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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지이야기

당신의 헤어스타일도 스포츠머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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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6-06-09 00:00 수정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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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반이정 미술평론가 http://dogstylist.com

두발은 두피에서 자라는 털 이상의 사회성을 가지며 인간관계를 망라하는 기호입니다. 역사적으로 머리 장식은 서열과 섹스어필을 부각하는 표지이고, 두발 단속은 처벌의 긴요한 수단입니다. 스포츠머리는 예술가에게 곧잘 발견되는 까까머리와 자란 머리 중간쯤 위치한 헤어스타일입니다.

앞머리를 움켜쥘 만큼 남긴 이 짧은 머리는 자의보다 타의로 선택되며, 명칭 속에 포함된 스포츠와도 무관합니다. 강요된 집단생활은 스포츠머리로 시각화됩니다. 병사, 수인, 포로 그리고 조폭의 일원이 죄다 고만고만해 보이는 까닭은 착용한 유니폼의 통일감보다 숱 없는 이목구비의 총합이 계란판처럼 몰개성한 탓입니다. 스포츠머리는 미관을 포기하고 신념에 올인한 자의 것이기도 합니다. 그것은 곧잘 정진, 금욕, 투혼을 표징합니다. 하지만 스포츠머리가 강요될 시, 그걸 보는 관점은 정반대입니다. 가위 든 이에겐 단정의 기준이며, 잘린 이에겐 굴욕의 상처입니다. 이준기의 장발과 사자의 갈기를 스포츠로 치면 단정할지 궁금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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