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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지이야기

[스크린가라사대] <범죄의 재구성>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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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6-06-23 00:00 수정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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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도훈 <씨네21> 기자

사기는 테크닉이 아니라 심리전이다. 그 사람이 뭘 원하는지, 뭘 두려워하는지만 알면 게임 끝이다.

<범죄의 재구성> 중에서

인터넷 피싱(Internet Phishing)을 당할 뻔했다. 네이버 게시판에서 낚시를 당한 게 아니라 인터넷 피싱이라는 신종 사기에 걸려들 뻔했다는 말이다. 인터넷 피싱은 사기꾼들의 교묘한 낚싯법이다. 먼저 그들은 당신에게 이메일을 보낸다. 대개 은행이나 e베이(인터넷 경매 사이트)를 사칭한 이메일은 당신의 사이트 계정이나 카드 계좌에 문제가 생겼으니 사이트로 접속해 문제를 해결하라고 (거의) 협박한다.


첨부된 사이트를 클릭하면 은행이나 e베이와 똑같이 위조된 사이트가 뜬다. 거기에 크레디트카드 번호를 비롯한 개인정보를 쳐넣는 순간 게임은 끝. 이미 당신의 정보는 사기꾼들에 의해 도용되어 계좌의 돈은 선거철 열우당 표처럼 빠져나간 뒤다. 문제는 인터넷 피싱을 아는 사람도 가끔은 무심하게 걸려들 수 있다는 사실이다. 피싱을 당한 날 밤, 나는 e베이를 통해 꼭 구입해야 하는 물건이 있었다. 경매 종료 시간은 다가오고 있었고, 계정에 문제가 생기기라도 하면 경매 참여는 금지될 터였다. 물론 의도적인 것은 아니었겠지만, 피싱을 한 놈들은 결국 나의 심리상태를 교묘하게 이용한 셈이다. 다행히 즉각적으로 피싱임을 깨달은 나는 새벽에 카드를 정지시키고 e베이의 비밀번호를 황급히 바꾸며 가슴을 졸였다. 그 와중에 사고자 했던 물건의 경매 시간은 종료돼버렸고, 나의 한숨을 들은 주위 사람들은 외쳤다. “바보 아냐?” 돈은 그대로였다. 그러나 나는 회사에서 유일하게 인터넷 피싱에 걸려든 멍청이가 되어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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