 뭘까요? MJN! 말장난이죠. 연예오락 프로그램에서 주로 쓴다는 그 말장난, 개그와 뭐가 다를까요? 아주 손쉽게 웃길 수 있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하지만 시청자들은 아무도 안 웃는다는 거. 또 한 코너에서 말끝마다 여러 번 쓸 수 있어서 참 편리합니다. 하지만 말장난할 때마다 채널 돌리는 리모컨도 아주 편리하다는 거, 기억하세요. 다같이 밑줄 쫙! 별표 하나! 돼지꼬리 땡땡!” 두 번째 넘지 말아야 할 선은 ‘우려먹기’다. 안타깝게도 개그 프로그램 캐릭터의 유통기한은 짧다. ‘행님아’의 신영이처럼 부쩍부쩍 자라나는 캐릭터가 아닌 이상 아무리 절정의 인기를 얻고 있어도 조금만 아이디어의 고삐를 늦추면 시청자들은 바로 시들해한다. 시들해하는 데는 다 이유가 있다. 똑같은 캐릭터로 비슷한 구성과 소재를 계속 써먹는다. 관심이 있는 시청자들은 금세 다음 대사를 알아맞히기에 이른다. 뻔하니까. 개그는 예측 가능해지는 순간 그 빛을 잃는다. 그러면 자의에 의해서든 타의에 의해서든 그 캐릭터는 시청자들과 작별을 고한다. 작별하고도 모자라 술만 먹으면 밤에 전화하는 옛 애인처럼 잊을 만하면 한 번씩 지나간 캐릭터를 보여주는 개그맨들도 있다. ‘나 절대 잊으면 안 돼!’라고 징징대며 미련의 끈을 놓지 못하는 것 같다. 눈 펄펄 오는 한겨울에 ‘지난봄 진달래가 참 좋았자’ 하는 것처럼, 철이 지나도 한참 지난 캐릭터를 녹차 티백처럼 계속 우려내면 이미 있던 호감마저 사라진다. 건전지가 바닥나면 충전을 하면 된다. 아이디어가 다 떨어지면 충전을 하면 된다. 아이디어를 충전하고 연기하는 사람들이 개그맨 아니던가. 개그맨들이여, 지나간 캐릭터와는 쿨하게 작별하자. “안녕!” 최근 대표적인 개그 프로그램들이 침체기다. 인기 코너들이 서서히 지루해지고 있거나 막을 내렸다. 새로 시작하는 코너들은 아직 자리잡지 못하고 있다. 이 기간에는 개그 프로그램 전체가 다운된다. SBS <웃찾사>는 ‘형님뉴스’와 ‘이건 아니잖아’ 정도가 인기를 유지하거나 상승세를 타고 있고 한국방송 <개그콘서트>는 ‘사랑의 카운슬러’와 새 코너 ‘친절한 아저씨’에서 활력이 느껴지는 정도다. 어느 프로그램이든 리듬은 있기 마련이니 또 한 번의 황금기를 기다리는 게 최선이지만 개그 프로그램 마니아의 한 사람으로서는 종종 찾아오는 이런 침체기가 참 길게 느껴진다. 이런 침체기에는 유난히 개그맨들이 여타 연예오락 프로그램 및 케이블TV·라디오 프로그램에서 많이 보인다. 몇몇 개그맨들은 코너의 인기에 힘입어 연예오락 프로그램에 고정 출연하고 진행을 맡기도 한다. 때론 이런 걱정도 한다. ‘어, 저렇게 프로그램 여러 개 해서 언제 새 코너 아이디어 짜고 연습하지?’ 개그 프로그램이 아닌 다른 프로그램에서 보는 횟수가 많아질수록 개그 프로그램 출연 코너에서 웃기는 횟수가 줄어든다. 동시에 넘지 말아야 하는 선을 넘는 횟수는 오히려 많아진다. 다른 프로그램에서 보는 횟수 많아질수록… 연예인으로 다방면에서 활동하고 싶은 개그맨들을 비판하고 싶은 생각은 전혀 없다. 그러나 한 가지 확실한 것은 개그 프로그램에서 뜬 다음 연예오락 프로그램으로 자리를 옮겼다가 어느 순간 자취를 감춰버린 개그맨들이 꽤 많다는 점이다. 개그 프로그램에서 싱싱하던 그들의 얼굴은 틀에 맞춰진 프로그램들을 지나면서 조금씩 무거워진다. 개그맨들의 얼굴에 웃음이 사라지고 나면 시청자들은 더 이상 그들을 보고 웃지 않는다. 웃는다 하더라도 ‘썩소’(썩은 미소)일 뿐이다. 개그 프로그램에 썩소라니, “이건 아니잖아!”
최근 개그프로그램들이 침체기를 겪고 있다. <개그콘서트> ‘사랑의 카운슬러’(위)와 <웃찾사> ‘이건 아니잖아’ 정도가 좋은 인상을 준다. 이럴 때 손쉽게 기존의 캐릭터를 재탕하는 데 급급하면 침체기는 더 길어진다.
