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겨레21 ·
  • 씨네21 ·
  • 이코노미인사이트 ·
  • 하니누리
표지이야기

퀸카는 수산시장 앞치마를 입는다

614
등록 : 2006-06-14 00:00 수정 :

크게 작게

패션리더를 위한 안내서 ‘퀸카 만들기 대작전’ ‘패션 7080’… 등산양말에 구두를 매치하라, 외모 차별 없는 세상이 오리니

▣ 안인용 기자 nico@hani.co.kr

출산드라 교주님께서 일찍이 예언하신 바 있다. “이 세상에 날씬한 것들은 가라, 이제 곧 뚱뚱한 자들의 시대가 오리니”라고. 드디어 그 시대가 왔다. 뚱뚱한 자들의 시대, 못생긴 자들의 시대, 웃기는 자들의 시대. 당신도 그들처럼 남자들의 영혼을 훔쳐가는 퀸카가 되고 싶은가? 센스 하나로 강남을 들었다 놓는 패션리더가 되고 싶은가? 매주 목요일과 일요일 밤 직접 브라운관에 등장하사 수많은 여성들을 퀸카로 둔갑시키고 수많은 남성들에게 패션의 영감을 불어넣으며 소중한 가르침을 주시는 분들이 있으니, 바로 SBS <웃찾사> ‘퀸카 만들기 대작전’의 퀸카 선생님들과 한국방송 <개그콘서트> ‘패션 7080’의 패션리더 선생님들이시다. 이들을 보면 해법이 보인다. 여기, 이들의 비결을 분석한 ‘퀸카와 패션리더를 꿈꾸는 이들을 위한 안내서’가 있다.

아름다운 D라인 뱃살, 매혹적인 C컵 가슴


연예인 못지않은 퀸카가 되고 싶다면 이름부터 바꿔라. 이름 하나만으로도 자체 발광할 수 있어야 한다. 보람이나 형빈이, 채린이 같은 촌스러운 이름은 쓰레기통에 버려라. 그리고 퀸카의 격을 보여주는 양순심(김현정)과 고덕배(정주리), 누가 봐도 압구정동 28년 토박이라는 것을 알 수 있는 이름 흥춘(박휘순)과 오춘(오지헌)을 봐라.

‘퀸카 만들기 대작전’

이름에 대한 압박이 얼마나 심했으면 오춘이 인기 꽃미남 그룹 ‘F4’에서 활동할 때 쓰던 시골스러운 이름 ‘민’을 버리고 현대 도시의 느낌이 물씬 풍기는 ‘오춘’을 선택했겠는가. 이들의 이름에서 ‘순’자와 ‘덕’자, ‘배’자, ‘춘’자가 대세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이를 응용하면 ‘춘덕’이나 ‘순덕’ ‘춘배’ ‘배순’처럼 21세기형 최신식 이름이 탄생한다.

이들의 몸매에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시대에 한참 뒤떨어진 S라인 몸매 대신 복대로 배를 감싼 흥춘과 오춘의 D라인 뱃살, 양순심의 풍만한 C컵 가슴, 고덕배의 O자 휜 다리가 잘나간다는 사람들의 몸매다. 트렌드의 최전선인 강남의 유행코드에 접속하려면 소(小)자가 아닌 대(大)자 머리 크기가 필수라는 점도 명심하라. 이 몸매가 되려면 하루 다섯 끼와 간식, 야식으로 철저히 관리해야 한다. 이를 위해 ‘대식원’에 들어가는 여성들도 있다. 양순심·고덕배 선생님들께서는 후진 애들만 한다는 여성 댄스그룹 ‘모닝’ 출신의 백보람에게 수차례 말씀하셨다. “너 몸매가 왜 그 따구야! 저 팔등신 몸매 좀 어떻게 해보라구!”

패션은 인기의 완성이며 마침표다. 패션감각에 관한 한 흥춘과 오춘의 감각을 따라올 자가 없다. 압구정동과 청담동에서 주목받고 싶다면 시골에서나 신는 발목양말 대신 무릎까지 오는 등산양말에 구두를 매치해보라. 등산양말이 두꺼울수록, 원색일수록 패션지수는 높아진다. 강남 패션의 법칙은 ‘실용성’이다. 그래서 최근 유행하는 아이템이 바로 수산시장 앞치마다. 지폐를 종류별로 넣을 수 있어 돈 좀 있다는 강남에서 더욱 주목받고 있다고 전해진다. 이 정도의 상식 없이 강남 거리를 활보하다가는 사람들의 따가운 눈총을 받기 쉽다. 그래서 흥춘·오춘 선생님들께서 시골에서 막 상경해 흰색 셔츠에 청바지, 명품 지갑처럼 철 지난 아이템만 골라 갖춘 이들에게 일갈하시지 않았는가. “기분 좋다고 막 상경하지 말고 돈 있다고 막 상경하지 마. 느낌 갖고, 호흡 갖고, 필(feel) 충만할 때 그때 상경하란 말이야!”

옛말에 ‘단체 미팅에는 꿩 대신 닭을’이라는 명언이 있다. 미팅에서 킹카·퀸카 대접을 ‘지대로’ 받고 싶다면 언제나 자신보다 조금 덜 생기고 격이 떨어지는 친구와 함께 나가라는 뜻이다. 퀸카 양순심·고덕배와 강남 패션리더 흥춘·오춘이 주목받는 이유는 이 명언을 언제나 실천하고 계시기 때문이다. ‘퀸카 만들기 대작전’을 보라. 양순심·고덕배의 미모를 한층 화사하게 해주는 폭탄 이경분과 백보람이 있다. ‘패션 7080’도 마찬가지다.

‘패션7080(위)’가 모두 퀸카·해션리더가 되려면 절대 놓치지 말아야 할 코너다. 단, 너무 곧이곧대로 받아들이면 ‘왕따’부작용이 있을 수 있다.

흥춘·오춘의 패션 센스를 돋보이게 해주는 시골 촌놈 윤형빈과 홍경준이 있다. 언제나 선생님들을 부러워하고 닮고자 하며 경외하는 이들이 있기에 선생님들의 가르침은 더욱 빛난다.

결국 덕배와 오춘이 눈맞았다는데…

세상은 불공평하다. 퀸카는 꼭 킹카와 사랑에 빠지고 멋쟁이는 꼭 지들끼리 좋아한다. ‘카더라 통신’에 따르면 얼마 전 ‘퀸카 만들기 대작전’ 4명과 ‘패션 7080’ 4명이 서울 강남의 한 나이트클럽에서 긴급만남을 가졌다. 아니나 다를까, 멋쟁이 흥춘은 순심에게 꽂혔고 덕배는 오춘과 눈이 맞았다. 흥춘의 측근에 따르면 흥춘은 순심의 눈부신 외모와 깜찍한 애교에 반했고, 오춘은 덕배의 몸매와 절묘한 노래 실력에 이성을 잃었단다. 남자 보는 눈이 높기로 소문난 순심과 덕배도 유행을 선도하는 이들의 패션감각에 눈이 멀었다고. 물론 나머지 폭탄 4명은 자기네끼리 자폭했단다. 아, 외모로 사람 차별하지 않는 세상에 살고 싶다!


좋은 언론을 향한 동행,
한겨레를 후원해 주세요
한겨레는 독자의 신뢰를 바탕으로 취재하고 보도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