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안병수 <과자, 내 아이를 해치는 달콤한 유혹> 지은이 baseahn@korea.com
가공식품에 대한 불신감이 좀처럼 사그라지지 않는다. 과자에 이어 간장을 비롯한 조미식품에까지 식품첨가물이 무차별 남용된다는 언론 보도에 소비자 불안은 증폭되고 있다. 말도 많고 탈도 많은 식품첨가물. 하지만 식품회사는 여전히 ‘전가의 보도’처럼 그 물질들을 끌어안는다. 우리는 이 문제를 어떻게 이해해야 할까.
식품첨가물 주변에는 두 가지 이론이 늘 대립한다. 사회가 지불해야 하는 비용을 감안해 적절히 허용해야 한다는 논리가 하나고, 유해물질의 공격으로부터 무한대까지 안전을 추구해야 한다는 논리가 다른 하나다.
전자가 식품업자를 비롯한 첨가물 옹호론자들의 주장이라면 후자는 건강전문가를 비롯한 첨가물 반대론자들의 주장이다.
그렇다면 일반 식품 소비자는 어느 편에 설 것인가? 올바른 선택을 위해서는 정확한 정보가 필수다. 유감스럽게도 소비자들은 선택에 필요한 정보를 접하지 못하는 것으로 보인다. ‘움직이는 첨가물 사전’으로 통하는 일본의 아베 쓰카사는 정보 공개에 가장 인색한 분야로 식품업계를 든다. 식품 법규에 허점이 많은데다 업체가 그 허점을 교묘히 이용하려 하는 탓에 많은 정보가 묻히거나 왜곡된다는 게 그의 주장이다. 그뿐만이 아니다. 미국의 건강 저널리스트인 에릭 슐로서는 “최근에 연구된 첨가물의 유해성 이론이 제대로 홍보되지 않는 것이 큰 문제”라고 지적한다. 소비자의 눈을 어둡게 만드는 요인이 또 있음을 시사하는 발언이다. 예를 들어보자. 첨가물로 사용되는 수많은 유해 화학물질은 자체 독성 외에도 발암물질, 환경호르몬, 행동독리학상의 물질, 최기형성 물질, 알레르겐 등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의심을 받고 있다. 그럼에도 오늘날까지 첨가물로서 끈질긴 생명력을 유지하고 있는 것은 “사용량이 적기 때문에 해롭지 않다”는 이론이 뒷받침하고 있어서다. 그러나 이 이론에 중대한 오류가 있다는 사실이 밝혀지고 있다. 요즘 학자들을 크게 긴장시키는 환경호르몬의 경우, 1조분의 1이라는 ‘ppt 단위의 농도’에서도 인체 세포에 타격을 가한다는 연구가 발표되고 있다. 아울러 발암물질에서는 한 알갱이라도 암세포를 만들 수 있다는 이른바 ‘한 입자 가설’(one-hit hypothesis)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첨가물의 복합 섭취로 인한 유해성이나 미각의 왜곡, 음식물의 정크(junk)화 현상 등은 별도의 문제다. 첨가물 유·무해 논쟁은 이제 의미가 없다. 어떻게 하면 ‘백색가루’의 유혹을 뿌리칠 수 있을까에 대해 머리를 맞대야 할 때다. 경제학자인 초록정치연대의 우석훈 박사는 <음식국부론>에서 아무리 선진국이라도 국민이 건강하지 않으면 의미가 없다며 “여성의 눈으로 세상을 보자”고 제안했다. 오늘날의 잘못된 식문화는 남성적 패권 이데올로기가 만든 실패작이라는 게 그의 의견이다. 식생활만큼은 경제성 논리로 저울질하지 말자는 뜻이다. 한때 향료를 사용한 가짜 참기름이 유행했다. 색소로 물들인 가짜 고춧가루도 버젓이 팔린 적이 있다. 그런 행태는 비윤리적이라고 지탄하는가? 그렇다면 같은 향료, 같은 색소를 과자나 빵, 음료 등에 사용하는 데에는 왜 관용을 베푸는가? 이런 모순된 사고를 바로잡는 일이 선결 과제일지 모른다.

(일러스트레이션/ 이우만)
그렇다면 일반 식품 소비자는 어느 편에 설 것인가? 올바른 선택을 위해서는 정확한 정보가 필수다. 유감스럽게도 소비자들은 선택에 필요한 정보를 접하지 못하는 것으로 보인다. ‘움직이는 첨가물 사전’으로 통하는 일본의 아베 쓰카사는 정보 공개에 가장 인색한 분야로 식품업계를 든다. 식품 법규에 허점이 많은데다 업체가 그 허점을 교묘히 이용하려 하는 탓에 많은 정보가 묻히거나 왜곡된다는 게 그의 주장이다. 그뿐만이 아니다. 미국의 건강 저널리스트인 에릭 슐로서는 “최근에 연구된 첨가물의 유해성 이론이 제대로 홍보되지 않는 것이 큰 문제”라고 지적한다. 소비자의 눈을 어둡게 만드는 요인이 또 있음을 시사하는 발언이다. 예를 들어보자. 첨가물로 사용되는 수많은 유해 화학물질은 자체 독성 외에도 발암물질, 환경호르몬, 행동독리학상의 물질, 최기형성 물질, 알레르겐 등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의심을 받고 있다. 그럼에도 오늘날까지 첨가물로서 끈질긴 생명력을 유지하고 있는 것은 “사용량이 적기 때문에 해롭지 않다”는 이론이 뒷받침하고 있어서다. 그러나 이 이론에 중대한 오류가 있다는 사실이 밝혀지고 있다. 요즘 학자들을 크게 긴장시키는 환경호르몬의 경우, 1조분의 1이라는 ‘ppt 단위의 농도’에서도 인체 세포에 타격을 가한다는 연구가 발표되고 있다. 아울러 발암물질에서는 한 알갱이라도 암세포를 만들 수 있다는 이른바 ‘한 입자 가설’(one-hit hypothesis)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첨가물의 복합 섭취로 인한 유해성이나 미각의 왜곡, 음식물의 정크(junk)화 현상 등은 별도의 문제다. 첨가물 유·무해 논쟁은 이제 의미가 없다. 어떻게 하면 ‘백색가루’의 유혹을 뿌리칠 수 있을까에 대해 머리를 맞대야 할 때다. 경제학자인 초록정치연대의 우석훈 박사는 <음식국부론>에서 아무리 선진국이라도 국민이 건강하지 않으면 의미가 없다며 “여성의 눈으로 세상을 보자”고 제안했다. 오늘날의 잘못된 식문화는 남성적 패권 이데올로기가 만든 실패작이라는 게 그의 의견이다. 식생활만큼은 경제성 논리로 저울질하지 말자는 뜻이다. 한때 향료를 사용한 가짜 참기름이 유행했다. 색소로 물들인 가짜 고춧가루도 버젓이 팔린 적이 있다. 그런 행태는 비윤리적이라고 지탄하는가? 그렇다면 같은 향료, 같은 색소를 과자나 빵, 음료 등에 사용하는 데에는 왜 관용을 베푸는가? 이런 모순된 사고를 바로잡는 일이 선결 과제일지 모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