“MJN! 손쉽지만 아무도 안 웃죠" “가장 먼저 오늘 첫 번째 마지노선을 소개해드릴 <개그콘서트>의 외로운 개그맨 노마진입니다. 오늘 가지고 나온 상품은 바로 개그맨들이 웬만하면 넘지 말아야 하는 그 선, 그러나 아이디어가 없을 때마다 잡고 싶은 동아줄 같은 선이죠. 뭘까요? MJN! 말장난이죠. 연예오락 프로그램에서 주로 쓴다는 그 말장난, 개그와 뭐가 다를까요? 아주 손쉽게 웃길 수 있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하지만 시청자들은 아무도 안 웃는다는 거. 또 한 코너에서 말끝마다 여러 번 쓸 수 있어서 참 편리합니다. 하지만 말장난할 때마다 채널 돌리는 리모컨도 아주 편리하다는 거, 기억하세요. 다같이 밑줄 쫙! 별표 하나! 돼지꼬리 땡땡!” 두 번째 넘지 말아야 할 선은 ‘우려먹기’다. 안타깝게도 개그 프로그램 캐릭터의 유통기한은 짧다. ‘행님아’의 신영이처럼 부쩍부쩍 자라나는 캐릭터가 아닌 이상 아무리 절정의 인기를 얻고 있어도 조금만 아이디어의 고삐를 늦추면 시청자들은 바로 시들해한다. 시들해하는 데는 다 이유가 있다. 똑같은 캐릭터로 비슷한 구성과 소재를 계속 써먹는다. 관심이 있는 시청자들은 금세 다음 대사를 알아맞히기에 이른다. 뻔하니까. 개그는 예측 가능해지는 순간 그 빛을 잃는다. 그러면 자의에 의해서든 타의에 의해서든 그 캐릭터는 시청자들과 작별을 고한다. 작별하고도 모자라 술만 먹으면 밤에 전화하는 옛 애인처럼 잊을 만하면 한 번씩 지나간 캐릭터를 보여주는 개그맨들도 있다. ‘나 절대 잊으면 안 돼!’라고 징징대며 미련의 끈을 놓지 못하는 것 같다. 눈 펄펄 오는 한겨울에 ‘지난봄 진달래가 참 좋았자’ 하는 것처럼, 철이 지나도 한참 지난 캐릭터를 녹차 티백처럼 계속 우려내면 이미 있던 호감마저 사라진다. 건전지가 바닥나면 충전을 하면 된다. 아이디어가 다 떨어지면 충전을 하면 된다. 아이디어를 충전하고 연기하는 사람들이 개그맨 아니던가. 개그맨들이여, 지나간 캐릭터와는 쿨하게 작별하자. “안녕!” 최근 대표적인 개그 프로그램들이 침체기다. 인기 코너들이 서서히 지루해지고 있거나 막을 내렸다. 새로 시작하는 코너들은 아직 자리잡지 못하고 있다. 이 기간에는 개그 프로그램 전체가 다운된다. SBS <웃찾사>는 ‘형님뉴스’와 ‘이건 아니잖아’ 정도가 인기를 유지하거나 상승세를 타고 있고 한국방송 <개그콘서트>는 ‘사랑의 카운슬러’와 새 코너 ‘친절한 아저씨’에서 활력이 느껴지는 정도다. 어느 프로그램이든 리듬은 있기 마련이니 또 한 번의 황금기를 기다리는 게 최선이지만 개그 프로그램 마니아의 한 사람으로서는 종종 찾아오는 이런 침체기가 참 길게 느껴진다. 이런 침체기에는 유난히 개그맨들이 여타 연예오락 프로그램 및 케이블TV·라디오 프로그램에서 많이 보인다. 몇몇 개그맨들은 코너의 인기에 힘입어 연예오락 프로그램에 고정 출연하고 진행을 맡기도 한다. 때론 이런 걱정도 한다. ‘어, 저렇게 프로그램 여러 개 해서 언제 새 코너 아이디어 짜고 연습하지?’ 개그 프로그램이 아닌 다른 프로그램에서 보는 횟수가 많아질수록 개그 프로그램 출연 코너에서 웃기는 횟수가 줄어든다. 동시에 넘지 말아야 하는 선을 넘는 횟수는 오히려 많아진다. 다른 프로그램에서 보는 횟수 많아질수록… 연예인으로 다방면에서 활동하고 싶은 개그맨들을 비판하고 싶은 생각은 전혀 없다. 그러나 한 가지 확실한 것은 개그 프로그램에서 뜬 다음 연예오락 프로그램으로 자리를 옮겼다가 어느 순간 자취를 감춰버린 개그맨들이 꽤 많다는 점이다. 개그 프로그램에서 싱싱하던 그들의 얼굴은 틀에 맞춰진 프로그램들을 지나면서 조금씩 무거워진다. 개그맨들의 얼굴에 웃음이 사라지고 나면 시청자들은 더 이상 그들을 보고 웃지 않는다. 웃는다 하더라도 ‘썩소’(썩은 미소)일 뿐이다. 개그 프로그램에 썩소라니, “이건 아니잖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