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겨레21 ·
  • 씨네21 ·
  • 이코노미인사이트 ·
  • 하니누리
표지이야기

붙임성 좋은 친구는 환영받는다

614
등록 : 2006-06-14 00:00 수정 :

크게 작게

▣ 반이정 미술평론가 http://dogstylist.com

청테이프의 기능을 한낱 대자보 부착에 한정짓는 건 이들의 관록을 모욕하는 짓입니다. 푸른 제복이 웅변하듯 청테이프는 본디 2차 대전 때 군수품에 대한 방수와 임시방편적 보수를 위해 투입된 특수부대 용사입니다. 참전용사의 본명은 덕트테이프입니다. 해서 청테이프의 국제적 컬러는 녹색보다 은색이나 검정색이 많지요. 다용도를 자랑이나 하듯 ‘장난 삼아’ 사람을 통째로 벽에 붙이기도 합니다!

기체 고장으로 우주 미아가 될 뻔한 아폴로 13호 우주 비행사는 우연히 덕트테이프를 발견하고는 이렇게 외쳤다지요. “이제 귀환할 수 있다!” 붙이지 못할 게 천하에 없는 접착력은 거꾸로 떼지 못할 것도 없다는 얘기지요. 때문에 다리털 제거를 위한 민간 처방전에 전도유망한 대안으로 추천될 정도입니다. 단순 접착 이상의 전지전능한 과업 수행의 본질은 결국 붙임성으로 수렴될 겁니다. 최후 생존자에게 붙임성만 한 미덕은 없으니까요. 바야흐로 덕트테이프에게 남겨진 마지막 과제는 갈라선 연인의 관계를 부착하는 것일 듯하네요.

좋은 언론을 향한 동행,
한겨레를 후원해 주세요
한겨레는 독자의 신뢰를 바탕으로 취재하고 보도합니다.

반이정의 사물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